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뭔 ㅁㅁ 바람이 불었는지

돈까스를 만들어볼까 싶었습니다.

여태껏 개인적으로 만들어본 요리 중 최고난이도는 기껏해야 두루치기인데 말이죠.

(뭐.. 요리 잘하시는분에겐 돈까스도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겠지만

전 그나마 요리를 하기 시작한게 작년 10월쯤부터란걸 감안해주세요 ㅠ)

아무것도 모르다보니 재료선택에서부터 실수가....

일단 등심을 사온건 맞지만,

저 고기상태가 아예 1.1kg가 커다란 직육면체 한 덩어리였어요.

그래서 뭘 얼만큼 잘라서 두드려야하는지 몰라서 한참 고민했었죠.

그래서 작으면 작은대로 먹자 싶어서 왼쪽 아랫부분의 고기를 살짝 끊어다가

칼등으로 앞뒷면을 가로세로대각선으로 죽어라고 두들겼더니 저만큼 늘어나길래 깜놀했네요..ㄷㄷ

찌개용으로 대략 2~300g 따로 빼고, 또 기름은 거의 다 제거했으니 못해도 100g은 나갔다치면

도합 7~800g인 돈까스용 고기 8장이 탄생했습니다.

사실.. 얼만큼 두드려야하는지도 몰라서 

정말 한장 한장 노인이 방망이 깎는 심정으로 열심히 두들겨팼더니

나중에 6장때쯤부터 팔에 쥐가 올라오더군요..ㄷㄷ(그래서 주먹으로 샌드백치기도 좀 했네요)

이때가 새벽 4시. 다행히도 4월 신학기가 아직 시작이 안되었고, 기존 작년 4월 입소자들이 다 나간덕분에

두들겨대도 그렇게 폐끼친 일은 없었어요 ㅎㅎ

그렇게 칼등과 주먹으로 넓게 편 고기에

소금, 후추, 마늘을 손으로 눌러가며 박아줍니다.

8장을 그렇게 다 완성했습니다.

사실 치즈돈까스도 만들어볼까 싶어 오늘 치즈 사오려 했지만, 오늘은 공교롭게도 비가 와서 그냥 포기했네요.

원래 레시피들을 보면 이러고 20분 정도 재워두라는데

지금부터 만들 것이 아니기에 그냥 랩도 안씌우고 냉장고에 처박아둔게 9시간이었군요..ㄷㄷ

13시. 이제부터라도 안 만들면 배고파서 굶어죽을 판이었어요.

사실 새벽 1시부터 2시 반까지 계속 한국, 일본 사이트 돌면서 돈까스 레시피를 검색했었네요.

그래서 이것저것 다 조금씩 주워왔었는데.. 참 느낀게 돈까스는 만드는 방법이 참 각양각색이더군요..;;

다만 가장 핵심적으로 참고한건, 수요미식회에 나왔다는 레시피였어요.

밀가루는 박력분으로, 물은 그와 1:1로 맞춘 후, 계란도 바로 같이 넣어서 다 섞어버리는 것이었어요.

그게 간편한 것도 있는데, 가장 큰 장점은 반죽이 질척해져서 빵가루가 더 잘 달라붙으므로 잘 안 떨어진다네요.

튀김요리 자체를 처음 도전하는지라 그 말에 혹해서 바로 그걸 참고했죠.

첫장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다보니 불안하더군요.

제가 아는 돈까스는 고기색깔은 안 보일정도로 빵가루가 다 덮어야되는데

너무 많이 보이는거 아닌가 싶어서요.

(빵가루는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붙여줍시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랴싶어 실패하면 시원하게 한번 말아먹고,

음갤에서 조언구한 뒤에 후일을 도모하자며 그냥 진행했습니다.

8장 완성했는데.. 단 1장도 마음에 들게 빵가루가 입혀진게 없었습니다.

반죽이 좀 묽었던 느낌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 걸까요.

8장 만들면서 계란을 4개밖에 안 넣어서..(1개 더 넣는다는게 깜빡했네요)

그런 와중에도 이만큼 남더라구요.

그래서 고민하던 중에

마침 근처에 있던 베트남 애가 

'버섯같은 거 있으면 같이 튀기면 되겠네'

라길래 나후로도!(?)를 외치며 새송이버섯을 가져왔습니다.

빵가루가 반죽이 한번 묻어버린건 그냥 자기네들끼리 뭉쳐져버린거밖에 없어서

손으로 문질러서 벽 도배하듯이 발랐네요 ㄷㄷ

기대2 근심8로 드디어 튀기기 시작합니다.

튀김온도를 재는 도구를 살 수 있을정도로 부르주아가 아닌지라

그냥 대충 기름이 끓는 듯한 소리가 들리길래 중불로 줄인 후 바로 2장 투척하여

일단 앞 뒤 1분씩 2분을 튀겨냈습니다.

