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 안에는 <페이트 제로>와 관련된 다량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아래의 <페이트 제로>에 대한 해석은 절대적인 진실이 아니라 단지 개인의 견해에 불과함을 밝힙니다~
▲ <페이트 제로> OST - Tragedy And Fate (비극과 운명)
>> 성배문답에 대한 세이버(아서)와 아쳐(길가메쉬) 및 라이더(이스칸달)에 대한 성군인가 폭군인가 하는 인물 평가적 논의는 이미 정리된것 같으니, 저는 다른 측면에서 <페이트 제로>의 성배문답에 접근해 볼까 합니다. 이를 위해서 <페이트 제로> 애니메이션의 TV 방영분 이외에 BD에서 추가된 부분, 그리고 원작의 내용도 차근차근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TVA에서의 구도 = 세이버 vs 아쳐,라이더 (다굴~!!)
▲ TVA판에서는 세 명의 왕이 모여 앉아 "진정한 왕이란 무엇이고, 그러한 왕이 추구해야 할 왕도(王道)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논하게되는 성배문답에서, 세이버가 다른 왕에게 제대로 카운터를 날렸던 부분이 딱 한군데 있었습니다. 세이버는 '이 세상의 보물은 자신의 것이며 성배 또한 원래 자신의 물건'이라며 기고만장해 하는 아쳐에게 "캐스터 처럼 정신나간 서번트"라고 한마디 해줍니다. (※ 물론, 아쳐의 정체를 대충 눈치채고 있었던 라이더는 다른 태도를 취하지만요) 여기서 조금 빈정이 상해버린 금삐까...
>> 문제는 세이버가 말을 더듬지 않고 반격한 부분이 딸랑 이거 하나만 나왔던 지라... 이후에 라이더와 아쳐에게 신나게 입싸움에서 털린다는 식으로 전개되었다고 하는 점입니다. ㅠㅠ 이렇게 1:2이란 불리한 상황속이라지만 반격조차 제대로 못하였기에 TVA 속 성배문답은 세이버가 <페이트 제로>에서 호구왕이라는 오명을 가지게 된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2. 원작에서의 구도 = 세이버 vs 아쳐 vs 라이더 (삼파전)
▲ TVA판과 달리 BD에서는 세이버 이외에, 이스칸달과 길가메쉬가 서로 대립하는 구도 또한 대폭 추가 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
>> 성배문답에 대해 다시한번 정의내려 보면 "본격적인 제4차 성배전쟁을 벌이기에 앞서, 왕들이 모여 서로의 왕으로서의 가치관 즉 왕도(王道)에 대해 물어보고 답하여 각자의 그릇을 평해보는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스칸달과 길가메쉬 또한 서로의 왕도가 다르고 이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세이버가 "국가를 위해 몸바쳐 헌신하는 것이 왕"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이스칸달은 "빼앗고 약탈하며 취하여 모든 이들의 선망이 대상이 되는 것이 왕"의 본질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길가메쉬는 "세상의 모든 것(보물)을 가진 자가 곧 왕"이라는 각기 다른 왕도를 가지고 있기에 이 둘 또한 대립합니다. 그리하여 이스칸달은 "강탈하는 자"로서 길가메쉬의 재보를 노릴것이고, 이에대해 길가메쉬는 "심판하는 자"로서 이스칸달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식으로 둘 사이의 문답도 오가게 되죠.
(원작 <페이트 제로> 성배문답 中)==========================================================
아쳐는 입가를 이죽이며 실소했다. 그런 것은 물어볼 것까지도 없다, 라는, 무언의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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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배문답의 마지막 질문으로 이스칸달은 "왕은 고고한가? 아니한가?"에 대해 남은 두 왕에게 물어봅니다. 세이버는 말할것도 없이 "고고하지 않다"고 답하지만, 아쳐는 무언의 미소로 이스칸달에게 답해줍니다. 이에 이스칸달이 "(둘다) 틀려먹었다"고 답함으로써 길가메쉬 또한 말할것도 없이 "왕은 고고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이 부분에서는 세이버 1:2 구도가 아니라 오히려 이스칸달 1:2 구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이스칸달의 고유결계를 동반한 필살의 대군보구 "아이오니언 헤타이로이"가 끝나갈때 즈음하여 길가메쉬는 다음과 같이 이스칸달의 도발에 답해줍니다.
