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서기 2015년] -
검은 배경에 떠오른 굵직한 명조체. TV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제 1화 서두. 장대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첫 컷에 선정된 것은 그림이 아닌 문자였다. 이야기의 각 화 타이틀을 시작으로, 작중의 이런저런 디테일 묘사에 사용된 그 문자의 디자인은, 언제부턴가 시청자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작품을 상징하는 하나의 이미지로서 인식되어갔다. 애니메이션 당사자 이외의 입장에서 에바에 접촉해서, 작품에 깊이 연관된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새 연재 [route 2015] 제 1회는, 이 명조체 [마티스]를 출시하고 있는 폰트 제작사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도록 한다.
(왼쪽) LETS 프로젝트 마케팅 본부 차장 미하라 시로(三原史朗)씨. DTP계열 판매점을 거쳐
2000년에 폰트웍스에 입사했다. 방송업계 · 게임업계 등 디지털 컨텐츠 전반의 영업활동 및
서포트 업무에서 분주하고 있다.
(오른쪽) 집행위원 · LETS 프로젝트 R&D 본부 본부장 시바타 카즈히코(柴田和彦)씨.
1993년에 폰트웍스 재팬(현재의 폰트웍스)을 설립했다. 폰트의 연간 라이센스 제품인
[LETS]를 시작으로, 각종 폰트나 유틸리티의 개발에 참여했다.
극태(極太 : 가장 굵은 글자체)의 모던 스타일 명조체 [마티스]의 탄생 배경
후쿠오카현에서 1993년에 창업한 폰트웍스. 디지털 폰트(서체) 제작사로서, 현재 업계 No.2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성장을 거듭해 온 이 회사가 세상에 가장 처음 내놓은 명조체가 바로, [에바명조]라는 별명을 가진 명조체 [마티스]였다. 그 개발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바로 이 회사의 창업의 장본인이자 현재 집행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시바타 카즈히코씨이다.
시바타 : [마티스]는 저희 회사 창업 멤버이자, 디자이너인 사토 토시야스(佐藤俊泰)가 감수한 서체입니다. 당초 저희 회사의 창업 당시의 폰트는, Mac(매킨토시)에 의한 DTP(데스크탑 퍼블리싱)의 여명기였습니다. 그 전까지 종이 매체의 문자는, 주로 사식(寫植)라는 아날로그적인 제판기술로 인쇄되고 있었고, 이것이 매킨토시 한 대로 완결 가능해지는 시대로 넘어가려던 때였어요. 하지만 일본어는 영어와는 다르게 문자수도 훨씬 많고, 글자 구성도 한자와 히라가나의 절묘한 밸런스를 요구합니다. 폰트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종래의 역사 깊은 사식 제작사들도 단숨에 DTP로 전환할 수는 없었죠.
일본의 디자이너들이 DTP를 도입하기 시작한 1990년대 전반, 그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일본어 폰트는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시바타 : 명조체라고 하면, 매킨토시 유저라면 사식의 세계에서 디지털로 전환된 상품인 모리사와의 류밍, 윈도우 유저라면 완전히 디지털적인 면모를 가진 리코의 MS명조가 익숙했던 때였죠. 하지만 창업 당시부터 DTP의 보급을 내다보았던 저희들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또 하나의 형태를 한 상품에 반드시 수요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류밍은 올드 스타일이지만, [마티스]는 모던 스타일에 가까운 디자인이죠. 가급적이면 옛스러운 느낌을 남겨두면서 현대풍인 느낌으로 디자인했다고 하는 게 정확하려나‥ 모던 스타일의 문자는, 사식의 세계에서도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DTP 초기에는, 그 당시의 분위기를 가진 일본어 폰트가 쏙 빠져있었죠.
취재 당일에 가져온 에반게리온 상품들. 이들 거의 대부분은 두 분의 개인소장품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채용된 서체 [마티스]의 바리에이션(폰트웍스의 카탈로그에서).
Column
01. 사식(寫植)이란?
사진식자(寫眞植字)의 줄임말이다. 매킨토시에 의해 DTP가 등장하기 이전의 인쇄물에 사용되었던 문자의 밑글씨를 만드는 기술.
사진의 원리를 이용해서, 이러한 유리 문자판에 빛을 쬐어 셔터를 잘라내고, 문자판의 아래에 놓인 인화지에 문자를 한 글자씩
새겨내는 기술이다. 문자의 크기는 렌즈를 바꾸는 것으로 표현이 가능했으며, 어떤 작업이라도 전문가의 기술과 센스를 요구했다.