똑같이 2분씩 튀겼음에도 처음 튀긴것에 비해 나중에 튀긴 것은 색깔이 연합니다.

(사실 나중에 것이 맞는 듯)

처음엔 기름이 끓을 정도의 온도에서 바로 중불로 줄인들.. 온도는 높았으니 저렇겠지요.

기름이 많이 줄어든 듯 하여 기름을 더 추가하여 아까와 같이 기름이 끓을때까지 있다가 바로 중불로 내려 

다시 앞뒤 5분을 튀겨줍니다. 

응...??

이게 그 TV에서 보던 적출해낸 암세포인가.

아니면 이게 그 돼지바?

무섭더군요. 아무렴 내가 그렇지 자책하면서....

이건 처음에 튀긴게 아니라 나중에 튀긴 노란 덩어리를 다시 한번 튀긴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봤던 뉴스에서 탄거 먹어서 암걸릴려면 탄걸 한 트럭씩 먹었을때나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를 접했던 적이 있어서 일단 썰어나보자 싶었습니다.

(라기보다 사실 가난한 유학생이 모처럼 돈들여서 만든건데 버릴순 없잖아요 ㄱ-)

호.. 안은 괜찮은 듯 하군요.

맛을 봤더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군요.

소금간도 정말 대충 뿌렸는데 적절해서 밥없으면 소스없이 그냥 먹어도 될 정도로 딱 좋았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튀김옷도 탄 맛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어.. 내가 이렇게 성공을 하다니!!

검긴 하지만 튀김옷도 바삭바삭한게 정말 기분좋았습니다.

이건 1차 튀김시에 먼저 튀겨서 색이 진하던걸 다시 한번 튀긴겁니다.

차라리 이게 색이 덜 검네요.

이건 뭔가요.. ㄱ-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이 사진을 보여주면

거의 치킨이냐고 묻지 않을까요;;

새송이 튀긴겁니다 ㄱ-

빵가루를 문질러가며 튀겼더니 그게 전부 빵이 되어버린듯...ㄷㄷ

사실 돈까스가 최종목적이 아니었습니다.

돈까스로 만들 수 있는 요리하면 가장 대표적인게 카츠동이죠.

사실 아까 잠깐 언급했던 작년 4월에 왔던 애들이 떠나가면서 이런저런 집기류를 두고가서

카츠동 전용 도구(사진)가 있었기에 카츠동 만들 생각을 했었습니다.

(없어도 만들 수 있지만)

물과 청주, 황설탕, 양파, 쯔유를 넣어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아까 만들어둔 수제 돈까스를 사이에 넣고

풀어둔 계란을 둘러가며 넣어준 후 뚜껑을 덮습니다.

사실 어느정도 국물이 자작자작하게는 남겨둬야하는데

계란 다 익히느라고 다 증발해버렸어요.

파를 깜빡하고 못 넣어서 아쉬웠지만.. 카츠동이 완성되었습니다!

최종 완성된

카츠동 + 떡갈비 돈까스 + 치킨 새송이버섯 튀김

돈까스 소스까지 만들 멘탈적 여유가 없어서 그냥 오코노미야키 소스를 뿌렸습니다.

1시에 시작해서 완성+설거지까지 다 하고 시계를 봤을 때 4시 30분이었으니 

새벽에 고기썰어서 난타해대던거까지 하면 거의 6시간을 소요했네요.. ㅡㅡ;

덜 탄 돈까스를 카츠동용으로 썼는데, 이 또한 잘 튀겨져서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크... 다시 봐도 훌륭한 단면!!!!

 

자뻑 프리미엄을 버리고도 과장이 아니라 제가 여태껏 먹어본 돈까스 중에 제일 맛있었습니다.

(뭐.. 물론 고급 돈까스를 그다지 먹어본 적이 없기에..)

물론 인터넷의 레시피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서 만들어서 제 실력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처음 도전한 튀김류임에도 제 손으로 직접 만든게 이렇게 맛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

다만 단점이... 김치가 먹고싶어죽는줄 알았습니다.

그도 그럴게 카츠동 먹는데 반찬은 돈까스랑 새송이튀김이었으니...ㄷㄷ

백미밥 먹는데 반찬이 현미밥인 것과 같은 이치?;;

(새송이튀김은 결국 반을 남겼습니다)

일본에 온지 반년이 조금 더 지났지만

여태껏 매운건 먹고싶어도 김치가 먹고싶다는 생각은 단연코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김치를 싫어하진 않지만 딱히 좋아하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그냥 매운게 아니라 김치가 절실해지는 자신에게 놀랐네요. ㄷㄷㄷ

8장중 4장은 냉동실에 넣어뒀고, 2장은 취식했으며 2장은 저녁이나 내일아침에 먹으려고 반찬통에 담아뒀습니다.

저 2장까지 먹고나면 당분간 튀긴 고기류는 생각하기도 싫을지도...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