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표지랑 특전 소설 일부입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일단 올립니다만...
제가 번역한 물건도 아니고 저작권 문제도 있으니 엑기스만 간추려서 올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뭐 그래도, 그런 격렬한 고문(간지럽힘 형벌)을 어떻게든 버텨낸 메구미는, 그 발갛게 물든 몸을 욕탕에 담그면서, 호오~하고 섹시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의도한건 아니지만 좋은 운동을 했으니까, 아침밥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그건 그렇고, 오늘은 꽤나 튼튼한..... 아니, 꽤나 긍정적이네, 카토양.』
『그야, 지금 당한 일 같은 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잖아요.』
『그게 아니고, 이번 합숙을 와서..... 아니, 최근의 너는, 계속.....』
『아~...... 네』
우타하의 그 지적은 에리리에게도 미치루에게도 그리고 분명 토모야에게도 짐작가는 부분이있는 것이었다.
이번 합숙을 발안한 것은, 물론 토모야였다.
하지만 합숙이 정해지고나서, 주로 움직인 것은 거의 메구미였다.
로케 지역의 선정, 여관의 확보, 일정의 조정......
금방 꿈을 얘기하면서, 화제를 발산시켜버리는 토모야를 냉정하게 서포트하고, 남자애가 미처생각하지 못하는 여자애의 사정을 고려, 지금도 이렇게 모두의 완충제가 되려고 하는........
뭐, 아주 조금 풍파를 일으키는 쪽이 되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도 그럴게, 즐겁잖아요.』
『메구미......』
그래도, 분명히 있었을 터인 고생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안하고, 지금도 플랫하게, 하지만 온화한 웃음으로 대답해준다.
『어쩐지 학원제의 준비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서, 재미있잖아요.』
『뭐, 아마도 완성이 가까워질수록, 지금까지 이상의 지옥이 시작될테지만 말이지』
『하지만 분명히, 그 지옥을 뛰어넘으면, 굉장히 즐거운 기분이 되겠죠?』
『카토쨩......』
『그러니까 에리리도, 카스미가오카 선배도, 그리고 효도양도, 크리에이터라는 것을 계속하고있는 거죠?』
그런 메구미의 웃음을 보면서, 모두가 생각했다.
그 온화하고 주저함이 없는 표정은, 그래, 지금은 사어가 되어가고있는, 현모양처라던가 하는천연기념물과 같은.......
누구의? 라는 것에 관해서는 또 파랑이 불어 닥칠테니 아무도 입에 담지 않았지만.
『그러니까, 앞으로 두달...... 힘내자? 모두들.....』
『그렇네, 이번 합숙으로 비쥬얼 이미지도 굳어졌고..... 돌아가는 전차안에서 러프라도 잡아볼까』
『 최종결전 시나리오, 머리에서 정리는 끝났으니까...... 도쿄에 돌아갈 무렵에는 플롯으로 짜낼 수 있을거야』
『아, 그럼 나도 신간선 안에서 엔딩곡 만들어야지!』
『라지만, 너 기타 안가져 왔잖아.』
『아~ 젠장, 안타깝네! 그럼 돌아가는 전차 안에서 잊어버리지않게 계속 멜로디를 흥얼거려야지!』
『절대로 그만둬.』
『할거면 혼자만 떨어진 자리 잡아서 해.』
『에~, 너무해~!』
『아하하......』
그런 메구미의 기분이 옮아간 것일까.....
지금은, 네 명이 전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침의 햇살이 노천욕탕의 안에 스며 들어왔다.
그 햇살을 눈부신 듯 받으면서, 그녀들은, 마지막 부분만, 조용하게 맹세했다.
『만들자, 우리들의..... 최강의 게임을』
『뭐, 내 시나리오가 있으면 안심이지.』
『내 곡으로, 모두 울려줄테니까.』
메구미에게 그 옆 얼굴은 대담하고, 강하고, 그리고 든든하게 보였다.
『응, 이 정도면 괜찮겠지. 우리들의 서클, 공중분해 같은 거 안하겠지.』
『......』
『......』
『......』
『에, 잠깐 기다려? 뭐야 그 침묵은? 안하는거지? 모두 계속 같이 있는거지?』
너무나 거시기한 이유로 이루어질뻔 한 결렬을 일보직전에 회피시킨 에리리는, 아무튼 양친을진정시키기 위해서도, 다시 한 번 자신의 츤데레 주장을 반복했다.
『뭐~가 소꿉친구야! 장래를 약속한 남자애야! 그냥 십덕이잖아! 그런 녀석 따위랑 같은 서클을할 리가 없잖아!』
『아니, 십덕인 건 서로 마찬가지인거 아니니, 에리리?』
『그래, 네 너무나도 거시기한 취미에 발맞춰 줄 수 있는 건, 토모군정도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에리리의 너무나도 전형적인 고집쟁이 모습에, 겨우 침착함과 모에심(萌え心)을 되찾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아이의 반응에 심쿵하면서 태클을 넣었다.
『있다고, 친구정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착착 만들었는걸! 그러니까 이제 옛날 친구 같은 거잊어버렸어! 소꿉친구 같은 거 내 역사에는 없어! 흥미도 없어!』
『...... 정말? 소꿉친구 그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린 거니?』
『그래! 그럼 안돼?』
『아니, 안될 거는 없지만, 그렇지만 에리리......』
『뭐야!?』
『『너, 또 소꿉친구 루트로 들어갔는데?』』
『...... 에?』
라고 양친이 가리키는 곳...... TV의 모니터를 보자, 마침 자신의 콘트롤러에서 흘러나간 지령에 의해 「유키에를 쫓아간다」를 선택한 상황이었다.
