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특정 커플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단순 뻘글입니다.

※ 커플 응원은 좋지만 커플 비방은 삼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루토를 보다보면 감정이입하기 힘들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주로 우정이나 사랑같은 감정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게 표현되는 부분입니다.

우정은 전혀 평범한 우정으로 보이지 않고, 연애감정 이상의 집착으로까지 보일 때가 있습니다.

연애감정은 어째서 그렇게까지 사랑하는지, 좋아할 이유도 없는데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질 때가 있죠.

최대한 만화라는 점을 감안하면서 봐도 납득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주요인물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이때문에 작품 자체를 감상하기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더러 보이더군요.

하지만 나루토 세계는 실제세계와는 다른 공간입니다. 차크라를 비롯한 여러 가상의 설정이 세계관의 법칙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의 감정에도 현실과는 다른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현실에 사는 우리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고 가정해 보면 어떨까요?

바로 음양의 이치 때문이란 가정입니다.

음양오행은 동양인에겐 친숙한 개념이죠. 양(陽)은 태양, 빛, 남자, 신체를 상징하고 음(陰)은 달, 어둠, 여자, 정신을 상징하며 서로를 끌어당기며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는 개념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나루토에서는 이 철학이 자주 언급되며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라 실물에 작용하는 힘의 법칙으로 나옵니다. 음양둔이라는 기술이 존재하여 생명은 물론이고 차원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힘이죠. 이 힘이 일상에도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다면?

우치하 마다라와 센쥬 하시라마는 이 만화에 나오는 대표적인 친구 한쌍입니다만, 이들에게도 역시 단순한 우정이라고 보기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묘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을 단순한 친구(?)사이가 아닌 음과 양의 만남으로 보면 어떨까요?

센쥬는 양의 특성이 두드러집니다. 선조인 아수라는 양의 차크라를 상징하는 인물이며, 그의 후예답게 나루토 세게의 양속성인 강한 신체 에너지와 생명력을 타고 났습니다. 그리고 하시라마는 그런 일족에서 태어난 것에 덤으로 선조의 영혼인지 차크라인지를 뭐시깽인지 하여간 뭔가를 물려받은 전생체라는 것이 밝혀졌죠.

반대로 우치하는 음입니다. 선조는 음을 상징하는 인드라, 그리고 사륜안의 능력은 츠쿠요미나 코토아마츠가미와 같은 정신적인 부분을 컨트롤하는 환술이 많습니다. 그리고 사륜안 개안조건은 정신적인 변화와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나루토 세계에서 정신 에너지는 음속성이죠. 마다라는 그 일족의 우두머리이자 인드라의 전생체로 태어났습니다.

이 작품에서 음와 양의 대비를 어찌나 신경쓰는지는 작품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리라고 봅니다. 이런 점은 마다라와 하시라마가 쓰는 문자란 사소한 대목에서도 드러납니다. 왼쪽은 하시라마가 쓴 한자와 가타카나 조합의 문장, 오른쪽은 마다라가 쓴 히라가나 문장입니다.

히라가나는 헤이안 시대에 가나 또는 여자문자라고 불리며 여자들이 주로 썼습니다. 훈민정음이 언문이라 불리며 여성들 사이에서 쓰는 문자로 통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같은 시절에 한자는 마나 또는 남자문자라고 불리며 남성들이 주로 썼습니다. 여자는 음, 남자는 양,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음양의 이치에 따르면 양의 일족에서 가장 강력한 양기를 가지고 태어난 하시라마와 음의 일족에서 가장 강력한 음기를 가지고 태어난 마다라가 만나 끌리는 건 당연한 겁니다. 음(마다라)과 양(하시라마)이 만나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존재(마을)를 낳은 것은 운명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겠네요. 안 그런가요?

우정보다 집착에 더 가까워 보이는 우즈마키 나루토와 우치하 사스케의 기묘한 관계도 그렇습니다.

주인공과 라이벌인만큼 이들의 속성은 여러번 명확히 나왔기에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지만 간략하게 봅시다.

우즈마키 일족은 센쥬와 가까운 친척으로 강한 생명력을 지녔으며 나루토 본인도 빛에 비유되는 묘사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수라의 전생체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사스케는 음의 속성을 지닌 우치하일족의 후예. 어둠을 상징하는 포지션에 있으며 인드라의 전생체이기도 합니다.

음양의 이치에 따르면 철두철미하게 양의 기운을 타고난 소년과 음의 기운을 타고난 소년이 만난 상황인데 끌리지 않는 게 더 이상하죠. 안 그런가요? 아닌가?

물론 동성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우정과 마찬가지로 나루토에 나오는 연애감정흐름을 납득을 못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이들의 관계도 음양으로 따져봅시다.

남자 캐릭터들에 비해 여자 캐릭터들은 속성이 명확히 나온 캐릭터가 별로 없지만, 이들도 출신 일족과 분위기로 어림짐작은 가능합니다.

일단 사스케를 좋아하는 여자들을 봅시다.

카린은 양의 속성을 지닌 우즈마키 일족입니다. 그리고 빨간머리, 괄괄한 성격이 도드라지는 캐릭터입니다. 우즈마키란 것만 봐도 일단 양이네요.

사쿠라도 괄괄한 성격에, 빨간색과 분홍색 계통의 난색이 테마컬러입니다.

그리고 하루노 가문은 속성 같은 것이 명확히 나온 적이 없어서 약간 비약적인 추측이긴 합니다만, 한창 전생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할 때 사쿠라가 입고 있는 옷의 문양이 우연이지 모르지만 하고로모의 상징인 태양문양 혹은 하시라마의 선인모드 문양과 비슷해 보인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까마득한 기원을 따져보면 사쿠라네 집안도 하고로모 계열 출신일 수도 있겠네요. 하여간 사쿠라도 여러모로 양에 가까워보입니다.

그밖에 이노와 사스케를 좋아하던 여자아이들은 배경이 깊게 나오질 않아서 짐작만 할수밖에 없으나 사스케를 좋아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내비치는 것을 보아 외향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해보입니다. 딱 보기에 보통 말하는 양기를 타고난 타입으로 보이는 분위기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스케는 음, 사스케를 좋아하는 여자들은 양속성이 두드러집니다.

사스케가 눈길도 안 주고 모멸차게 굴며 심지어 가차없이 찔러버리기까지 하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답답하기도 합니다만, 본능적인 음양의 이치대로 이끌리기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죠.

반대로 나루토를 좋아하는 히나타를 봅시다. 히나타가 나루토를 좋아하는 이유는 독자들도 비교적 이해하기 쉬울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또래 애들은 거의 다 사스케를 좋아하는데 히나타만 특이하게 당시 찌질이였던 나루토를 일찌감치 주목했다는 건 조금 특이합니다.

히나타는 매우 얌전하고 차분한 성격. 테마컬러도 보라계통의 차분한 색입니다.

그리고 휴우가 일족의 백안은 본래 카구야의 것. 한 세대 내려가면 하고로모의 형제 하무라의 것입니다. 하고로모가 양의 차크라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아, 그와 균형을 이루는 형제는 음의 차크라를 대표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즉 휴우가 일족은 음속성일 가능성이 크죠. 히나타가 음이니 양인 나루토에게 쉽게 주목할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도 사실 제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여간 나루토에 나오는 관계가 이해되지 않아서 답답하다, 싶은 분이 있으시면 마음을 비우고 저 세상은 저렇게 돌아가는 것이 순리인가보다 하고 편하게 생각해봅시다. 동양의 오랜 철학 음양조화를 떠올리며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지...누가 아나요? 말처럼 잘 된다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