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영상물, 혹은 창작물을 보다 보면 유난히도 길고 오래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의 특징은 세계관의 설정에 있어 극적인 기복이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세계에서 일어나는 약간의 이야기들.
길었던 쇄국과 전쟁의 종식 후 세계와 소통을 하며 일본인들은 무인이 지배하던 시절 형성된 찰나주의적 색체가 점점 옅어집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상실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상호관계(교섭)를 가지며 새로이 형성되는 보편적 속성으로 화하는 것입니다. 바로 '실존주의'입니다.
천황(신)을 상실한 일본인들에게 있어 초기 실존주의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와 그 형태가 매우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 좌파운동과 이념충돌, 고도성장을 겪으며 일본 내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실존주의가 자리를 잡습니다.
토쿠가와 막부의 안녕을 위해 각 한(藩)의 다이묘들을 에도에 입성시키는 제도가 얄궂게도 천민인 상인에게 득세의 기회를 안겨준 에도시대. 인구 200만을 자랑하는 전 세계 유래없는 대도시 에도에는 언어도, 문화도 다른 각지의 상인들이 모이다 보니 한 가지 공통된 가치관이 발생하게 됩니다. '메이와쿠(민폐)'를 끼치지 말라, 일본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들도 매우 잘 알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상인들의 정신이 기반이 되어 새 시대의 제도를 형성해간 일본인들은 이윽고 인간이 사는 세계를 탐구합니다. '타인'이라 쓰고 '사람'이라 읽는 가치관이 '타인과 자신의 세계'라는 가치관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죠. 지난 2천년 동안 이어져 온 와(和)의 정신이 변화하며 만든 문화. 그것이 '실존주의적 관찰'이라는 세계관입니다.
1969년 방영을 시작해 2011년까지 방영한 시대극, 미토코몬
1981년부터 1982년까지 방영 후 주기적으로 스페셜 방송을 하며 2002년까지 방영한 드라마, 북쪽의 나라에서
1992년부터 2007년까지 주기적으로 영화 및 스페셜 드라마로 나온 미나미의 제왕
그리고, 1968년부터 1969년까지 TV드라마 방영 후 이후 주기적으로 영화와 스페셜 드라마로 1997년까지 이어져 온 남자는 괴로워.
한국으로 치면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나 '전원일기' 같은 초 장편 드라마들입니다.
이러한 것들의 특징은 한 마디로 말해 '사람 냄새가 난다'라는 것입니다. 가족, 근린사회, 외부사회와의 다양한 충돌과 마찰, 희극과 비극, 기쁨과 슬픔 등을 그려내는 것이죠.
타마코 마켓은 이런 실존주의적 세계관에 복고한 작품의 특성이 강합니다. 불과 3화만 방영했을 뿐인데 인물의 간단한 성격, 관계, 과거가 깊이 있게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세계에 대한 연출. 모두와 함께 엮여있으면서도 인간 저마다만의 각자의 세계가 있다는 걸 동시에 표현한다.]
특히나, 주인공(?)인 '델라 모치마쯔이'라는 황당스러운 캐릭터의 등장은 '요즘 시대의 창작물'이라는 느낌과 동시에 사건의 중심이라는 '복고적 캐릭터'라는 느낌을 더불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입각하자면 매우 비슷한 작품은 바로 '남자는 괴로워(男はつらいよ)'라 할 수 있습니다.
['남자는 괴로워'의 주인공인 故 아츠미 키요시(호는 風天)가 연기한 쿠루마 토라지로. 주변에서는 '토라상'이라 불린다]
[이런 토라와 델라의 역할은 매우 닮아있지 않을까?]
[추가로 카오루(오카마 캐릭터)의 등장 역시 그 존재가 자연스러워진 지금 이 시대의 일본의 가치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남자는 괴로워의 주인공인 '토라'는 여행지나 고향 시바마타(柴又)에서 늘 어떤 여자(마돈나라고 부른다)에게 반한다. 그러나 그 여자와 토라가 이어지는 일은 없다. 어떠한 드라마가 전개되어 그 여자는 본래의 연인과 다시 이어지거나 하고 토라는 늘 차이게 된다......이것이 '남자는 괴로워'의 기본적인 패턴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사람)이 분명히 존재하고 살아있으며 그들의 인생과 세계가 있다는 점이 분명히 표현되곤 합니다. 그러하다 보니 이야기는 토라와 마돈나와의 관계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극중에 등장하는 어떠한 사람들과 엮이며 누군가의 고민을 해결하기도, 기쁨을 함께하기도, 슬픔에 울기도 하는 모습들이 총천연색으로 그려집니다.