그것은, 마침 학원편의 클라이막스. 생도회장..... 아니 제반의 사정에 의해 학생회장이라는 미묘한 직책명을 가지게 된 히로인, 시
즈루에게 유혹 당하던 장면을 우연히 소꿉친구인 유키에에게 발견당하고, 도망치는 그녀와 유혹해오는 시즈루와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던 순간의 일이었으니.
『아앗!? 어느새!』
『아니, 어느새가 아니잖니 에리리......』
『애초에 「호박색 콘체르토」는 유키에의 난이도가 제일 높으니까, 그 선택지가 나올 때까지 한
번도 선택 미스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는 마당에......』
『에, 에, 에~ 그러니까, 그건...... 그, 봐, 적당히 고르다보니까.....』
『에리리...... 너, 실은 「호박색 콘체르토」, 유키에 밖에 클리어 안했지 않니?』
『으......』
『「호박색 콘체르토」뿐만이 아니라구요...... 애초에 어떤 미소녀게임도, 소꿉친구 루트만 클리
어하고 그 다음엔 내팽개쳐 버리고......』
『얘얘얘, 얘기하지 마, 그건 얘기하지 마~~~~!!!』
『흑, 훌쩍, 훌쩍...... 너무해. 아빠도 엄마도......』
『아~, 아니, 그치? 사유리씨?』
『그, 그래그래, 저거야 저거. 그치 에리리?』
「너무한 건 너의 너무나도 거시기한 감정이입이 아니고?」라고 태클을 넣고 싶은 것을 참고,두 사람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려버린 사랑스런 딸에게 말투만은 부드럽게 해서 얘기를 걸었다.
『저, 저기 에리리, 들어 보렴?』
『이, 이젠 몰랑.』
아니, 말투뿐만이 아니고, 몸짓도 표정도.어느 샌가 두 사람은 제대로 된 부모의 얼굴을 하고 딸아이를 다독이고 있었다.
『너 말이지...... 그렇게 계속 울면서 얼버무리고만 있다가는, 언젠가 더 크게 울게 될 날이 오게 될 거야?』
『...... 에?』
『우리도 말이지, 에리리처럼 말다툼을 벌였던 적이 있었단다......』
자신들의 사랑의 결정에 담겨있는, 먼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마침, 사귀기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던가......』
『조그만 오해를 시작으로 서로 갈라져서 말이지.』
『둘 다, 「이제 그런 사람 몰라」라고』
『나는, 고집을 부리면서 귀국해버렸고』
『나는 고집을 피우느라 전화 한 통화 걸지 않았어』
『그런 날들이, 반년정도 계속되었을까.......』
『네가 고집을 피우고 있던 세월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시간일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그 반 년간, 마치 지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단다.』
『아빠, 엄마......』
『에리리...... 너는, 우리보다도 훨씬, 깊고 어두운 지옥에 있었지.』
『그러니까 슬슬, 솔직해져도 괜찮지 않겠니?』
『지상으로, 기어 올라가려고 생각해도, 벌은 안 받지 않을까?』
『....... 윽』
꾹 눈물을 닦아내며, 에리리는 아래쪽에서 두 사람을 올려보았다.
그 작은 동물과 같은 귀여움에, 부친도 모친도 정신없이 끌어 안아버리고 싶어지는 것을 꾸욱참고, 지금은 단지, 천천히, 타이르듯 얘기를 계속했다.
『저기, 에리리...... 너는 우리가 한 가족이 되지 않았다면, 싫었겠지?』
『...... 그랬으면, 애초에 난 태어나지도 않았어.』
『아하하, 그렇네...... 그럼 에리리는, 우리가 화해한 것에 감사해줬으면 싶구나.』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너에게 감사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해.』
『...... 응』
눈물을 닦고, 아주 조금 망설이고,그래도 끄덕하고 승낙한 다음, 에리리는 다시 한 번,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콘트롤러를 손에 들었다.
남은 건, 삭제당한 에로씬 대신의 알콩달콩씬과 엔딩뿐이다.
에리리는, 그 엔딩의 저편으로 자신의 소소한 결의를 실어서 버튼을 눌렀다.
『...... 그런데, 둘은 어떤 이유로 싸웠던 거야?』
『그게 말이지 들어봐 에리리! 아빠가 말이지 영국에 남겨두고 온 소꿉친구랑 나한테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니까!』
『아, 아니,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그녀 쪽에서 이상하게 착각을 해버려서 말이
지, 잘라 내는데 꽤나 고생을 했었지~ 아하하하하하......』
『아아아아아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
작가양반, 에리리좀 그만 괴롭히슈
「저기, 카토양」
「네?」
언덕 위, 주차장의 벽에 등을 기대고, 두사람은, 화창한 봄날의 태양이 내리쬐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지금쯤 그녀들의 두통의 씨앗은, 분명 이 화창한 날씨를 느낄 새도 없이 PC앞에서 머리를 감싸쥐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당신쪽은, 어째서지?」
「뭐가 그래서고, 뭐가 어째서인지......」
「가족여행을 팽개치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우리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까지 윤리군을 위해서 노력하려고 하다니......」
「정말로, 새삼 다른 사람한테 냉정하게 질문 받으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곤란하네요」
「......그의 어디가 좋아?」
「아뇨 별로 좋을것도 나쁠것도 없는데요」
그 애매모호한 색인지 투명한 색인지도 알 수 없는 대답에, 우타하는 노골적으로 미심쩍어하는 태도로 메구미의 읽을 수 없는 표정을 바라본다.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거야? 보통 여자애라면 '짜증나, 꼴도 보기 싫어~' 라고 생각해도 별 수 없는 '인격자'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것인가......아니, 그 목적이 뭔지 말해보라고 해도 도저히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확실히 그렇게 생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네요. 저도 그런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나 할까, 그런 마음이 해파리의 수분 정도는 있다고나 할까......」
「그럼, 어째서?」
해파리의 수분비율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내버려두고, 우타하는 대답을 재촉한다.