02. DTP란?
[데스크탑 퍼블리싱(DeskTop Publishing)의 줄임말로, 출판물의 원고 · 디자인 · 레이아웃 작성과 편집 작업을 컴퓨터에서 진행하여
그 작성 데이터를 프린터로 출력해서 출판하는 것을 말한다. DTP의 등장으로 인쇄물의 작성에 있어서 종래 분업되어 있었던 작업공정이 컴퓨터 한 대로 전부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일본에서는 1990년대 전반부터 보급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일본어는 유럽이나
미국의 알파벳과는 달라, 폰트 한 서체의 데이터량이 많았으며, 그 여명기에 사용 가능했던 서체수는 한정되어 있었다.
갑자기 팔리기 시작한 [마티스-EB], 처음엔 무엇때문인지 몰랐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중간에서 집어낸 듯 한, 부드럽고 세련된 명조체 [마티스]는 1992년에 발매되었다. 곧이어 탄생한 TV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채용된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1994년에 폰트웍스에서 발매된 [마티스-EB]라는 폰트였다.
시바타 : 당시 에바를 제작하고 있었던 가이낙스는, 이미지세터라는 포스트 스크립트(컴퓨터상의 폰트와 그래픽을 출력용 정보로 바꾸어 프린팅할 수 있는 기술. 포토샵으로 유명한 미국의 어도비사에서 개발했다)에 대응할 수 있는 제판용 프린터를 도입한 상태였어요. 이 프린터는 당시에 수천만엔이나 했던 거대한 프린터였죠(웃음).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서의 도입 사례는 가이낙스가 유일했을 겁니다. 하지만 가이낙스는 매킨토시와 이 프린터를 사용한 DTP를 사용해서 필름 제판까지 자사에서 완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기에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걸 당시 가이낙스가 제작, 판매하고 있었던 게임 소프트의 패키지 인쇄물 등에 사용하고 있었죠.
다만 그 작업에서 번들로 설치되어 있는 일본어 폰트가 너무도 적었어요. 대형 폰트 제작사들의 몇 종류의 서체가 하드디스크에 들어있는 정도였고, 나중에 폰트를 설치해서 추가하는 형식 자체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던 상태였죠. 한편 저희 회사는 포스트 스크립트 프린터에 설치할 수 있는 패키지 폰트를, 일본에서 최초로 판매했던 제작사였습니다. 다시 말해 폰트를 추가할 경우, 반드시 저희 회사의 제품 밖에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 없었던 거죠. 그것이 모든 것의 계기였습니다.
이번 회의 또 한 명의 등장인물, 폰트웍스 사내에서 지금 가장 애니메이션 업계에 인연이 깊은 미하라 시로씨는
2000년에 입사했다. 1995년 당시의 에바는 한 명의 팬으로서 시청하고 있었다.
미하라 : 당시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서 직접 문자를 집어넣는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극중에 등장하는 문자는 배경회사 분들이 손으로 그려넣었던 시대였고, 오프닝이나 엔딩의 문자도 편집회사 분들이 제작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당시의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분들이 DTP용의 폰트를 구한다는 자체가 드물었을 테죠.
시바타 : 그런 배경과 저희 본사가 하카타(후쿠오카현 하카타)에 있었던 이유도 있어서, 제품은 그냥 가이낙스 분들에게 판매한 뒤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웃음). 그런데 얼마쯤 지나자 갑자기 마티스 폰트가 팔려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중에서도 [EB(마티스-EB)]가 통상 판매량의 3 ~ 4배의 주문이 들어왔죠. 당시엔 폰트라는 게 수만엔에서 10만엔은 나갔던 시대였어요. 어쩐 일인가하고 생각했더니, 토쿄의 지인이 "에반게리온 때문 아냐?"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제 자신은 예전부터 애니메이션이나 특촬 작품을 좋아해서, 방송을 매주 기대하면서 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는 인터넷의 여명기였고, 솔직히 말해서, 저희들도 에바가 그렇게 성공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미하라씨의 명함 케이스. 1997년 개봉한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사도신생]의
개봉 극장에서 직접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구극장판의 타이틀이나 이 사진의 극장용 팸플릿에서는 [마티스-EB]보다
좀 더 굵은 서체인 [마티스-UB]가 사용되었다.
