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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뜨겁고, 큰그릇에 담느라 걸린시간이 헛되지 않았고, 넘치지 않고 잘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쓸어담아 한곳에 고였습니다. 엔도는 이 만화의 주인공이죠. 그러면서도 90년도의 일본 애니계에 불었던 '내가 이 만화로 돈을 못벌어도 좋다. 좋은거 만들자'라는 장인정신이 담긴 뜨 거운 작품들을 보고 자란 지금 20~30대 어른이들의 마음 한구석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었던 주인공입니다. 이 만화는 '친구들아, 이 시절 이곳에서 다같이 뜨거웠던 얘들아. 지금 다 어디있니?' 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 .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고, 유치원을 나오고, 12년의 의무교육을 다 마쳤던 엄청난 소년은, 괜찮은 대학생이 되고, 그럭저럭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죠. 그런 그럭저럭 좀 나은 일상의 어느날을 깨부수고 거대한 괴물이 찾아와 주인공에게 묻습니다. '너 지금 뭐하고 있는거냐?' 다 잊었냐고, 그때 그 엄청나게 뜨거웠던 소년은 어디갔냐고 평범한 회사원이 되버린 엔도에게 묻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엔도는 자신이 동경하던 용자물의 괴물이 반갑지도, 어딘가에 나타날 용자를 기다리지도 않습니다. 그저 '오늘은 재수 옴붙은 날이다'라며 지금 상황을 압축하죠. 그런 엔도에게 세븐은 식재료를 축내는 '이상한 놈'으로 보이는거죠. 엔도는 철저하게 회사원이 되었으며, 그가 겪는 이 전반부의 모든일들은 '소년'엔도라면 반가워 까무러칠 일이지만 회사원인 엔도는 그저 알지도못하는것들에게 시달리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보입니다. . . 괴물이야 그렇다치고, 이제 용자인 세븐까지 엔도를 다그칩니다. 이쯤에서 작가는 주인공에게 묻습니다. '왜 이렇게 변했니? 뭐가 있었던 건데?' 용자는 더욱 디테일하게 혼냅니다. '예전의 너의 모습을 이렇게나 처참하게 부숴서 내가 이 고생이야. 정확히 무슨짓을 저지른거냐' 그에대한 주인공의 대답은 더욱 시립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건데 그게 문제냐' (작가가 모진마음으로 주인공을 이렇게까지 뒤틀어놓은 이유는 아마 주인공이 이렇게 멀리까지 온 자신을 보고 '아!'하고 깨달을때의 절정을 최고조화 시키고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화가 난 용자는, 브라운관에 있는게 아닌 화면 바깥으로 튀어나와 두발로 서있는 용자는 엔도에게 묻습니다. 용자를 뭐라고 생각하냐고. 하지만 회사원인 엔도에게 이미 오래전에 철문으로 잠궈버린 소년엔도의 대답이 나올리없죠. 엔도는 지금 자신이 왜 이런 대답을 내놓는지조차 몰라 자신없는 태도로 우물우물 답합니다. 그 반응에 소년엔도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용자는 확실하게 용자의 입장에서 다그치고. 용자에게 한방먹은 엔도는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 . 나도 다른얘들과 똑같았는데, 나도 좋아했는데, 동경했는데..하며 다가간 무대뒤편은 소년엔도가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용자의 가면속에 있던 한남자는 전혀 정의로워 보이지도 않았고, 담배를 뻑뻑피며 고용주에게 임금인상같은 요구를 하는 칼날같은 현실 그 자체였던 것. 엔도는 그제서야 조금 기억해냅니다. 이 충격을 넘어선 트라우마가 회사원엔도와 소년엔도의 종이컵전화선을 끊어놓은 장본인이라는 것을. 그 연결선을 다시 잇게된 엔도가 가장먼저 한일은 세이지에게 단데리온 티켓을 들고가 사과하는 일이었고, 엔도는 자기입에서 '단데리온이 기다리고 있을거야'라는 말을 세이지에게 전합니다. . . 하지만 아직 작가는 여기서 끝낼생각이 없어보입니다. 엔도에게 (아마도 엔도와 같은 어른이들에게) 그간 용자를 외면한 죄값을 단단히 치르게할 모양입니다. 엔도에게 사과를 받아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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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히 박살난 세이지의 마음은 치유되지 않았고 회사원엔도가 저지른 무자비한 행위로 인해 용자 세븐은 이미 큰데미지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세븐은 착실하게 끝까지 용자로써 임무를 다하려합니다. 여기서 임무를 끝내러가기전 세븐의 독백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마치 오래된 문방구의 먼지쌓인 용자로보트 완구가 어른이 되서 다시 그 문방구를 찾아 자신을 발견한 독자들에게 말을 걸어오는듯한 그런 애잔한 감상이 담겨있습니다.) . . 