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의 해적성 완성 후
20년만에 다시 만들어본 레고는 여전히 손맛이 좋았습니다.
그러자 순간 한동안 잊고 지냈던 몇개의 레고 생각이 나더군요.
바로 이 녀석들인데요.
부품 누락 등 불량이 심해서 반품/폐기 대상으로 분류되었다가 제대로 처리가 안되고
창고 구석에서 썩거나 버려진 것들입니다. 아마 지인 장난감 가게 정리할 때, 문방구 폐업할때 얻거나
헐값에 사다뒀던걸로 기억합니다. 다시 보니 엘사 성이 20년만에 산 레고는 아니었군요. 20년만에 다시
만든거지...
물론 저희집에서도 창고에 한참 묵혀둬서 언제 얻어둔건지 기억도 안 납니다만 갑자기 이 녀석들을 꺼내서
조립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첫번째. 레고 7743 경찰 이동본부.
누락 브릭은 얼마나 될까.
두번째는 스페이스 시리즈군요.
마즈미션이라는 시리즈인가본데 1989년에 검은별 (블랙트론) 시리즈,
90년대 초반에 스파이리우스 로보트 만들어보고 그 이후로 우주 레고를
사 본적이 없는지라 잘 모르겠군요.
이 제품은 레고 7645 마즈미션 크리스탈 수집기입니다. 화성에 미네랄이 있던가
아직 본체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인스1에 이만큼 나왔습니다.
뭔가 자잘한게 많네요. 코끼리 상아로 만든듯한 구조물 안에 누운 외계인 비행선도 재밌군요.
본체는 우주선, 날개 브릭은 캐슬의 창.
오랜만에 다시 조립해서 몰랐는데 요새 레고들은 일반 레고하고 테크닉 부품이
잘 섞여있군요. 부품들이 순서대로 번호로 나뉘어서 조립하기도 편하고.
마지막은... 보시다시피 기중기입니다.
시티 7632 제품이네요.
기중기가 꽤 형태를 잡아나갈때까지 누락브릭은 발견되지 않는군요.
어디가 누락일까.
...다 만들고보니 이 제품은 딱 하나 누락이 있군요.
이렇게 해서 20년만에, 하루종일 레고만 4박스를 만들었습니다.
책상에 스터드가 돋아 보이는것 같네요. 원없이 만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정가 주고 산 엘사의 해적기지
말고는 전부 불량입니다만...
7743 경찰본부.
트레일러 앞이 날아갔네요. 앞부분 구성하는 브릭들이 통째로 빠졌습니다.
경찰서 본부 계단 연결부위 일반 브릭이 좀 비었군요.
그리고 총 피규어가 3체인데 도둑 1체가 사라짐.
다른건 다 있는데 무한궤도가 몇조각 부족합니다.
기중기도 모든게 다 있는데...
제일 중요한 도르래가 없습니다. 물건을 끌어올릴 와이어 감을 도르래가 없으니
기중기가 아니라 그냥 덩치 큰 중장비일 뿐이네요.
이때까지만 해도 레고 브릭을 잃어버리면 그냥 잃어버린대로 살아야하는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20년동안 창고에 묵혀둔, 어릴때 갖고놀던 레고에서 파츠를 좀 꺼내오면 대용품으로
쓸 수 있는게 없을까... 라는 단순한 생각에 창고를 털었습니다.
96년즈음에 봉인한 기억이 나는데 대략 20여년만에 다시 보는군요.
큰 플라스틱 서랍으로 3개 정도 분량이네요.
대강 휘적거리다가 없는 부품들이 독특한 독자부품들이라 올드레고에서
꺼내 쓸 부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21세기에 누락 브릭 몇개 구할 방법이 없나... 해서
알아보니 레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지원받거나 브릭링크 등의 레고 장터에서 구할 수 있더군요.
그래서 부품은 주문하고 올드레고들은 꺼낸 김에 청소 한번 해주기로 했습니다.
20년간 워낙 먼지와 찌든때를 많이 뒤집어써서 도저히 그냥 놔둘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큰맘먹고 전체 세척에 들어갔습니다.
세제 뿌리고 따뜻한 물론 몇차례 헹궈내길 반복한 후
밥상에 수건깔아놓고 위에서 건조.
그 다음분량.
...벌써 어깨가 뻐근합니다.
건조하는데 넉넉히 하루 잡고...