마돈나와 만남을 가지고
그 마돈나와 사랑에 빠지지만
최종적으로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일 없이 이야기가 끝이 나는 '멋 없는' 남자. 이번 3화는 특히나 손뼉을 칠 정도로 '남자는 괴로워'와 그 패턴이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비단 멋이 없는 걸로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멋없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라는 아이러니한 매력을 알려주는 남자입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미' 이죠.
토라는 결코 멋있는 남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머리가 나쁘고 사소한 일에 삐치며, 다혈질, 그리고 여자 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중요한 순간에 자기 표현이 서툴러지는 남자입니다. '내가 서투른 놈이라(不器用なもんで)'라는 입버릇이 있을 정도죠.
하지만, 어떠한 갈등이나 문제에 늘상 중요한 점을 짚어주며 완만한 해결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시오리'.
타마코 일행과 친해지고 싶지만 낯가림이 심하고 부끄럼을 잘 타는 여자아이입니다.
일본에서는 흔히 '오해 받기 쉬운 스타일'이라 부르는 성격입니다.
자신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준 타마코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하지만, 성격상 도저히 되지 않습니다.
"모치마쯔이 씨. 키타시라카와에게 전해주세요. 그때는 고마웠다고!"
"그건 자신이 직접 말해야 하는 게 뻔하잖아?"
결국 몇 번이고 말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것들을 모두 놓치고서 스스로 닫혀버린 시오리는 델라에게 부탁을 하지만, 그의 정론에 설득당합니다.
(이것 또한 '남자는 괴로워'와 흡사한 패턴)
이후 여러가지 일이 있었으나 결국 자신의 입으로 마음을 전하고 이야기가 좋게 일단란이 됩니다.
결국 델라 모치마쯔이의 사랑은 깨져버렸지만요.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한 가지 독특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매 화마다 오리지널 노래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죠.
1화는 My love's like라는, 가수 불명의 노래
2화는 프랑스 가수 Marilou가 부른 un lieu de rencontre(만남의 장소)
3화는 Hajimete No Hoshi (처음 뜬 별)이라는 경음악이 흐릅니다.
더불어 야오비의 말을 통해 그 공간에 놓여진 인물의 심리가 표현되곤 합니다. 노골적으로 직접적이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사소한 친절함입니다.
이러한 청각적인 즐거움은 지금껏 쿄토 애니메이션의 약점과도 같았던 (오리지널) 음악 부분을 말끔하게 해결해주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앨범 발매일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특히나 이번 작품은 시각적인 부분에서 굉장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인물의 움직임과 감정표현, 설정과도 같은 여성 스탭진 특유의 섬세한 묘사. 그리고 인물을 부각시키면서도 배경의 미려함을 살리는 테크닉은 매 작품이 나올 때마다 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태여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글을 마치면서 딱 한 가지 불안한 점이 있다면 바로 흥행성입니다.