「뭐어, 그건 뭐라고 할까, 왠지 모르게, 즐거울 거 같아서요」
「......동인 미소녀 게임을 만드는게? 사람에 따라서는 완전 밥맛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할게 없는 오타쿠 취미인데?」
「역시나 사회적으로는 그렇게 생각되는게 당연한 걸 하고 있는 건가요?」
「그런것도 모르는거야?」
「애시당초 뭘 하는건지 전혀 상상이 안가서요」
「뭐, 보통 여자애라면 그렇겠지......」
「그치만, 아키군이 엄청나게 즐거워 보였기 때문에, 분명 시시하지는 않겠구나~싶어서」
「......당신, 시시하지만 않으면 아무나랑 어울리는거야? 아프지만 않으면 아무한테나막 대주는 그런 여자야?」
「죄송한데 카스미오카선배 지금 발언은 아키군에 필적할 정도로 심한데요」
「저, 용기라고나 할까, 주체성이 없지요~」
아주 조금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르지만 표정이나 태도로는 잘 알수없는 말 없는 몇 초가 지난 후, 메구미는, 우타하가 전혀 사과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한숨을 한번 쉬더니 자기가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러니까, 밴드라도 댄스라도 애니메이션이라도, 사실은 뭐든 상관 없었을 지도 몰라요」
앞쪽 두 개와 뒤쪽 한 개의 사이에 놓인 갭이 신경 쓰였지만, 우타하는 거기엔 태클을 걸지않기로 했다.
「아주 약간의 비일상과, 금방 돌아올 수 있는 곳에 있는 일상......그런, 안심하고 맛볼 수 있는 스릴 같은 걸 동경한 걸지도」
「스릴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간단하게 맛볼 수 있는게 얼마든지 있잖아? 원○교○ 라든가 위험한 ○약이라든가」
「죄송한데 '금방 돌아올 수 있는'이라는 전제조건을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어설프네 카토양. 당신은 오타쿠의 사람을 꼬득이는 수법을 얕보고 있어.정신이 들면 방안이 온통 오타쿠 상품으로 채워져 있고, 안쓰러운 복장으로 이벤트회장을활보하고, 커플링 논쟁으로 주변의 여자들과 으르렁대고, 이상하게 오타쿠 스테이터스가 높은, 하지만 인격적으로 끝장인 동인파락호에게 농락당하다 평생을 꽃밭에서 보내게 되는......」
「아~, 그런 곳에 도달하기 전에 퇴각할 준비는 언제라도 하고 있으니까~」
애시당초 꽃밭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는건 본인에게 있어선 행복한 것 아닌가......?뭐어, 주변에서 보기에 얼마나 안쓰러운가는 제쳐두고.
「게다가, 그렇게까지 자신에게 구애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어느 한쪽으로기울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어느 한쪽 이라니?」
「엄청나게 질색하거나, 끌리거나」
「..........」
그 때 메구미는, 우타하의 표정에, 지금까지는 전혀 본적없는 색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어, 보통이라면 9:1 이나 99:1 정도로 엄청나게 질색하는 쪽이겠지만」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1쪽이 된거야?」
그러니까 메구미는, '그럼, 어째서 카스미오카선배는 1쪽이 된건가요?' 라고 질문.....하는 건 역시 할 수 없었지만.그래도 그 질문이 분명 본질을 피해가지 않았다는 것 만은,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
「별로, 1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한거 아닌데요? 분명 질색했어요. 그치만 '엄청나게'까진아니었거든요」
「그럼 어째서 그런 예시를 든거야? 애매하게 구는 사람이네」
「아까부터 계속 그런 지적을 받네요」
결국 메구미는, 그 '아무리 그래도'라는 감정조차 품지 못했다.
99%의 대다수도, 1%의 절대소수도 되지 못했다.
「그러니까 뭐어, 어느 한쪽으로 기울 때까지, 좀 더 시간이 있으니까......그 때까진 어울려 볼까하고」
「......당신, 역시 맘에 안 들어」
「아하하......」
그러니까 메구미는, '저도, 좀 껄끄러울 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대답......하는 건 역시 할 수 없었다.
「그러면, 시간도 없고 하니, 슬슬 휴식은 끝이야」
「네-에, 다시 잘 부탁해요. 카스미가오카 선배」
「그 건성으로 하는 대답부터가 히로인 답지 않으니까 제대로 수정 하도록」
「네-에......옙」
결국 우타하는, 이 10분간의 휴식중에, 메구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메구미도, 이 10분간의 휴식중에, 우타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을이해할 수 없었다......뭐어 명백한 것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알게되어버려 곤혹스러웠지만.