(원작 <페이트 제로> 성배문답 中)================================================================================
"과연. 아무리 잡종들뿐이더라도, 이만한 숫자를 모으면 왕이라고 떠벌일 수도 있겠군. ──라이더, 역시 너라는 놈은 눈에 거슬린다."
"마음대로 떠들어라. 어차피 나와 네놈은 직접 결착을 짓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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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에도 기가 죽지 않았던 세이버
▲ 라이더(이스칸달)가 세이버를 더이상 "왕으로 여기지 않겠다"고 하면서 고르디어스의 휠을 소환했던 부분입니다. 이에 세이버가 아무말도 없이 라이더를 응시할 뿐이었던 애니판 <페제로>와는 달리 원작 소설에서는 이스칸달에게 크게 호통을 날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때 완전히 세이버를 무시하고 떠나갔던 애니와 달리 이스칸달은 세이버를 보며 그녀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 줍니다.
(원작 <페이트 제로> 성배문답 中)============================================
"어디까지 나를 우롱할 셈이냐? 라이더!"
세이버가 언성을 높여도, 이스칸달은 오히려 딱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대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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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삐까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오히려 4차 라이더 때보다 반응이 더 심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일방적으로 길가메쉬의 말을 세이버가 들으며 멘붕만하던 애니판과 달리, 원작에서는 금삐까가 세이버를 조롱조로 비웃자 그녀는 엑스칼리버를 크게 휘두르며 그가 마시고 있던 극상의 술이 담긴 술잔을 두동강내어 버립니다. 'ㅅ');;
(원작 <페이트 제로> 성배문답 中)========================================================================
빈정거린 아쳐의 손안에서, 보배(寶杯)가 산산조각났다.
"라이더는 갔다. 연회는 끝이다. ──아쳐, 빨리 사라지거라. 그렇지 않으면 검을 뽑아라."
설령 불가시라 할지라도, 세이버가 휘두른 보검의 일섬은 그 풍압만으로도 치명적인 위력을 설명하고 남는다.
잔이 깨진 아쳐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은, 어지간한 대담인가, 혹은 더없는 우둔인가, 둘 중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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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이리 : 세이버, 너는 틀리지 않았어!"
(원작 <페이트 제로> 中)========================================================================================
마지막 문답을 물리친 라이더에게, 억울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당연한 감정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이버의 마음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는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조함"의 심정이었다. 대의도 없고, 이상도 없고, 그저 아욕(我慾)만으로 위세를 떨친 폭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어서도 여전히 불멸의 유대로 신하들과 맺어진, 왕.
그가 사는 모습은 너무도 기사왕과 멀고, 그 철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이버는, 이스칸달의 말을 가소로운 것으로 가슴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해서 논파하고, 철회시키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 않는──그런 참을 수 없는 씁쓸한 뒷맛이 있었다.
(※ 이스칸달의 왕도가 폭군의 치세[治世]에 불과한 논리임을 다시금 강조하고, 세이버가 이에 완전히 주눅들지 않았음을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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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A판 <페이트 제로>에서는 성배문답이 끝나고 세이버가 과거 카멜롯에서 자신을 등지고 떠난 원탁의기사(※ 란슬롯)를 회상함으로써 왠지 모를 비극적인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끝이납니다만, 원작에서는 후일담 형식으로 아이리가 세이버를 응원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애니 분량으로 치면 약 3분에서 5분 가량의 분량으로 추정) 페이트 제로를 서술한 우로부치씨 입장에서는 자칫 이 성배문답 이야기가 "아서의 선정"보다 "알렉산더의 폭정"을 옹호하는 글이 되어버릴까 걱정되었는지, 나아가 세이버의 생각이 왜 틀리지 않았는지 아이리의 입을 통해서 해명해 주는 식으로 성배문답 이야기를 마무리 짓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유포터블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았는지, 혹은 세이버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분량 조절의 문제로 뺐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얄짤없이 애니 <페제로>에선 짤려 버렸더군요.
▲ 키리츠구에겐 미안하지만, 꽤나 죽이 잘맞는 커플이란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작중 사이가 각별했던 아이리와 세이버.
(원작 <페이트 제로> 성배문답 후편 中)==========================================================================
아이리스필은 고개를 저으며 세이버의 약한 마음을 부정했다.
"세이버, 당신은 이상(理想)의 왕이었어. 그것은 당신의 보구가 증명하고 있는걸."