Column
03. 왜 [마티스-EB]가 선택되었을까?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TV 방송 이전, 회사에 도입한 이미지세터 프린터에 설치할 폰트를
찾고 있었던 가이낙스. 폰트웍스는 이미지세터 프린터 판매점으로부터 가이낙스의 소식을 듣고,
자사의 제품 카탈로그를 들고 가이낙스를 방문했다. 물론 컴퓨터 폰트, 그 중에서도 DTP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폰트가 거의 없다시피했던 당시, 이 카탈로그에 실려있는 폰트 중 하나가
후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사용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시바타씨가 나중에 가이낙스 관계자에게
물어본 결과, 카탈로그의 폰트들 중에서 [마티스-EB]를 채택한 사람은
바로 안노 히데아키 감독 본인이었다고 한다.
04. [마티스-EB]의 특징
붓으로 직접 쓴 것 같이 풍부한 먹의 느낌을 살린 웅장한 서풍. 디지털 시대에 나온 서체이면서도 부드러운 엣지의 선과 강한 임팩트를 겸비한 폰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마티스-EB]는 같은 서체 시리즈인 [마티스-L]에 비해도 임팩트가 강하고, 특유의 독특한 정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포인트다. 아래의 사진 중 왼쪽이 [마티스-EB]이며, 오른쪽은 [마티스-L]이다. 한 눈에도 차이를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열렬한 팬들이 [마티스]를 알아맞혔다
에바를 시청한 팬들을 매회마다 놀라게 한, 각 화의 타이틀 화면의 대자형의 그 문자조합. 그것이 대영화감독 이치카와 콘(市川 崑)의 기법에 대한 오마쥬라는 것은 안노 히데아키 감독 자신이 공언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치카와 감독의 영화 [이누가미가의 일족]으로 대표되는 서두의 스태프 롤은, 감독 자신이 서체를 음미하고 레이아웃을 고안했기 때문에 그 약동감은 문자만으로도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에바의 히트를 계기로, 이후의 몇 년간은 굵은 명조체 디자인을 의식적으로 사용한 CM이나 광고, 드라마 등이 증가했던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미하라 :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자신들이 정말로 목표했던 문자 표현을 하기 위해서, 안노 감독은 DTP를 사용해 모든 걸 자신의 손을 거쳐 진행한다는 새로운 수법을 취했습니다. 그 분야에서는 선구자였던 거죠.
시바타 : 저희들로서도, 애니메이션이 계기가 되어 폰트가 팔리는 현상은 아주 참신한 현상이었고, 재미있었습니다. 폰트라는 건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보통 그렇게 갑자기 팔리는 일은 없었거든요.
'에바의 그 명조체는 어디서 살 수 있는 거지?' TV 방송 이후 [마티스-EB]를 찾아서 산 유저들 대부분은, 동인지 제작 등으로 DTP 환경에 익숙해져 있던 열렬한 팬들이었다고 한다.
시바타 : 물론 그 폰트가, 당시 무명이었던 폰트웍스의 [마티스]였다는 사실은 크레딧 롤에도 나와 있지 않았고, 소프트 자체도 고가였기 때문에 가게 진열장에도 잘 내놓지 않았었죠. 하지만, 인터넷도 보급되어 있지 않았던 시대에 팬들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조사를 해서, 제품을 찾아내서 알아맞혀주셨습니다. 애시당초 활자와 사식의 시대부터 존재했던 대형 회사 분들에게, 신참 회사인 저희들이 종이 매체에서 급성장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니까요. 그 무렵은, 게임 회사분들과의 거래에 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마침 세가새턴 등 신세대 하드가 탄생했던 때였습니다.
미하라 : [마티스]를 계기로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분들에게도 조금씩 저희 회사의 이름이 알려지게 되어서, 에반게리온 다음에는 2004년에 개봉된 오토모 카츠히로(大友克洋) 감독의 영화 [스팀보이[에서도 저희 폰트가 사용되었습니다. 그 작품에서 처음으로 엔딩 롤에서 저희 회사의 이름이 들어갔어요(역자주 : 이후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에서는 서체협력으로 폰트웍스의 이름이 크레딧에 들어가 있다. 서에서는 회사 이름만 나왔지만, 파부터는 서체협력으로 등재되어 있다.).
가이낙스가 발매한 게임 소프트 [신세기 에반게리온 강철의 걸프렌드] 패키지 뒷면의 모습.
마티스를 사용하여 문자에 강약을 더해가며 키워드를 배치하는 이 디자인도, 팬들의 창작 의욕을 크게 자극했다.