「그럼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만 충고......라고나 할까, 어드바이스야 카토양」
「부탁드립니다」
「당신이 진심으로, 그를 힘내게 해주고 싶다면. 그를 응원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그를 사랑하도록」
「에~」
그 '방금 말한 것조차 지키지 못하는 거야!?'라고 대본으로 후려치고 싶어지는메구미의 태도를 꾸욱 참으면서, 우타하는 참을성 강하게 계속 말한다.
「그 본인이 아니라도 좋아. 그와 같이, 2차원의 그라도 좋아」
「......아키군을 2차원으로 만들면, 훨씬 더 짜증스러워지지 않나요?」
「그래도, 자신이 그린 이상적인 그 라면 사랑할 수 있어, 그렇지?」
「어떠려나? 저 지금까지 그런 거 별로 느껴본 적 없고」
「그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자......눈을 감아. 카토양」
「......네」
이번엔 순순히, 그리고 아주 조금 히로인스러운 어조로, 메구미는 눈을 감는다.
그것은 마치, 좋아하는 남자에게 그렇게 부탁 받았으니까,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 처럼.
「당신의 '그렇게 되어주었으면 하는 그' 를 마음에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걸도록」
「저의, 그렇게 되어주었으면 하는 그......라는건, 어떤 남자애, 려나?」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자신의 본질을 이해해 주고, 누구의 의견에도 휩쓸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자신에게 구애되어 주는 사람」
「..........」
「그것이 성가시게도, 추종도 흑심도 아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부터의 절찬이라고믿을 수 있는......그런, 짜증나지만 뒤가 없는, 언제나 진지한 남자」
「..........」
「그리고 안경을 벗으면 꽤 귀여워서 열받아」
「풋」
「뭐가 웃기지?」
「아뇨......그게 카스미가오카선배의 '윤리군'인가 해서요」
「아니 윤리군은 허당에 불성실한 최저인 남자야. 그런 놈 죽○버리면 좋을텐데」
「......카스미가오카선배?」
당황해서 다시 눈을 뜬 메구미의 눈앞에는, 방금까지 눈을 감고 있었을 때와 같은,아니, 한층 더 어두운 암흑이 펼쳐져 있었다.
참고로 해파리의 체중 수분비율은 95%라고 합니다
「처음의 구상대로라면, 선택받는 것은 사유카였고, 실제로 너의 초고에는 그렇게 되어 있었어」
환타스틱 대상 수상작 '사랑하는 메트로놈'은, 애초에 신인상의 응모 룰이 그랬기에, 한 권으로 완결되는 스토리였다.
등장하는 캐릭터들 중에, 이야기를 움직이는 것은 심플하게 두 사람......
주인공 나오토와 히로인 사유카.
그 한 권에는, 그들의 만남부터 어렴풋한 사랑, 그리고 엇갈림을 거쳐 청춘 가득한풋풋한 화해가 그려져 있었다.
1권만을 본다면, 사유카와 맺어지는 것은 의심 할 여지가 없는 기정사실로, 이 이야기에는 급전개도 서프라이즈도, 아니, 애초에 다음권 조차 필요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도 난, 그 초고에 위화감을 느꼈어......물론 작품으로서는 엄청나게 재미 있었고
분명 "있을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하지만, 신인상까지 수상한 작품이 한 권으로 끝난다니, 작가입장에서도 출판사입장에서도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그래서 새롭게 "덧 붙여진" 2권에서, 신 히로인 마유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때, 카스미 우타코는 예정조화를 바라지 않았다.
신 히로인을 준비된 패배자로, 사유카를 띄워주는 장식품으로 그리는 전개를 하지 않았다.
마유이는 나오토에게 솔직한 사랑을 했고.
마유이와 사유카는 솔직한 친구가 되어.
세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점점 무거워져서, 이야기는 점점 진흙탕 전개가 되어갔다.
그들의 마음은 복잡하게, 성가시게, 사람냄새나게, 싱싱하게 얽혀가고.
나오토와 맺어지는 것은 도대체 어느쪽인가......이미 그것은 어떤 독자도 알수없게 되어최후의 결단은 작가에게 맡겨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4권을 지난 시점에서, 우타하도 마치다도, 실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좀 더 올바른, 지금까지의 흐름에 솔직하게 올라타는, 무엇보다 [전 5권]의 작품으로서 좀 더 납득 가능한 엔딩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작품 안에서 가장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것은 마유이라는 것을.
반대로 사유카는, 3권 근처부터, 무언가에 얽매인듯 자신의 마음을 봉인하려 하고 있었다.
「넌 [전1권]이었을 무렵의 구상에 사로잡혀서, 지금, 독자가......세상이 원하는 답이 보이지 않는게 아닐까하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 무렵부터, 우타하의 안에서 사유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완성되어 있었다.
'사유카는, 이런 약삭빠른 언동은 하지않아'
'사유카는, 이렇게 똑바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아'
'좀더 심술맞고, 쭈뼛쭈뼛하고, 사랑 같은 건 할 수 없는, 근본부터 어두운 여자아이'라고.
그렇기에, 초고의 [사유카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일변해서, 마유이로부터 나오토를빼앗는 엔딩]은 두사람에게 있어서 위화감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1권 무렵의 사유카에 가까웠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4권 무렵의 사유카와는 이미 다른사람으로.
그 [캐릭터의 성장에 의한 어긋남]은, 뒤로 몇권을 더 사용해야 원래대로 되돌릴수 있을까,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5권 완결이라고 정해졌을때 부터 알고있었어요......이 작품에 요구되는 결말은」
「......그런데도 넌, 그 초고를 써왔어」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독자인가, 단 한 사람의 독자인가.