라이더에게 『왕의 군세(아이오니언 헤타이로이)』가 있는 것처럼, 세이버에게는 『약속된 승리의 검(엑스칼리버)』가 있다. 정복왕의 보구가 통솔력으로서의 카리스마성을 구현한다고 하면, 기사왕의 보구라는 것은, 그녀의 거룩한 왕도의 구현이다. 그 긍지와 빛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과연. 저는, 이상의 왕이 되기 위해 자신을 다스려왔습니다.
잘못을 피하기 위해 사정(私情)을 봉하고, 결코 속마음을 말한 적도 없습니다."
그것은 왕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버렸다는 것. 누구보다도 탐욕스럽게 『인간』이려 했던 정복왕의 왕도라는 것은, 정면으로 대치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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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페이트 제로> 성배문답 후편 中)==========================================================================
무엇이 그곳에서 세이버를 주저하게 한 것인지는, 아이리스필도 안다. 아서왕 전설의 종막은, 친족과 신하의 배신이라는 비극을 가져온다. 이스칸달이 과시했던 『신하와의 유대』를 끝끝내 확고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사왕은 그 영화(榮華)를 잃은 것이다.
"──있지, 세이버. 운명은 설령 불가피하다 해도, 그것이 필정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어."
잠시 묵고하고서, 아이리스필은 타이르듯이 그렇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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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페이트 제로> 성배문답 후편 中)==========================================================================
"감사합니다, 아이리스필. 저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군요."
수긍한 세이버의 눈빛은, 이전처럼 깨끗하고 조용한 자신을 되찾고 있었다.
"왕으로서의 나의 시비(是非)를, 과거에 물어도 소용없다. 그것은 성배에 물어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곳에 있다."
"그래. 그 기세야."
아이리스필은 안도했다. 이 고귀하고 늠름한 기사왕에게는, 반성의 슬픈 얼굴 따윈 어울리지 않는다.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지고, 앞만을 보며 돌진한다. 그런 모습이야말로 어울린다. 그렇게 존재하기에 빛의 검도, 그녀에게 언제나 승리를 약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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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하자면, <페이트 제로>의 성배문답에서 작자인 우로부치씨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건 세 명의 서번트 중에 어느 한쪽의 가치관이 우월하다는 식의 평가적 측면이 아니라, 그저 세이버, 알렉산더, 길가메쉬라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명의 등장인물들의 왕도(王道)를 제시하고 이후에 있을 인물간의 대립 구도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1 복선적 측면이 강했던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1 복선적 측면 예시
▲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성배문답에서의 이스칸달의 대사는 제로 후반부에 버서커(란슬롯)와 대면하게 되는 세이버의 내면의 갈등을 보다 극적으로 증폭시키도록 만들기 위한 복선으로 작용합니다. 그간 와닿지 않았던 이스칸달의 한마디 한마디가 성배전쟁 마지막에 와서야 이성을 잃은 란슬롯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이것은 마침내 세이버의 눈망울을 자극합니다. (※ 그리고 이 부분에서 세이버는 이스칸달의 왕도가 자신의 왕도보다 더 나았다고 말하려는 것이기 보단, 그저 왕국의 번영이란 이상을 좇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돌보지 못했던 세이버 자신의 후회조의 의미에 불과했다고 생각)
5. 성배문답 그 이후, 세이버와 라이더
▲ 재미있는건 성배문답편에서 세이버를 더이상 왕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정색하며 떠나간 이 양반이, 막상 캐스터 토벌전에서 그녀와 다시 만났을때는 여전히 "기사왕"이란 호칭을 붙여주면서 세이버에 대하여 나름의 예우를 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정복왕과 기사왕 사이의 감정적인 대립 또한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사왕의 작전 구상에 이의가 있는지 세이버가 라이더에게 물어보자, 라이더는 "알겠다"며 흔쾌하고도 호탕하게 웃어 넘겼지요. 왜 이런 전개가 되었는지 개인적으로 예상해 보자면... ① "우로부치씨의 기억력이 형편없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혹은 ② "성배문답에서 스스로의 행적을 부정하고 과거로 되돌리겠다는 세이버의 소원을 들은 라이더는 술기운이 달아올라 평소 때보다 더욱 자신의 본심을 솔직하게 표현했던 것이며(※ 라이더 나름의 인간미), 어린 소녀임에도 엑스칼리버를 뽑아 카멜롯 전설을 이룩하고 원탁의 기사들의 왕이 되었던 그녀의 업적 자체는 존중해 주고 있다."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겠네요.
