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곧 성장동력 ‘문화창조융합벨트’] ⑥ 코레일-CJE&M ‘문화마케팅’

 

 

[전국]  “문화창조융합? 새로운 단체 이름인가요? 융합이라는 말이 들어간 걸 보니 과학 신기술 같은 건가요? 창조, 융합, 문화...하나같이 포괄적인 단어들이라서 뜻을 짐작하기가 어렵네요.”

지난 3월 중순,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기사를 읽던 중,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대통령이 다소 생소한 단어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주변인들에게 그 뜻을 물었다. 하지만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려 필자에게 위와 같이 되물었다. 대통령이 언급한 단어는 바로 ‘문화창조융합벨트’였다.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중동 순방길에서 압둘 아지즈 초대국왕의 손자이자 중동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는 알 왈리드 킹덤홀딩사 회장을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문화산업 융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으며 문화창조융합벨트를 구축 중이다. 문화상품을 기획·제작·구현하고 나중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 창의적이고 세계적인 문화콘텐츠가 창출될 것”이라며 문화창조융합벨트에 대해 소개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문화창조융합센터와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K-컬쳐밸리 등을 거점으로 2017년까지 기획-제작-구현-재투자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신시장 창출로 이어지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빅뱅’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문화콘텐츠 분야 최초로 64개 대표기업과 기관이 참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현지시간) 알 왈리드 킹덤홀딩회사 회장을 접견해 문화창조융합벨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출처=청와대)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올해 정부가 선정한 핵심개혁과제 24개에 속해있는 중요 과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임기 3년차를 맞아 ‘선택과 집중’으로 정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할 24개 ‘핵심개혁과제’를 선정·집중 추진해 나갈 방침이며, 문화창조융합벨트 정착 역시 청와대가 발표한 경제혁신 항목에 명시돼 있다.

이에 알 왈리드 회장 역시 “대통령께 문화산업 관련 말씀을 듣는 즉시 관심이 생겼다. 주사우디 한국대사를 통해 관련 자료를 전달해달라.”며 “인도적 활동 및 문화를 활용한 여러 활동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상암동에 개소한 문화창조융합센터. (출처=문화체육관광부)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과제이기에, 아직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쉬운 예를 찾아보자면 세계적인 인기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이 있다.

기관차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국 애니메이션은 1984년 방영된 이후, 매해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방송 콘텐츠에서 비롯된 장난감, 동화책 등의 2차적 파생상품뿐 아니라 만화에 나오는 기차들을 이용한 공연 제작, 실물 기차 운행 등 문화 콘텐츠와 다양한 사업 영역의 융합을 시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화와 산업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잘 보여주는 이와 같은 ‘컬덕트(culduct, 문화와 상품의 합성어)’가 바로 문화창조융합벨트가 추구하는 목표이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운용된 ‘토마스와 친구들’의 주인공 토마스를 본딴 기차.(출처=시즈오카 신문 유튜브 채널)

최근 국내에서도 ‘토마스와 친구들’과 같은 문화창조융합 마케팅 사례가 민·관 협력 하에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4일,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문화창조융합센터(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CJ E&M 김성수 대표이사를 만나 ‘문화창조융합’ 공동 마케팅 방안에 대한 논의를 나눈 것이 그 첫 시도다.

코레일과 CJ E&M의 문화창조융합 마케팅은 최근 방영을 시작한 ‘로봇트레인 RT’ 캐릭터를 활용한 공동 마케팅이다. 코레일은 변신 기차로봇을 테마로 CJ E&M이 제작한 TV애니메이션 ‘로봇트레인 RT’의 캐릭터를 이용해, 서울역과 같은 전국 주요역과 열차 내 매장을 통해 로봇트레인 캐릭터 상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전시·포토존, 열차랩핑, 로봇트레인 놀이방 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로봇트레인’ 캐릭터 특성화 역과 가족여행상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코레일은 “철도와 문화 콘텐츠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한류문화 확산과 국내여행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애니메이션 ‘로봇트레인 RT’ 제품을 둘러보는 코레일 최연혜 사장과 CJ E&M 김성수 대표이사 및 관계자들.(출처=코레일)

코레일이 문화창조융합 마케팅 대상으로 해당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응대 부장(코레일 관광사업단 관광상품처)은 “여러 가지 마케팅 제안들이 있었지만 ‘로봇트레인 RT’가 국산 애니메이션 소재로는 흔치 않게 기차를 다뤘던 점, 또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변신 로봇이 등장한다는 점을 고려해 어릴 때부터 철도 산업에 대한 친숙한 인식을 길러줄 수 있는 대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과 CJ E&M이 로봇트레인을 이용해 상호 누릴 수 있는 마케팅 효과는 비단 어린이 연령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응대 부장은 “CJ E&M은 다양한 방송 인프라를 보유한 문화 기업이고, 코레일은 국내 최대의 철도 노선 운영 사업자다. 상호 협력을 통해 서로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로봇트레인 RT에는 롤러코스터, 스위스 산악열차, 베니스 수륙양용 열차, 프랑스 노면열차 등의 전 세계 기차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차기 시즌이 제작된다면 KTX, 새마을호 등의 코레일 열차 캐릭터도 만화에 반영할 예정이다.”라며 문화콘텐츠 생산에 코레일이 기여할 수 있음을 밝혔다.

지난 2월 말부터 방영을 시작한 CJ E&M 제작 애니메이션 ‘로봇트레인RT’(출처=SBS)

이 부장은 ‘로봇트레인 RT’의 문화융합 마케팅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시기에 대해 “애니메이션 방영이 비교적 최근인 지난 2월 말에 시작된 상태기 때문에, 판매 콘텐츠들이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준비가 되는대로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예능 콘텐츠를 활용한 한류여행 상품 및 예능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하다. 김성수 CJ E&M 대표이사는 최근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삼시세끼’와 정선 아리랑 열차를 접목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를 대상으로 한 ‘한류열차’ 개발이 가능하며, ‘꽃보다 할배’와 코레일의 명품 관광열차를 연계해 전국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 제작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설명을 듣고 난 후, 필자는 문득 일본에서 운용되고 있는 ‘명탐정 코난 미스터리 투어’가 떠올랐다. 2011년 첫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 여행상품은 20년째 인기 연재중인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 의 캐릭터들과 추리 게임 콘셉트를 이용한 기차 여행 패키지다. 내용은 제공받은 자료들과 관광지에 숨어있는 단서를 이용해 여행을 즐기면서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TV 애니메이션으로 투어의 해답편을 제공하고, 기차와 전철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도 함께 판매하는 등의 참신한 전략을 선보이며, 문화콘텐츠와 철도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4년째 인기리에 운영 중인 ‘명탐정 코난 미스터리 투어’ 기차 여행 상품.(출처=서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달 11일,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은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곧 상품이 되는 창조경제의 대표 산업이며, 다른 산업에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화창초융합벨트를 통한 국내의 첫 문화창조융합 마케팅 시도가 ‘토마스와 기관차’, ‘코난 투어’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성공적인 연금술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