캐릭터를 행복하게 할 것인가, 캐릭터의 "안쪽 사람'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
그 때의 우타하는, 선택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 선택을, 단 한사람의 독자에게 맡기려고 했었는데......
「하지만, 제대로 고쳤잖아요?」
「그러니까 그 때, 넌 엔터테인먼트 작가로서 검게 성장한거야......새 시리즈도 안심하고맡길 수 있는 간판작가, 카스미 우타코가 된거지」
그 선택은, 자신에게서 새어나온 의지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 한사람의 독자에게 거절당해 어쩔수 없이 선택한, 작품에 요구되는 선택이었지만.
「......윤리군에게도, 그렇게 되라는?」
지금, 말그대로 그 힘을 가지고 있지않은, 단 한사람의 독자에 의해......
「그렇게 된다면, 꼭 환타스틱 문고에서 한 번 써줬으면 좋겠네. 그 라면 너 이상으로초 귀여운 히로인을 쓰는게 가능할 지도......뭐어, 스토리성은 미지수지만」
그 때 우타하의 표정을, 그 때만큼은, 마치다도 읽을 수 없었다.
분한 듯, 즐거운 듯, 짜증난 듯, 기쁜 듯.
그리고, 왠지......울고있는 듯.
「뭐어, '사랑하는 메트로놈'이 문학계라면, 사유카 엔딩이라도 좋았겠지만 말야 '이것이 작가성이다'라고 적당히 주장해버리면 만사OK인 세계니까~」
「......마치다씨는 문학계에 뭔가 원한이라도 있는건가요」
때문에 마치다는, 마지막에 아주 약간 상냥하게, 도망쳤다.
「뭣하면 이번에 우리회사에서 새로 만드는 문학라벨 [후지카와M문고]편집부에 소개해 줄까? 우선 그쪽에서 마음껏 가짜 문학을 써서. 언젠가 본격 여류작가를목표로 하는것도 좋지않아?」
「이 이상 일을 늘리지 말아주세요. 그러잖아도 게임 시나리오가 지금부터 아수라장에 돌입할텐데」
「에이~ 그치만 난 [후지카와의 통제가 통하는 범위내]에서만 관리 하는 사람인걸~」
「애초에 문학계라면, 나오토가 둘 다 한테 버림받는 엔딩이 제일 잘 먹히는거 아닌가요?」
「아~, 그거 좋네~! 그럼 조속히 M문학 편집장한테 기획서 제출해 둘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그만둬 달라고 말했잖아요」
우타하 최대의 은인이자, 유일하게 이길 수 없는 상대는.
마치다 최대의 비장의 무기이자, 유일하게 강하게 나갈 수 없는 상대는.
서로를, 조금은 뒤틀린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며, 동시에 식어버린 커피를 마셨다.
「이야~ 개어서 다행이네~」
「더워......」
호텔을 나서니, 초여름의 눈부신 태양이 두 사람에게 내리쬔다.
「자아, 오늘은 우선,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의 로케헌팅부터 시작하자고? 오늘중에 시내의 사립고교를 전부 돌아보고, 우선 모델이 되는 장소부터 정해둬야지!」
「......'처음에 취재하는 학교가 이 작품에 제일 어울리는 무대'라고 어젯밤 꿈에계시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취재 시작하기도 전에 땡땡이 치려고 들지않기!」
「하다못해 버스말고 택시로 다니면 안돼나요?」
「안돼, 버스로 통학하는 캐릭터가 있을지도 모르고, 이것도 제대로된 취재의 일환 이니까」
확실히 올해의 최고기온을 갱신할듯한 날씨에, 우타하가 나서기 전부터 우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치만 저, 어제 철야로 플롯을 썼으니까, 도중에 못 버티고 쓰러질지도」
「그런거, 네가 좋아해서 한일 이잖아?」
「좋아한다고 말한적 없어요. 그런 무리를 강요하는 주제에 아무런 보상도 안해주는 프로듀서따윌 누가......」
「작품 얘기였는데......」
「물론 알고있어요. 그런 프로듀서가 만드는 작품따위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
이미 우는소리 뿐만이 아니라, 넋두리까지 늘어놓기 시작한 듯한 기분이 들지만,뭐어 그건 그렇다치고......
「그래 알았어 알았어. 그럼 출발하자~」
「나른해......」
그래도 우타하는, 계속 우는소리와 넋두리를 늘어 놓으면서도, 그 의지가 되는인생 선배의 뒤를 따라간다.
「그런데 아까, 너희들 방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을 때, TAKI군의 이 세상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비명소리가 들리던데, 너 대체 무슨 지독한 짓을 한거야?」
「돌아갈래. 지금 당장 돌아갈래」
『아~, 아래층에, 너라면 지금 당장 들어와 살아도 괜찮다는 애가 있었는데. 뭐하면 소개시켜줄까? 남자랑 여자 어느 쪽이 좋아?』
「....... 지금으로써는 한명의 여성, 아니 남성에게도 얽매이는 건 거절합니다!」
『질리면 갈아 타 버리면 되잖아. 그게 파락호라는 거잖아?』
「아니 그건 기둥서방이니까요...... 변함없이 저속하시네요. 아카네씨.」
『일본에서 제일 저속하게 되고 있다고 항상 얘기하는 네가 이제와서 뭔 소리니?』
「저는 오타쿠로서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을 뿐이라구요.」
그래, 절친에게도......