예전에 발매되었던 이 [신세기 에반게리온 TV판 DVD-BOX]는 시바타씨의 개인 소장품이다.
그 윗면에는 [2015]라는 문구가 크게 박혀 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序)]의 엔딩 크레딧을 곁에서 보고 있던 아내가 소리내어 울었다!
미하라 : 에반게리온 관련 작품에서는,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序)] 때 처음으로 저희 회사 이름이 엔딩 롤에 나왔어요.
개봉 직전에 스튜디오 카라의 프로듀서 분으로부터 문의가 와서, 시바타씨와 제가 처음으로 스튜디오에 들렀었습니다. 이후부터는 관련 굿즈 제품화 때에도 저희 회사에서 서포트를 맡고 있습니다.
시바타 : TV 방송으로부터 10년 이상 지났지만, 실은 직접 얼굴을 보고 인사를 드린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프로듀서분과는 "이제야 만나뵙네요"라고 서로 인사를 건넸었죠(웃음).
미하라 : 저는 말하자면 영업담당이에요. 지금은 스튜디오 카라 분들을 시작으로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과 게임 제작회사분들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애당초 여기 입사한 때가 2000년이었고, 에반게리온 구작의 붐 때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그 인기를 체감하고 있었지요. [신극장판 : 서(序)] 때는 아내와 같이 보러 갔었는데, 엔딩 롤 부분에서 옆에 있던 아내가 갑자기 소리내서 울기 시작했어요. 왜 그런가하고 생각했더니, 저희 회사 이름이 나와서 기뻐서 그런 게 아닐까 했죠(웃음).
시바타 : (웃음) 실은, 2000년 이후의 에반게리온 관련 굿즈에는 [마티스] 폰트가 사용되지 않은 제품도 있었어요, 특히 진짜 초기의 무렵에는, 다른 업계의 제작사분들이 [마티스]를 사용한 건 UCC의 에반게리온 캔커피 정도 밖에 없었죠. 그만큼 일본어 DTP 환경이 각 회사에서 정비되어 있지 않았던 거죠.
미하라 : 저희 회사는, 그 제작 인프라의 구축을 1990년대부터 모색해 온 회사입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이후,
본즈의 [강철의 연금술사]를 시작으로 많은 애니메이션 회사분들과 연계를 맺고 있습니다만, 이만큼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세계에 깊이 들어와 있는 폰트 메이커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약간 비즈니스적인 이야기입니다만, 현실적인 문제로서 폰트의 사용 허락은 각 폰트 메이커마다 조건이 많이 다릅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TV에서 방송된 작품을 DVD나 블루레이(Blu-ray) 같은 소프트로 발매해서 판매하는 비즈니스모델이 있죠. 혹은 그 작품을 재방송하거나, 종이매체에 인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2000년을 전후해서는 이러한 2차 사용에 있어서 폰트의 사용요금을 지불한다는 생각이, 일본 내의 폰트 메이커에서는 당연한 생각이었습니다. 컨텐츠나 미디어를 변환해서 영원히 존속시키는 경우에는 하나의 폰트에 대해서 계속 요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해관계가 있었어요.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破)]의 극장판 엔딩 크레딧에서. [신극장판 : 서(序)]의 크레딧에선
회사 이름만 올라갔지만, [신극장판 : 파(破)]부터는 서체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크레딧에 실리게 되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破)]의 도입부분(역자주 : 가설 5호기와 네르프 유럽지부 장면)에
등장한 일본어 자막에 사용된 폰트는, 폰트웍스의 [뉴 시네마 A]라는 폰트이다.
(사진은 폰트웍스의 카탈로그를 촬영한 것이다.)
미하라씨가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는 UCC의 에반게리온 캔커피. 이 제품이 처음 발매되었던
1997년 당시, [마티스]라는 폰트는 세상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폰트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 그 현장은 크리에이티브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폰트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각 회사마다 다르며, 또한 복잡하게 되어 있는 일본에서는, 그것이 애니메이션 제작현장에 있어서 번잡스러운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미하라 : 폰트의 2차 사용 요금을 어느 쪽이 부담하느냐라는 것이 그 문제 중 하나이죠. 폰트를 사용한 스튜디오가 부담하느냐,
아니면 TV 방송국이나 DVD의 판매회사가 부담하느냐하는 문제 말입니다. 예를 들면, 문자를 넣는 편집회사가 무의식적으로 폰트를 사용해서 그것이 제품으로 나와버리는 경우, 나중에 폰트 메이커로부터 애니메이션 제작회사분들에게 막대한 사용료가 청구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시바타 : 저희들은 그런 사례가 제작자의 장벽이 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가 다른 회사분들 앞에 나서서 2002년부터 발매한 것이, 디지털 폰트의 연간 라이센스 제품인 [LETS]였어요.