어무니한테 이놈 새x 장가는 안가고! ...하고 등짝스매싱 안 맞고 한번에 거실에 깔 수 있는 분량이
대야 2개 제한이라 판단해서 하루에 대야 2개 분량만 천천히...
이거 한 일주일은 걸릴것 같은데...
파라디사의 통짜 계단, 검은별 탐사선 조종석, 용마성 깃발, 카리브 해적시리즈 올드 정부군 등등...
옛날 레고들 다 모여있군요. 그리고 전 참 일관성 없이 이거저거 시리즈를 구매했었군요.
죽은소에서 정리함을 몇개 사다가 피규어나 작은 부품들만 따로 빼 봅니다.
카카와키 원주민들, 해적/정부군 깃발, 대포, 캐슬 헬멧을 쓴 엠트론 우주인 등등...
그리고 어릴때 뚝딱뚝딱 갖고 놀던 부품들인지라 파손된 브릭도 몇개 되더군요.
하지만 전 덕후답게 파손된 레고들도 파손된 정크 쪼가리 하나하나를 다 버리지 않고
같이 보관해두고 있었습니다. 야자수 부품 부러진 부분을 아래 결합해둔거 보이시나요?
어릴때의 난 고칠 능력이 없었지만 내공과 덕력이 쌓인 미래의 나라면 분명히 고칠 수 있을거야
순간접착제로 간단하게 보수 완료.
고마워 미래의 나
슬슬 끝이 보입니다.
요새 더블데커 소파가 흥해서 하나쯤은 갖고들 계실 유령.
이건 아마 제일 처음 나온 유령 피규어일겁니다. 아직 잘 있었네요.
자석도 보이고... 아마 엠트론 시리즈에 쓰이던 자석일겁니다.
아가씨 미피들이 대거 출현.
채찍을 든 새디스트 아가씨가 눈에 띄네요. 아마 올드레고 파라디사 시리즈인듯.
저건 아마 제 동생이 몇개 모았던걸껍니다.
보물상자는 꽤 많은데 동전은 다 잃어버리고 이것만 남았네요.
동전들 사이에 이빨에서 빠진 아말감같은 녀석들 몇개 보이시죠?
저건 새 제품에서 동전들을 고정하고 있는 런너입니다. 프라모델에서 부품 다 뜯어낸 런너나 마찬가지죠.
저걸 왜 보관하고 있느냐...
유치원때 친구하고 서로 똑같은 카리브 해적시리즈 레고를 샀었는데 친구가 그러더군요.
왜 네 보물상자에는 보물이 없니?
보물? 무슨 보물...?
...그 친구는 저 런너찌꺼기를 동전과 함께 섞여있는 '보물' 파츠라고 우겼습니다.
그 당시 80년대생들 흔히 읽던 어린이용 소설책/그림책들에는 은근히 보물이 가득히 담긴
보물상자의 모습이 자주 나왔던듯 싶습니다.
듣고보니 그럴듯 해서 그 다음번에 보물상자 든 레고를 샀을때는 저 정크런너를 안 버리고
그대로 넣어뒀습니다. 그 친구 애인이 지금 우리회사에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쯤 결혼했으려나.
몰라 난 덕질이나 해야지
우체통 파츠도 몇개 나왔습니다.
깨끗한것들이 있고 지저분한 것들이 있는데 비교적 깨끗한 녀석들은 아마 초등...
아니 국민학교 3학년 넘어가서 산 녀석들이고 지저분한 것들은 그 이전에 산 파츠일겁니다.
어릴때는 손아귀 힘이 모자라서 손 힘으로 분리가 안되면 이빨로 와자작...
...아마 20 여년전의 제 이빨자국인듯.
무슨생각이었는지 반투명 컬러 파츠들의 상당수가 여기 이렇게 모여있더군요.
바닥판 파츠는 딱 보니 카리브 해적 시리즈의 정부군 기지군요.
보물창고를 표현하고 싶었던걸까요. 어쨌든 정리하기가 한결 쉬워졌습니다.
정가운데 저 8 X 6 브릭...
왼쪽 오른쪽 서로 '똑같은 흰색 컬러 브릭' 입니다.
저건 먼지 수준이 아니라 완벽한 변색인데 창고에서 20년 썩더니 저렇게 변색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직사광선은 들지 않는 곳에 있었는데 어쩌다가 저렇게...
슈퍼패미컴 팩에 비닐 안 씌우면 내부 플라스틱 지지대하고 화학작용 일어나 변색되던 생각이 나네요.