「슬슬 갈까 오빠? 이제 곧 아버지들하고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야.」
「그래그래~. 알았어 이즈미. 그럼 아카네씨, 다음에 또 뵙죠!」
그리고 이오리는, 그렇게나 끈적하고 시꺼먼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깜짝할사이에 『여동생에게 휘둘리고 있는 잘 어울려주는 오빠』의 얼굴로 돌아와, 서둘러 이즈미의뒤를 따라갔다.
「그러고보니, 새 중학교의 교복 도착했을까~?」
「입고 가는 건 개학식 때부터잖아? 아직 한달 너머 남았다고?」
「그치만, 토모야 선배를 만나러 갈 때 입고 가고 싶다고!」
「아~ 과연~」
「토요가사키 학원은, 내일이 종업식이잖아? 즉, 앞으로 하루밖에 찬스가 안 남았다는 얘기고.」
「아니, 별로, 여름방학에 들어가고 나서 집으로 인사를 가도 상관없는 거 아냐?」
「뭘 모르네, 오빠. 그러니까 여동생계 후배라고? 교문의 기둥에 등을 기댄 채 나오는 걸 기다리는 게 정석이라구!」
「정말로 너, 토모야 군에게 오염...... 영향을 받았구나.」
「그건 그렇고, 오빠는 내일 어떻게 할 건데?」
「아아, 나도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갈까 생각중이야..... 최대의 적에게 말이지」
「그렇다는 건, 오빠로서는 드물게도 남자를 만나러 가는 거네?」
「아니, 그건 말이지 이즈미..... 뭐 그렇긴 하지만」
모처럼 의미심장하게 내뱉은 대사도, 아무런 사정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여동생에게는 통하지않고, 이오리는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
「뭐, 상관없지, 그럼 역으로 돌아갈까 오빠?」
「저기 이즈미, 돌아가는 건 유리카모메를 타고 가지 않을래?」
「그거 잔뜩 돌아서 가는 거 잖아?」
「별로 상관없잖아? 아버지야 잠깐정도 기다리게 놔둬도.」
옆에서 보자면, 그저 사이좋은 남매로.
아니, 아마도, 본질적으로도 사이좋은 남매로.
단지 오빠가 여동생에게, 한가지 커다란 비밀을 가지고 있을 뿐.
『토모야 선배, 기다려줘요......』
『이제야 겨우 승부구나, 토모야 군.』
두 사람이 떠올린 상대는 우연찮게도 같은,하지만 둘이 떠올린 감정은 완전히 정반대인.
여동생은 새하얀 미소를, 오빠는 시꺼먼 웃음을.
...... 그런 대조적인 표정을 보이고 있을 터인 두 사람이었지만, 어째선지 그 눈동자는 양쪽다 똑같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뭐, 그렇네...... 카스미가오카 선배랑 얘기할 때는 좀 더 자연스러운데 말이지.」
「그 여자는 정말로 싫으니까! 본능 단계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를 수 없을 뿐이니까!」
「아, 그 뒤에 『오해하지 말란 말이야!』로 계속되는 거지? 알고 있어.」
「몰라도 되니까 그런 공식!」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봐봐, 지금 굉장히 자연스러웠어』같은 분위기 깨는 (이하 생략
「그치만 말이지, 카스마가오카 선배는 본질적으로는 에리리의 아군같은 기분이 드는데 말이지~」
「그만, 그만, 그만, 소름 돋잖아! 봐봐 이거! 실시간으로 주르륵 돋아나잖아 봐!」
뭐, 그 가는 두 팔에 정말로 소름이 싹 돋았는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메구미는 아무리해도 에리리의, 그 우타하에 대한 츤데레의 규정 공식같은 리액션에서, 일종의 애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역시, 우타하에게서 에리리에게로 향하는 일종의 애정도......
『너희들 요즘 사이가 좋은 것 같지만, 너무 친해지면 나중에 지옥을 보게 될지 몰라.』
그, 바로 요 며칠 전에 우타하에게 들었던 경고의 말도, 메구미에게 있어서는 그녀 나름의 배려로 느껴졌다.
...... 덧붙여 얘기하자면, 그 배려의 대상이 분명하게 메구미보다 에리리에게 치우쳐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자신의 피해망상일 가능성을 고려해서 잊기로 했다.
「괜찮아 아군같은 거. 그도 그럴게, 아군이라면 메구미가 있잖아.」
「에~음, 아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치만, 잔뜩 있는 아군이 단숨에 수많은 적으로 돌아선다면 쓸데없이 더 곤란해지잖아?」
「그건......」
「나는 그런 체험이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진짜 내 편은 필요 최소한으로 충분해.」
「으, 음~...... 어쩐지, 에리리는 꽤 복잡하게 생각을 하네. 리액션은 그렇게나 단순하면서」
「너 역시 내츄럴하게 싸움 걸고 있는거지, 메구미」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은 몇 개월 뒤...... 아, 됐어, 지금 얘기하려다 만 건 신경쓰지 말아 주세요.
「어쨌든, 그런 이유로 해서 난 메구미한테는 사양 안 해」
에리리는 PET병의 마지막 한모금을 목구멍에 흘려넣고는, 히죽하고 에리리에게 웃음지었다.
그 웃음은, 겉 모습 쪽의 범용성 넘치는, 힘과 마음이 담기지 않은 그것과도, 뒷 모습 쪽의,
기호들이 흘러넘쳐고 힘과 마음이 쓸데없이 폭주하는 그것과도 달리, 자연스럽고 편안하면서 잔잔한.
