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학창시절 저의 취미란에는 언제나 이 네글자가 적혀 있었죠.

종이모형

10년도 더 지난 지금 저는 종이모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취미 = 직업인 사람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3년간 종이모형 회사에 다녔습니다.

참고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전공을 복수전공했지요.

종이모형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대학은 왜 다닌거냣!)

여튼, 34개월 정도를 다니고 퇴사하여

부천에 작업실겸 사무실을 얻었지요.

사업자도 내고요.

1인 기업 입니다.

[2013. 12. 25. 소사역 근처 옥탑 사무실]

옥탑이었지만 무보증에 월세도 저렴하고 여러모로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출퇴근 왕복 2시간이라는것만 빼면요.

밖은 이렇게...

* * *

- 파트 1 : 사무실 이전 -

1년간 일을 열심히한 결과 동네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얻을 정도의 보증금이 모였습니다.

덕분에 출퇴근 스트레스와 시간, 교통비를 절약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까지 6분 걸리네요.

[2015. 2. 8.]

공실이라 바로 입주가 가능했습니다.

[2015. 2. 11.]

벽이랑 천장 페인트칠 등은 해주시더라고요.

(밑색이 비쳐서 약간 얼룩덜룩한건...)

[2015. 2. 24.]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돈 안들이고 짐도 옮겼습니다.

1톤 트럭 하나에 때려박으니 되더군요.

(저녁값으로 20만원 지출...)

[2015. 2. 25.]

바닥은 그냥 저렴하게 장판으로 마감했지요.

(근데 아직 가구가!)

(없으면 만들어버리는 루리인 정신으로)

프라스틱 상자로 기둥세우고 도무송 목형 제일 큰걸 얹으면!

책상이 만들어졌습니다. (펔!)

(비상 업무 체제 돌입!)

주말도 못쉬고 밤 늦게까지 일할정도로 바빠서

이렇게 해야했습니다.

저기 에어컨은 전에 있던 사람이 놓고가서 득템!

(저게 작동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 *

- 파트 2 : 그 남자의 일 -

저는 종이모형 재료와 도구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하고 있지만,

주 수입원은 종이모형을 디자인하고 제품 생산해서 납품하는 일입니다.

사무실 이전하고, 짐은 옮겼지만 가구가 없어

짐도 못푼 상태에서일을 해야했지요.

말그대로 어수선!

얼마전 출시한 오오에도 블랙스미스의 한정판 패키지에 들어갈

페이퍼토이를 납품해야하는 일이 가장 급선무 였습니다.

[2015. 2. 26. 케이스까지 있어서 작업량이 2배!]

[2015. 2. 27. 작업대도 없어서 포장 작업은 느립니다.]

[2015. 2. 27. 아... 집에 가고 싶다.]

(왜 가질 못하니! 왜 가질 못해!)

[2015. 2. 28. 아직도 안 끝난 포장]

포장... 기계로 하는줄 아셨죠?

[2015. 3. 2. 드디어 끝]

한정판 사신 분들, 저의 손길을 느끼실 수 있나요?

쳐다보기도 싫네요.

보통은 아르바이트 쓰는데, 작업대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보니 그냥 혼자 꾸역꾸역 포장했습니다.

발주처에서 예쁘다고 해주셔서 뿌듯합니다.

한정판 기획중인 게임사 관계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아저씨, 여기서 영업하시면 안돼요.)

오오에도 블랙스미스의 전신격인 코드네임 조막돌 001

조막돌 001은 저희 자체 기획 상품 1호 였으나 엄청난 난이도로 인해

많은 종이모형 취미인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는 소문이...

올해 초 키덜트 하비 엑스포에서 7천부 뿌리고

지금 한 4천부 가량 남아있습니다.

(좋은말 할때 벗겨라.)

모에 앙아레!

여튼 저렇게 구조 설계하고 채색해서 인쇄 맡기고 도무송 쳐서 포장하고 납품하는 일을 합니다.

인쇄랑 도무송은 공장에 맡기고 그외 일은 혼자하고 있습니다.

(부사수가 필요하다!)

* * *

-파트 3 : 가구 조립 -

오오에도 블랙스미스 납품하고 (기둥뒤에) 공간이 생겨서

가구를 들이게 됐습니다.

[2015. 3. 2. 싸게 하려고 조립 가구를 선택했습니다.]

(사장님, 싼것 같아요!)

조립, 조립, 묵묵히 조립

그닥 튼튼한것은 아니지만 그냥 싼맛에 쓰는 걸로...

기둥이 찌그러져 온것도 있었는데, 귀찮으니까 그냥 쓰는 걸로...

짐도 슬슬 풀게됐습니다.

[2015. 3. 7. 회원들 작품도 진열하고요.]

참고로 로우킥 날리면 우수수 떨어질겁니다.

뜬금없는 도끼샷

(그거 도끼 아니야)

[2015. 3. 11. 작업대로 쓸 테이블과 추가 선반이 왔습니다.]

역시 조립입니다.

아.. 조립 그만하고 싶다.

책상 뒤에 선반 있어요.

뭔가 어수선하네요.

[2015. 3. 12. 작업대도 조립 완료]

[2015. 3. 19. 인터넷도 개통합니다.]

기가 팤팤 기가 싼산다!

- 에필로그 -

사무실 정리는 어느정도 끝났습니다.

코앞에 초등학교가 있다보니 하교 시간 초등학생들의 공습이 이루어집니다.

(수퍼액션에서 에바큐하길래 찍어놓은 샷. 그게 하필 AT필드 전개!)

AT필드로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을 것 입니다.

(산으로 가는 에바큐)

그들이 손대는 것은 곧바로 증발하고 말죠.

보통 저런 모형 전시품은 만지지 않는게 정석이지만 막 만집니다.

(야매로!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마! 끼얏)

왔다갔다 하시면서 제품 사시는 분들도 있고요.

아직 임시 개장인 상태입니다.

. . .

저희는 몇몇 취미 행사에도 나갑니다.

[2014. 12. 7. 하비페스티벌]

나가면 재밌지만, 적자를 봅니다.

저희 처럼 영세한 곳은 엄청난 타격이...

아직 자체 상품이 없기 때문에 기존 상품들을 팔고 있지만,

조만간 자체 상품도 나옵니다.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 . .

오랜만에 루리웹에 글 남겼습니다.

종이모형 재미있으니까

좀더 많은 분들이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혼자하기에는 힘들어서 빨리 부사수도 뽑고 싶네요.

올해는 그만한 형편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편의로 동네에 사무실을 얻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으로도 운영하고 있어서 조금이나마

종이모형을 알게 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동네 주민에 한정되긴 하지만요.

커플분들 오셔서 종이모형도 구경하고

(제품 사서) 만들면서 알콩달콩 재미있는 데이트도 할 수 있어요.

초등학생들의 공습은 보너스 입니다.

인천에서도 변두리라 오시기에 그리 쉽진 않을 겁니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잘나서가 아니라,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이 일을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방위 적인 어려움은 분명 있습니다만...)

자기의 길을 걸어가시는 분들 모두 힘내시고요.

또 뵙지요.

- 보너스 샷 -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