지금껏 쿄토 애니메이션의 행보나 일본 쪽의 반응을 봐서는 실패할 걱정은 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쏟은 정성(자본적인 의미가 아닌 창작자의 고뇌의 시점에서)에 비해 얼마만큼의 선풍을 불러 일으킬가가 불안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작품의 특징이라면 생각 없이 보는 단순한 유희적 상품들과는 달리 시청자가 깊이, 혹은 은은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거나 그럭 의욕이 없는 사람들일 경우 지루하게 느껴질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일반론적으로는 이러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연령을 아무래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특유의 실존주의의 상품성은 '쇼와 로망'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뚜껑을 열면 썩 그렇지도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복고'의 시장 팽창이 완만했던 만큼 아직 약발이 다했다고 판단하는 것도 섣부르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니악한 본격 개그(오와라이) 애니메이션이었던 일상의 밋밋한 흥행이 쿄토 애니메이션에게는 별 충격이 되진 않았지만, 케이온이나 빙과, 중2병 등의 지나친 성공이라는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저연령, 오타쿠와 같은 저변 있는 소비자의 매력을 끌 수 있는 요소를 이제 와서 우겨넣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철저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무엇 하나를 바꾸면 작품 전체가 무너져버릴 테니까요. 20대, 30대, 너무 대중적이지 않으면서도 너무 마니악하지 않은 '딱 좋은' 구매층(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라이트 오타쿠나 막연히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 정도)의 주머니 사정에 이 작품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는 일반 시청자에게도 대형 히트를 친 케이온 같은 현상은 부르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흥행 걱정이야 어찌됐든,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작품이 나와서 행복합니다. 무엇보다도 쿄토 애니메이션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순수 흥행 목적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케이온, 러키스타, 중2병
드라마 전달에 중심을 두는 카논, 클라나드
그리고,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노리는 도전적인 일상, 빙과
이번 타마코 마켓은 바로 이런 '도전적'인 작품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력이 한정적인 회사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수익이라는 것도 존재하지만, 이 집단을 지속적으로 집결, 유지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목표'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집단의 금전적 이윤 이외의 공통된 방향성 제시). 이번 타마코 마켓이 속히 말히는 '중타'만 쳐도 나름의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닐까, 라고 멋대로 판단해봅니다.
(IP보기클릭).***.***
원래 비평이나 평론이라는게 이런겁니다. 남들이 보기에 별 대단하지도 않은거에 지나치게 의미부여하는 것처럼 보이는거지요. 하지만 제작자의 의도 파악이 될수도 있고,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청자의 기호를 의식한 결과이기때문에 제작자도 모르게 현 사회나 과거 사회의 영향이 드러나는걸 파악할 수도 있지요. 결국 아는만큼 보이는겁니다. 못 본다고 잘못된건 아니고요. 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그런겁니다.
(IP보기클릭).***.***
본인들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만든 사람들의 성향이나 기호, 다른 작품이나 사람들에게 받은 영향 같은것들이 작품에 드러나는 경우는 많이 있지요.
(IP보기클릭).***.***
작품 만들때 작화만 좋고, 성우만 좋게 때려넣으면 다가 아닙니다.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런거' 다 생각하면서 만듭니다.
(IP보기클릭).***.***
뭐, 결국 말하자면 그런 것입니다. 처음부터 '일본 문화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에게 팔자!'라는 게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나 보니까요. 그들의 고객은 우선 일본 문화를 알고 있는 일본인이 전제니까요. 사실 이 게시판에서 자주 다뤄지는 애니메이션이란 것도 결국 '다른 문화의 이해'가 필요한 것인데, 이런 본격적인 작품의 경우 일본어로 말하는 말장난보다도 더욱 공감이나 이해를 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IP보기클릭).***.***
이 글 유게에올리면 ㅂㅊ가 얼마나올라갈까..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이 글 유게에올리면 ㅂㅊ가 얼마나올라갈까..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59.15.***.***
ㅇㅈ.RRitz 이놈이 겁나 예의없게 씨부리고 자기합리화만 하네. 본인이 기본 예의가 안되어있으면서 자기말이 옳다고. 후 한숨만 나온다. | 17.07.16 00:43 | |
(IP보기클릭).***.***
원래 비평이나 평론이라는게 이런겁니다. 남들이 보기에 별 대단하지도 않은거에 지나치게 의미부여하는 것처럼 보이는거지요. 하지만 제작자의 의도 파악이 될수도 있고,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청자의 기호를 의식한 결과이기때문에 제작자도 모르게 현 사회나 과거 사회의 영향이 드러나는걸 파악할 수도 있지요. 결국 아는만큼 보이는겁니다. 못 본다고 잘못된건 아니고요. 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그런겁니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본인들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만든 사람들의 성향이나 기호, 다른 작품이나 사람들에게 받은 영향 같은것들이 작품에 드러나는 경우는 많이 있지요. | 13.01.25 17:16 |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작품 만들때 작화만 좋고, 성우만 좋게 때려넣으면 다가 아닙니다.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런거' 다 생각하면서 만듭니다. | 13.01.25 19:56 |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59.15.***.***
아는만큼 보이죠. 그런식의 생각도 있을수 있지만. 전 비교적 정확한 해석으로 봅니다 | 17.07.16 00:4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