그런데 작가는 이 대결의 바톤을 세븐이 아닌 주인공인 엔도에게 넘길 기미가 보입니다. 문방구장난감의 애절한 외침을 전해받은 주인공 엔도에게 끝을 내게할 모양입니다. 하지만 엔도는 소년엔도와의 연결선을 찾았을뿐 아직 적에게 클라이맥스를 토해낼 충분한 화력이 모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이 씬이 등장합니다. 소년엔도의 상징인 세이지앞에 '무대뒤 담배용자'의 상징인 배우가 그때의 트라우마를 엔도가 보는 앞에서 재현합니다. 그것도 '더'심하게. (전작도 봤지만 이번 작에서도 주인공 무지하게 괴롭힙니다. 작가가 이런거 좋아하는군요.) 엔도는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저 충격을 그는 알고있으니까요. 이제 주인공에게 '뜨거운 동기'가 충분히 부여되고, 엔도는 세븐에게 허락을 구합니다. 그만큼 절박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상황이. 그리고 이 작품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세븐은 단 한마디로 엔도의 수여식을 마칩니다. '붉은 버튼을 누르고 변신이다!' 세븐이 엔도에게 시계를 수여한 이유를 이제 엔도도 알고 독자도 알고 작가도 압니다. '지금의 너라면 안다. 무엇을 위해 그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엔도는 버림받은 용자에게, 자신이 등돌렸던 용자에게 드디어 인정받았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완벽한 절정을 향해 달립니다. . . 엔도가 용자복을 입고나서 하는 말과 행동은 새삼스럽겠지만 초반부의 회사원엔도와는 완전히 다른사람이라고 해도 될정도로 격변해있습니다. '포기하지 마라.' '나는 단데리온이다.' '시시했다, 세상이 쉬워보였다. 그래서 비웃었다. 난 열심히 살지도 않아놓고. 근데 그게 아니었다. 열심히 사는 이들은 용자들로부터 전해받은 뜨거운 무언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난 그걸 잃어버린 것 같지만. 너는 가지고 있어라. 내가 되찾아준다. 그러니까 이세상에 영웅은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마라.' 엔도는 그렇게 용자엔도가 되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그자리에 주저앉습니다. 그 장면을 세븐이 목격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세븐을 통해 자신이 이 작품을 통해 정말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아껴둔 말을 전합니다. '전세계에 있는 수많은 회사원엔도에게(또는 이미 용자인 이들에게) 너희가 지금 위치에서 그 하루하루 해나가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꿈이되고 희망이 된다면 당신은 이미 히어로다!' 이로써 용자세븐의 지구에서의 요란한 활동보고도 교신을 종료합니다. . . 작품의 감상은 저기 제일위에 써놨으므로 패스하고, 이건 그냥 제 생각인데, 작가는 '그때 그시절, 테레비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친구들과 용자물에 불타올랐던 당신! 그 순간의 뜨거움을 아직도 기억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당신이.. 지금 이 시대의 히어로다.' 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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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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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열심히 하셨고 반드시 그에 대한 결과가 있을겁니다. 정말 잘하셨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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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숫자아이디 댓글에 감탄하고 가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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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숫자아이디 댓글에 감탄하고 가긴 처음입니다. | 13.10.09 23: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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