미하라 : 폰트를 쓰는 데는 1차도 2차도 없어요. 그것이 디지털에 특화되어온 저희 회사의 생각입니다. [LETS]의 경우, 계약기간 안에서는 제휴중의 모든 폰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것도 기간내에 만들어진 성과물에 대해서는 그 이후에 DVD 등의 미디어화 제작이나 그 재판본 제작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2차 사용 요금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 밖에 상정된 여러가지 이용 장면에 대응한 가이드라인을, 카탈로그 안에 O와 X로 확실히 기재해두고 있어요. 비슷한 제품은 이후 다른 회사의 분들으로부터도 발매되었지만, 이만큼 기준이 명확한 것은 아직 저희 회사 제품 밖에는 없습니다.
시바타 : 일본보다 먼저 DTP가 보급된 미국에서는, 비슷한 방식이 훨씬 이전에 확립되었습니다. [LETS]의 시스템은, 그런 해회의 수법을 참조하면서, 일본의 사정을 적용해서 구축하고 있습니다. 애시당초 폰트란 한 번 팔면 그걸로 끝인 상품이죠. 세상에 존재하는 디자이너의 수를 생각한다면, 그 비즈니스 모델이 막다른 골목에 봉착한 것은 1990년대부터였습니다. 그것도 소프트 자체가 고가이기 때문에, 모든 디자이너가 풍부한 폰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 부분은 디자인을 발주하는 쪽에 있어서도 스트레스였습니다. 개발 당시에는 [색연필 구상]이라고 불렀던 구상이 있었습니다만, 여덟 색의 색연필보다는 32색의 색연필을 갖춘 쪽이 이미지를 더 넓게 그려낼 수 있겠지하는 생각이었죠.
미하라 : 애초에 폰트라는 게, 사용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많은 폰트가 스트레스없이 쓰여진다면, 제작 현장의 분들도 크리에이티브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시바타 : 그것은 저희들에게 있어서도 같은 문제입니다. 많은 메이커들이 2차 사용 요금을 징수하는 건 새로운 폰트의 개발에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저희 회사도 현재는 하나의 일본어 폰트에 2만자 이상의 글자를 제작하고 있습니다만, 그 개발기간은 평균 1년 반 정도 걸려요. 제품에 따라서는 그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라이센스 계약으로 어느 정도 계속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면, 저희들로서도 예산이 확보되고, 새로운 폰트를 안정적으로 공급해드릴 수 있게 됩니다.
[LETS] 계약 유저에게 제공되는 폰트의 사용 범위에 대해서는,
카탈로그 내에서 이렇게 간단한 항목별 정리를 두어 설명하고 있다.
예전에 도코모(일본의 통신사 겸 핸드폰 제작판매회사)에서 발매한 에반게리온 핸드폰은,
화면 표시 폰트로 [마티스-EB]를 철저하게 사용하고 있다.
또한 취급설명서 등의 아이템의 세부 부분에도 [마티스-EB]가 철저하게 사용되고 있다.
Column
05. 히라가나의 디자인
하나의 폰트 제작기간은 평균 1년 반 정도. 여러 명의 제작담당자가 2만 자 이상의 문자들을 한 글자씩 수개월에 걸쳐서 노력을 들여 만든다. 참고로 일본어 폰트에서 가장 그 디자인에 시간을 들이는 부분은 서체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히라가나의 디자인이다. 사진은 폰트웍스 주최의 세미나에서 폰트 [츠쿠시 앤틱S 명조-L]의 카나 디자인의 특징을 해설하기 위해 사용한 그림이다. "제트코스터의 기세가 마지막까지 머무르듯이"같이, 그 하나 하나의 디테일이 풍부한 언어표현으로 해설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문자는 사람의 일생과 함께 한다
폰트웍스의 제품에는, [마티스]처럼 특정한 작품의 이미지와 연결하여, [에바명조]같은 애칭으로 불리는 폰트가 많이 있다. 그것이 프로(전문창작자나 2차 동인작가)뿐만 아니라 작품의 팬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의 사례를 들자면 TV 애니메이션 [킬라킬]의 타이틀에 채용된 서체인 [래그런 펀치]가 기억에 남는다.