「넌 짱 귀여워. 그리고 짱 플랫하고, 짱 다루기 힘들지.」
그것은 어쩐지, 평소라면 메구미가 지을 것 같은 웃음과도 닮아서.
「우와~ 짱 열 받아~」
「아하하, 짱 건성이잖아~」
「에~ 짱 쇼크~」
「자! 그럼 휴식 끝. 이제부터 색칠 해 나갈 거니까, 또 포즈 부탁해, 메구미」
「응, 알았어, 에리리」
그래서 메구미도, 평소보다 한 발짝 더 내딛은, 평소 이상의 웃음으로 대답했다.
「저기, 에리리」
「응~?」
그리고, 에리리가 이번에는 화필을 꺼내 들고 나서 30분.
계속 입을 다문 채로,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고 그리기를 계속하는 긴장된 시간에 약간 지친것인지 메구미가 주저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이 게임이 완성되고 나면, 에리리는 어떻게 하고 싶어?」
「그렇네...... 우선은 뒷풀이일까? 테이블마다 셰프가 지정된 요정에서 철판구이 고베 쇠고기로 입가심을 하고, 그 뒤에 고급 호텔의 디저트 뷔페에서 나머지 배를 채운 다음, 그대로 호텔의스위트 룸에서 파쟈마 파티같은 건 어때? 물론 서클 대표는 참석하지 않고 돈만 내는느낌으로」
「그러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고 말이지」
그런, 아무 고민도 없이 했을 게 너무나 뻔한 에리리의 대답은 옆으로 제껴 두고, 메구미는아주 약간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서클 활동, 계속하고 싶어?」
「에」
「아키군하고 같이, 다시 게임 만들고 싶어?」
「메구미......」
그제서야 겨우 에리리의 붓이 속도를 아주 약간 떨어뜨렸다.
메구미와 캔버스 사이를 재빠르게 오가고 있던 시선이 아주 약간 느슨해지고, 그리고 흔들렸다.
「『blessing software』는 언제까지 계속되는 걸까」
그, 에리리의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 비춰지고 있는 건, 에리리 이상으로 흔들리는 눈동자.
「아키군의 꿈이 이뤄질 때까지의, 한 작품 한정의 서클일까」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있는 느낌. 눈가에는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느낌.』이라는리퀘스트에 대해, 웃음으로 보자면 80점 정도의, 하지만 복잡함에 관해서는 만점에 가까운 표정.
「다른 모두는, 이 서클에 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걸까.」
「뭐, 효도 미치루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지, 전혀」
「아, 아하하......」
「카스미가오카 우타하는.... 애초에 그 인간은 게임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더 불순하고, 더 사악하고, 더 무시무시한 욕망을 이뤄내기 위한......」
「그래서, 에리리는?」
「나는......」
메구미의 표정이 슬슬 리퀘스트에서 대폭으로 이탈하기 시작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에리리는 어느 샌가 붓을 완전히 멈추고, 메구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불순하든 순수하든 어느 쪽이든 괜찮지만...... 에리리는」
「아직 첫 번째 작품조차 완성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벌써 다음 이야기?」
「그도 그럴게, 지금 만드는 게임은, 나, 그다지 도움이 안되고 있고」
「“계기”가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말이지...... 그 경위가 아무리 어처구니가 없다고는 해도」
「그치만 그건 내 능력도, 내 의지도 아니고」
「......『자신의 의지를 가지지 않고, 주위에 휩슬려갈 뿐』이라는, 카토 메구미의 개성은 어디로 간거야?」
「에 그러니까, 그건 개성이 아니고 결과론일 뿐이고. 이라고 할까 지금 꽤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건데.」
「아니, 그치만...... 어쩐지 지금의 메구미, 메구리쪽보다 루리랑 닮았다고?」
「그러니까, 진지함하고 얀데레를 오인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그런 생각지도 않은 메구미의 센티멘탈한 말과 태도 안에서, 에리리는 주인공의 현세에서의 학급친구보다도 전세의 『역시나 오라버니에요』라는 여동생의 그림자를 느끼고 있었다.
아니 샘플 대사가 조금 틀렸는지 모르겠지만, 거기는 굳이 신경쓰지 않는 방향으로.
「어쩐지, 점점 완성에 가까워져 가는 것에 따라 이런 생각이 들어와...... 좀 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언덕 아래에서 불어올라온 바람이, 메구미의 머리칼과 스커트 자락을 흔들었다.
「에리리가 그림을 그리는 것같은, 카스미가오카 선배가 시나리오를 쓰는 것같은,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그 너무나도 이벤트 CG와 똑같은 순간에도, 에리리는 그 광경을 눈에 각인시키는 단계에만 머문 채 메구미의 말을 기다렸다.
「그치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까지 아키군에게만 시키는 것도, 어쩐지 재미없구나~하고 생각하게 된 거야.」
「그거 아마도, 대부분이 잡심부름이다?」
「잡심부름, 재밌는데?」
「메구미......」
그런 너무나도 히로인다운 구도와 표정으로 내뱉은 메구미의 말은, 결국 쓸데없이 엑스트라 같아서.
「여러가지 잡무들이 쌓여서, 결과적으로 무언가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건, 굉장히 두근두근 한다고?」
그래서 에리리는, 그녀의 서클에 있어서의 위치와 중요성이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 이제와서 알 수 없게 되었다.
잡심부름 담당이자 구심점이고, 어시스턴트이자 흑막이고, 존재감이 없으면서 그렇기에 가운데에 서는.