▲ 여하튼 언제 불화가 있었냐는 듯이 두 서번트는 서로 협력하며 신나게 캐스터가 소환한 대형 문어발? 괴물을 썰어 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라이더는 세이버의 고고한 왕도를 증명해 주는 "엑스칼리버"의 위용을 보고 말지요.
(원작 <페이트 제로> 캐스터 토벌전 中)========================================================
"저 정도의 빛으로 매혹해주는데도 여전히, 네놈은 녀석을 인정하지 않는거냐?"
아쳐의 물음에, 라이더는 코웃음쳤다. 그러나 그 표정에 있는 것은 모멸이 아니라,
어쩐지 비장한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는 듯한 침울함 이었다.
"시대의 민초의 희망을 그 한 몸으로 떠맡았기에 있는, 저 위광(威光) ... 눈부시기 때문에 애처롭구만.
저런 것을 등에 짊어진 것이, 그저 꿈꾸는 작은 계집아이였다고 알고나니 말이다."
내려다보는 강 수면에는, 지금 격렬한 사투를 끝내고 어깨로 숨을 몰아쉬는 세이버의 자그마한 몸이 있다.
그 가녀린 어깨에 부여되었던 것의 무게를, 라이더는 어젯밤의 문답에서 알아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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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버가 황금빛으로 차오른 약속된 승리의 검을 휘두르자 대형 괴물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어있던 캐스터 또한 살점 한조각 남기지 않고 황금색으로 물든 빛에 산화되어 소멸하게 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길가메쉬가 정복왕에게 "이래도 인정하지 않을거냐?"라고 묻자, 이스칸달은 코웃음칠뿐 따로 세이버가 왕이 아니란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위용을 측은하게 바라보며 그녀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게 됩니다. 반면 길가메쉬는 그런 고고한 세이버를 보며 음란한 미소을 짓고 그녀의 몸을 탐닉하고 있었으니...
(원작 <페이트 제로> 캐스터 토벌전 中)========================================================================
정복왕의 근심스런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황금의 서번트의 미소는 끝없이 음란하여, 욕망이 가득찬 것을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저것이 품고 있던 분에 넘치는 이상은, 반드시 최후에는 그것을 품고있던 주인을 태워 없앴을 것이 틀림 없다.
스러져가는 그때 흘렸을 통곡의 눈물 ...핥아보았다면 오죽이나 달콤했겠느냐"
황홀하게 마음을 내달리는 아쳐의 옆얼굴을, 라이더는 그 칼날 같은 눈빛을 번득이며 바라본다.
"……역시 네놈과는 서로 받아들일 수가 없구만. 바빌로니아의 영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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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건 사실 길가메쉬 뿐만 아니라 알렉산더라는 영웅 또한 "세이버를 손에 넣길" 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둘 사이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지요. 알렉산더가 세이버를 얻고자 함은 자신과 뜻을 함께할 "동료"로 삼고 싶다는 의미인 반면, 길가메쉬가 세이버를 탐닉하는건 그녀를 자신의 "소유물"로써 애지중지 아껴주겠다는 정도의 의미라 하겠습니다. 세이버에 대한 이러한 두 왕의 각기 다른 시선의 차이가, 이후에 있을 라이더와 아쳐의 마지막 대결을 암시하는 시발점(始發點)으로 작용합니다.
" 멸하지 않으며 욕보이지 않고 '혼' 그 자체를 제패한다.
그렇기에, 정복왕...! "
6. 이스칸달도 인정한 세이버
" 왜 일부러 세이버하고 싸우려는 거야? "
▲ 앞서 언급하였던 성배문답이 세 명의 왕이라 칭하는 서번트간의 가치관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문답편(問答篇)"이었다면, 이하 제가 소개해드릴 <페이트 제로>의 후반부 이야기야 말로 그 갈등이 해소되는 "해답편(解答篇)"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스칸달은 세이버에게 화를내는 한편 어째서 측은한 감정을 가지고 그녀에게 집착했던 걸까요? 그 답은 과거 이스칸달이 꿈꾸었던 혹은 지금도 내심 꿈꾸고 있는 "오케아노스"라는 세상끝의 바다(이상향)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성배에 의해 마스터로서 서번트 라이더와 연결되어 있던 웨이버는 꿈속에서 잠시나마 라이더(알렉산더)가 꿈꾸고 있었던 이상향, 오케아노스에 도달한 이스칸달과 그의 부하들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게 됩니다. 그가 심상에 세겨놓은 오케아노스는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입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버린 그날, 웨이버는 어째서인지 라이더가 바라고 있었던 후유키시의 쇼핑에 변덕적으로 응해줍니다.