미하라 : 폰트를 (팬 여러분들께서) 별명으로 불러주시게 된 것도, 그 시작은 에반게리온이었죠. 덕분에 저희 회사의 영업은 "에반게리온의 폰트를 만들고 있는 회사입니다"라는 자기소개가 가능하게 되었죠.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첫날에 [마티스]를 PC에 입력해보고는 "우와! 진짜 에반게리온 폰트다!"하고 감격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저희가 그런 회사입니다(웃음).
시바타 : 에바 이후에는 TV 방송국 분들에게도 저희 폰트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TV에서도 직업병처럼 글자들을 보게 되죠. "크왁!"하고 눈을 부릅뜨고, 그게 다른 회사 폰트라면 풀이 죽기도 하지만요(웃음). 제 자신은 대학은 큐슈에술공과대학을 나왔고, 영상에 관한 일체의 기술을 접해본 사람입니다. 사식도 해봤고, 실물의 16밀리 필름을 편집기로 자르고 붙이는 활동도 해봤기 때문에, 옛날부터 독립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는 에반게리온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죠.
미하라 : 팬 분들 사이에서 [마티스]가 널리 알려진 것도, 무언가 통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뭐든지 해본다는 정신이야말로, 에바가 태어난 하나의 원동력이었던 거죠. 이건 제 개인의 생각입니다만, 폰트라는 게 이미 디자이너만의 것이 아니라, 좀 더 개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자면, 중고등학생이 프리페이드 카드(대금선불카드)를 써 가면서 동전 한 닢으로 자신만의 폰트를 사는, 그런 시대가 곧 올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것이야말로, 몇만 자의 한자를 한 글자씩 손으로 새기던 활자의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바타 : 문자란 사람이 태어나서 이름을 얻는 순간부터, 죽어서 묘비에 그 이름이 새겨지는 순간까지, 사람의 일생에 계속 따라다니는 것이죠. 세상의 모든 분야에 도전할 수 있고, 시장은 얼마든지 활성화시킬 수 있어요. 다음은, 그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는 메이커(제작사)가 일본에 얼마나 있는가?하는 부분이겠죠. 그 한편으로 보면 에바는, 애니메이션 비즈니스를 이만큼 다방면으로 넓혀놓은 선구자로서. 저희들에게 정말로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 존재입니다. 저희 회사의 기본 이념으로서 "불가능하다"라던가 "무리"라는 말을 하지 않고 언제나 앞을 내다보고 생각하자는 생각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에반게리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똑바로 그 생각을 지니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TV 애니메이션 [킬라킬]에 사용되며 화제를 얻은 서체 [래그런 펀치]를 특집으로 다룬
폰트웍스의 웹페이지. 감독을 맡았던 이마이시 히로유키(今石洋之)씨도 코멘트를 남긴
이 페이지는 최근의 폰트웍스 웹사이트 중에서도 접속수가 가장 많으며,
상당히 큰 반향을 얻고 있다고 한다. http://www.lets-member.jp/about/feature/1/
폰트웍스의 신입사원들이 입사 첫날 많이 해본다는 [마티스-EB]의 시험타자.
2013년에 토쿄 긴자에서 열렸던 [에반게리온 전(展)]의 비주얼 포스터. 북 디자이너로도
유명한 소후에 신(祖父江 慎)씨가 아트디렉션을 담당했고,
서체는 폰트웍스의 [츠쿠시B 올드명조]가 사용되었다.
이 책은 최근 소후에 신씨가 장정을 담당한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명작 [마음(心)]의
재간본이다. 물론 이 책에도 폰트웍스의 서체가 사용되었다. 폰트를 개발할 때는
소후에씨같은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분들과의 컨택트를 통해 어드바이스를 구하는 경우가 곧잘 있다고 한다.
원문 에반게리온 20주년 기념 사이트 route 2015 특설 페이지(http://www.evastore.jp/route2015/interview01/)
전문(全文) 번역 · 편집 · 구성 하원 진군(河原 陳君 : JinGoon™) 2015. 0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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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진짜 잘골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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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고 재밌는 인터뷰였네요. 번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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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바보야 미국이 아니라 하늘나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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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포카 레이를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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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니까 다음편이나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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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포카 레이를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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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바보야 미국이 아니라 하늘나라겠지! | 15.01.27 03:3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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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진짜 잘골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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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니까 다음편이나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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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고 재밌는 인터뷰였네요. 번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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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닙니다 | 15.01.27 11:1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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