경험담입니다(이하 경어 생략).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초등학생 꼬맹이때였고... 치과인지 미용실인지는 가물가물하다.
여튼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꽂혀 있던 아주 오래된 만화 잡지를 뽑아 들었다.
좌라락 대충 넘기면서 재밌는 부분을 찾는 중에 소년만화 스럽지 않게 펜터치가 굵고 리얼함이 느껴지는 그림체의 단편 만화가 눈에 띄여서 넘기길 그만두고 정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짧은 단편 만화는 어렸을 적에 본 이후 어른이 되어서까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내 기억을 더듬어 옮겨본다.
주인공은 강남인지 강북의 산꼭대기 허름한 마을-왠지 오래전 흑석동 같은 분위기-에서 사는 어린 소년이었다.
병에 걸렸는지 기운 없는 아버지와 생활고로 인한듯한 항상 근심어린 표정의 어머니와 함께 소년은 살고 있었다.
소년에게는 보물이자 친구인 큰 개가 있었다. 그 개의 이름은 셋찌(세찌였나?).
그 개는 소년이 짝사랑 하던 소녀가 이사를 가면서 '이 강아지가 큰 개가 될 쯤에 되돌아오겠다' 며 맡긴, 언젠가 재회할 때의 증표였다.
뭐 강아지일때야 증표다 약속이다 했겠지만 다 자란 셋찌는 그냥 소년의 가장 친한 친구인 거 같다.
성질 나쁜 소년의 화풀이 대상으로 깨갱 소리 나게 걷어차일때가 간혹 있는듯 하지만.
어느날 소년과 셋찌 앞으로 편지가 왔다. 셋찌를 맡긴 소녀가 소년과 셋찌를 만나러 오겠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하는 표정을 짓는 소년과 셋찌.
소녀에게 다자란 셋찌를 자랑스럽게 보여줄 맘에 부풀은 소년은 소녀에게 편지를 쓰고 산 밑 우체국으로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
따라오려는 셋찌를 '깨갱!' 소리나게 걷어차고.
그 시각, 병약한 남편 걱정에 근심어린 소년의 어머니에게 동네 아주머니가 고집좀 그만 피우고 좋은 약좀 해먹이라고 잔소리를 한다.
'약이 그 아저씨 몸에 받겠어? 기운이 돌아야 약도 돌지'
편지를 부치러 간 소년은 한눈 팔다보니 시간을 많이 까먹었다.
어둑해지려는 저녁때 집으로 뛰어들어온 소년은 '저녁 먹고 놀아라' 는 어머니 말에 잽싸게 안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소년과 병약한 아버지앞에 어머니는 식탁을 내려놓았다. 드물게 고깃덩이 같은 고기반찬이 있었다.
'와 어머니 아부지 이게 웬 고기반찬이래요? 설날도 아닌데'
'약고기랜다 약고기. 많이 먹어야 건강해진대'
그렇게 소년은 드물게 식탁에 올려진 고기반찬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러다 문득 소년은 생각했다.
'셋찌한테 이 뼈다귀라도 줘야죠? 셋찌 걔가 뭐 라면국물 말고 고기 맛 본적이나 있을까?'
'...'
'얘야 그러니까...'
이후는... 내가 만화라는 장르에서 한번도 본 적없는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얼굴을 한 채 토하는 소년의 모습...과 이루 뭐라 말을 할 수 없이 안타까워 하는 소년의 부모의 얼굴.
(정독중에 엄청나게 당황한 나는 앞페이지를 보고 다시 이 페이지를 보았다. 부모가 확실히 설명하는 컷은 전혀 없었던 거 같다. 그것이 더 이루 뭐라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었다)
하염없이 셋찌의 이름을 부르며 소년은 통곡했다. 계속해서 토하면서. 더 토할게 없고 힘이 빠진 소년은 목을 짓누르며 마당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몸을 들썩이며 계속해서 울었다.
마당에 있던 셋찌 집에는, 셋찌를 대신할 요량으로 부모가 얻어온 듯한 작은 강아지가 자리한채, 통곡하는 소년을 힘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후... 이 단편을 읽고 한동안 그 소년의 정말 고통스러워 하던 표정의 컷이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질 않게 되었습니다.
이후 양들의 침묵 같이 고어한거라던가 이블데드 같이 오싹자극? 한거라든가 등등을 봐서 자극에 무뎌져 갔을지는 몰라도, 그래도 아주 어린날에 본 이 단편만화의 소년이 이루 말 할 수 없이 안타깝고 불쌍해서... 앞에 나열한 자극적 영화보다도 더 무겁게 기억에 새겨진 것 같습니다.
내 어린날의 기억에선 세상에서 제일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장면으로 기억될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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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저희집에 있는 잡지네요 아버지가 이런거 모으시는거 좋아하셔서 예전에 읽어본 기억이있는데 ㅎㅎ 잡지가 분명 창고에 있을텐데... 본가로 찾아가면 분명 찾을거같긴함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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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왠지 천방지축 마골피(?맞나 이 제목이) 그런 그림체와 비슷했던 거 같고... 더 힘있고 리얼한 그림체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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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 그런가요.. 전 첫 댓글에 나와있는 만화책 쪽만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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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천방지추마골피가 아니라 고쿠도 군 만유기가 아닌가요? (한국판이 천방지축 모험왕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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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보셨군요! 어려서 본다면 기억에 오래갈 만화임엔 틀림없는 듯합니다. 생각 짧고 가난하기도 한 부모를 미워만 할 수도 없는 안타까움이 엄청 심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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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 그런가요.. 전 첫 댓글에 나와있는 만화책 쪽만 봐서.. | 14.09.23 11: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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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저희집에 있는 잡지네요 아버지가 이런거 모으시는거 좋아하셔서 예전에 읽어본 기억이있는데 ㅎㅎ 잡지가 분명 창고에 있을텐데... 본가로 찾아가면 분명 찾을거같긴함 ㅇㅇ | 14.09.23 11: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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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천방지추마골피가 아니라 고쿠도 군 만유기가 아닌가요? (한국판이 천방지축 모험왕이라서) | 14.09.23 11: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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