셔터는 80년대 초창기 시티 소방서 문짝에 들어가는 셔터입니다.
문짝 한개하고 절반 분량만 남았네요. 야자수 잎사귀들은 다 모아보니 꽤 됩니다.
작은 야자수 밭 하나 만들 정도는 되네요.
마지막 분량입니다.
세척/건조 완료된 브릭들은 큰 통에 옮겨담고...
저것들은 건조 끝나면 분리해서 옮겨담아야겠네요. 큰 브릭들은 세척이 충분히 되지 않기 때문에
큰 판들만 모아서 다시 한번 세척해줍니다. 여동생 칫솔로 깨끗하게 청소해줍니다. 아하하하하하
어릴때 좋아했던 앵무새들.
해외에서 부품 주문하면서 앵무새도 몇개 주문했는데 더 많아지겠네요.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작은 것들은 따로 빼서 정리해줍니다.
미피들도 최대한 파츠를 갖춰주고 잎사귀 결합부위 파손이 잦은 야자수는 따로 통에 모아줬습니다.
올드레고들과 요새 레고들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표정이죠.
한결같이 똑같은 표정의 올드레고들... 점 두개 곡선 한개로 표현되어있는 간단한 스마일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로 달리 보였던 저 신비한 미소가 참 매력적입니다.
원래 여기 담겨있던건 제 예비군 전투복이었는데 예비군도 다 끝난 마당에
깔깔이만 있으면 됐지 뭐
...그리고 정리가 다 끝나고 한참 레고 지름신에 지갑이 비워져가고 있을때즈음
부품들이 도착했습니다.
브릭링크에서 독일인 셀러가 보내준 소포.
해석해보면... 에... 이히리베디히... 당신의 엉덩이를 사랑합니다...
공식홈페이지에서는 공짜로 보내주는대신 재고 없는게 많다는게 단점.
정상적인 루트로 구한 녀석들이 아닌만큼 공식홈페이지에서는 몇개만 주문하고 나머지는
전부 브릭링크에서 구매했습니다.
없는 브릭들을 최대한 적은 셀러한테서 구매하는게 브릭링크의 핵심인데 그게 말이 쉽지...
수백종도 넘는 블럭을 각기 다른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어서 공통인자 찾기가 참 힘듭니다.
기중기 완성.
이제 좀 기중기 답게 건축자재라도 끌어올릴 수 있네요.
무한궤도도 무사히 복구했습니다.
사실 게시물 하나에 써 놨지만 이게 대략 2주 ~ 한달 정도에 걸쳐 일어난 일들입니다.
경찰본부도 완성. 트레일러 앞 창문은 원래 파랑색 반투명 브릭이지만
제가 필요한 모든 브릭을 갖고 있었던 그 독일인 셀러가 저 부품만 갖고있지를 않아서 그냥 회색으로 만족.
어차피 똑같은 창문인데 뭐.
하지만 다 복구했어도 사라진 도둑 피규어는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대륙의 공안 레고를 하나 통째로 입양해봤습니다.
겉보기는 똑같죠? 나중에 리뷰해보겠습니다.
정리 끝.
올드레고들 다 정리하고 최근 한달간 충동구매한 레고 기차들 정차해둔 장식장입니다.
하나하나 리뷰해봐야겠네요.
모두들 해피한 설날 보내세요.
PS. 힛갤왔네요. 모두 감사드립니다.
PS 2.
이 게시물 올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분리수거날 아침 세 박스가 넘는 레고를
득템했습니다. 덕분에 하루아침에 갖고있는 레고의 양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세척 작업을 또 시작했습니다;;
옥스포드가 좀 섞여있어서 분리하느라 꽤 시간이 걸릴것 같네요.
다른 사람이 쓰던거니까 세척하기 전에 희석 락스로 몇시간 소독한 후 중성세제로 세척 -> 건조작업 중인데
이거 못해도 일주일 이상은 걸릴 것 같네요;;
전 올해 이 작업을 할 운명이었었나 봅니다.
PS 3. 감사 인사와 함께 후일담을 좀 올리려고 수정버튼을 클릭한순간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줄바꿔쓰기한게 전부 리셋되어버렸습니다. 제 능력으로 어떻게 수정이 안되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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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추억돋네요. 저는 올드레고 나왔을 때 엄마뱃속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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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 | 15.02.22 12: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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