그리고, “그 녀석”의 가장 소중한......
「...... 그런 것 보다도 지금은, 메인히로인에 전력투구 하도록 해」
「에리리......?」
「이거, 그렇게 한눈 팔아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결국 에리리는, 메구미의 “장래”에 대한 물음을 어찌저찌 얼버무렸다.
그 “도망”이 무엇인지, 어디서 온 감정인지, 혹은 단순히 어쩌다보니인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지만.
「더 만면에 웃음! 더 찡그러뜨린 우는 얼굴! 기쁨, 그리움, 모든 감정을 얼굴에 띄우고, 얘기해 봐!」
『오랜만이야. 또..... 만나게 됐네.』
그 대사는, 에리리가 지정하기 전에, 메구미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표정도, 에리리가 원하는 것을, 아니, 그 이상의 감정을 싣고 있어서......
「좋았어, 그 표정 그대로 움직이지마 메구미!」
「어, 얼마동안?」
「그렇네...... 앞으로 최소한 한시간은!」
「에~」
에리리는 다시금 붓을 들고는 눈으로 쫓기도 힘든 속도로 캔버스 위를 미끄러져 갔다.
그 뒤로는 이제, 메구미가 무슨 이야기를 걸어도 대답하는 일은 없었다.
그 표정은 지금의 메구미에게 조금도 뒤처지지 않게, 즐거운 듯, 괴로운 듯, 예쁘고 귀여워서.
그래서 메구미로서는 그런 에리리가 부럽고, 그리고 눈부셨다.
그 아름다움보다도, 그 진지하게 열중하는 모습이......
「완성됐다~!」
「에, 음~...... 그럼, 에리리?」
「응, 이제 얼굴 표정 풀어도 돼, 에리리!」
「하, 하아~~~~~~~」
...... 결국, 에리리의 “최소한 한시간”이라는 명령은, 상당히 충실하게 지켜졌다.
그 말이 떨어지고 나서 한시간하고 15분뒤, 에리리의 오른손이 그림붓을 쥔 채로 하늘로 치켜 올려졌다.
그리고 메구미는 전신을 헤롱헤롱거리며 지면으로 주저 앉았다.
「응, 이건 굉장해, 내가 한 거지만 초 걸작! 저기 봐, 보라고 메구미!」
「조, 조금만 기다려. 지금 그쪽으로...... 우와~」
하고, 메구미가 일어서는 아주 잠깐의 시간도 아쉽다는 듯이, 에리리가 방금 막 완성시킨 그림을 들어 올리더니 메구미의 눈 앞에 펼쳐보였다.
「이건...... 내가 모델인 주제에, 짱 대단하네.」
「모델이 메구미라서 짱 대단한거라고?」
「아하하」
「그치~?」
옆에서 듣고 있자면, 눈뜨고 못 봐 줄만큼 친한 사이끼리 서로 띄워주는 걸로 밖에 안들리지만, 하지만 지금 두 사람에게 있어선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로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게, 실은 그 그림은 단지 친구만을 위한 물건이었으니까.
「자 수고했어 메구미...... 이거, 선물」
「에, 무슨 선물......」
「생일선물」
「아......」
「미안, 한달 늦어져버렸네...... 실은 메구미의 생일, 알게 된 게 바로 요 근래라서.」
카토 메구미...... 9월 23일생.
그것은 두 사람이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게 된 기념할 만한 날보다 아주 조금 더 앞에 있는 날이었다.
「그, 그치만 에리리, 이거 게임의......」
「게임에 쓸 그림이라면, 봐 이쪽에」
「에......」
라고, 에리리가 내민 것은 다른 한 장의 카노 메구리.
...... 하지만 그쪽에는 색은 없이 단지 선으로 그려진 메구리가, 그럼에도 풍부한 표정을 띄우고 이쪽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애초에, 게임에 쓸 그림은 PC로 칠하니까, 일일이 그림물감 같은 거 안 쓴다고.」
「아~......」
그런 건, 메구미도 알고 있었을 터였다.
단지, 에리리의 지시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너무나도 평범하고, 너무나도 고압적이라서.
그래서, 설마 지금까지의 행위가 “자기만을 위해서”였다고는, 눈치 챌 수 있을 리가 없어서.
「축하해, 메구미」
「이건 답례하는 게 큰일이겠네...... 에리리, 3월이었지?」
「잔뜩 기대하고 있으니까?」
「아하하......」
길가에 주저앉은 채인 메구미는, 에리리의 그림을 받아들고 가슴에 안으려고 했지만..... 아직 덜 마른 그림물감을 발견하고, 그저 미소만으로 에리리에게 답례를 했다.
그 표정을 보고, 에리리는 다시 새로운 창작의욕에 휩싸였지만, 그건 또 다른 별도의 이야기.
단지 지금은, 지금 막 완성시킨 이 그림을 둘이서 바라보며 그 가치를 서로 얘기할 뿐이다.
「누가 뭐래도, 카시와기 에리의 미공개 신작이니까...... 여기에 직필 사인을 넣으면, 아마 ●만 밑으로는 안 내려갈 걸」
「모처럼 좋은 이야기로 마무리 지으려는 찰나에, 그런 뜬금없는 얘기는 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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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루가 주인공인 6권은 왜 없냐고요?
귀찮아서 안 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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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해파리의 수분비율은 99%입니다. 어려운 비유로 은근슬쩍 넘기는 저 스텔스폭격기 갓토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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