(원작 <페이트 제로> 中)========================================================================================
『이몸은 말이다, 이전에도 그런 "있을지 없을지도 알수없는 것"을 좇아 싸웠던 일이 있다.』
술회(述懷)의 말은, 어째선지 씁쓸하고 차가워서, 언제나의 쾌활한 패기와는 동떨어져 잇다.
『세상끝의 바다(오케아노스)를 보고야 말겠다고... 그런 말을 퍼뜨리면서, 이몸은 세계를 약탈하고 또 약탈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런 감언이설에 놀아나서, 의심도 할줄 모르고 따라온 신하들을, 엄청나게 죽게 만들었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간에 기분 좋을정도의 바보들 집합이었지. 그런녀석들부터 먼저 힘이 다해갔다. 최후까지, 이몸이 말했던 세상끝의 바다(오케아노스)를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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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페이트 제로> 中)========================================================================================
『 이 시대의 지식을 얻었을 때는, 뭐어 꽤나, 받아들일 수 없었지. 설마하니 대지가 둥글게 갇혀있는 거라니, 질나쁜 농담에도 정도가 있지. 허나 그렇더라도, 지도를 보면 납득할 수 밖에 없었지. 세상끝의 바다(오케아노스) 따위 어디에도 있지 않았다. 이몸의 이상(꿈)은, 그저 망상에 지나지 않았던 거다.』
"어이, 라이더……"
설사 그것이 진상(眞相)이라 할지라도. 하필이면 이스칸달 자신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고 하는 것은, 웨이버에게 있어서, 참을수 없을 정도로 싫었다.
그렇게나 선명하게, 똑바로, 그 경색(景色)을 가슴에 그리고 있으면서 ...
어째서 이 남자는, 이제와서, 이렇게나 꿈에서 깬 목소리로, 계속 품어왔던 꿈을 부정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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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의미없는 지루함 방지용 스샷입니다 'ㅅ')
>> 성배의 기적같은 힘에 의해 후유키시에 소환된 라이더는 그의 부하들과 함께 꿈꿔왔던 오케아노스라는 이상향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겉으로는 별거 아닌척 했지만 이스칸달은 #2 내심 복잡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그러던 와중에 기사왕이란 녀석은 자신이 친애하는 수천, 수만의 부하들과 함께 달려갔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이상향이란 무언가를 향해, 홀로 백성들과 신하들의 무게(희망)를 작은 어깨에 짊어진채 걸어가고 있네요? 이에 이스칸달은 이상향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자신의 경험상 세이버가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 바라던 그 기적(※ 성배)의 끝에는 얼마나 큰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지 가늠해 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그는 세이버를 보며 "눈부시기에 애처롭다"고 말했었죠. 먼저 그 허망함을 느꼈던 이스칸달은 세이버가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그녀에게 집착합니다. "빨리 꿈에서 깨고,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행복을 누려라."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결론은 간단합니다. 이스칸달은 세이버에게서 (비록 방향은 다르지만) 이상향을 추구하던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보았으며 그 공허한 말로를 알고 있던 그였기에 세이버에게 자신과 같은 꼴이 나지 않도록 츤츤대며 나름 그녀를 걱정해 주고 있던 겁니다. (※ 너무 오지랖이 넓은거 같지만 그도 그럴것이 그가 참견쟁이이자 인간미 넘치는 성격이라는 설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2 내심 복잡한 심정 - 다만 성배문답에서 라이더는 자신의 말로를 "결과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자 목숨을 바친 자신의 전우들에 대한 애통함은 있을지언정 그가 그들과 함께 걸어온 길에 대한 후회감은 없었다고 봅니다.
(원작 <페이트 제로> 中)========================================================================================
『세이버 녀석은 말이다, 이몸이 쓰러트려주지 않으면 안되는거다. 그것이 같은 영령으로서 이몸의 책무다』
"……어째서야, 그건?"
『그 바보 아가씨는, 짐이 올바르게 잡아주지 않으면 영원히 잘못된 길을 걸어갈 뿐이겟지. 그래서야 너무나도 측은하지 않으냐』
라이더의 변명은, 웨이버에게 있어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 판단이, 언제나와 같이 성배전쟁을 도외시한 정복왕 나름의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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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더와 세이버의 마지막 결투는 이하 성배문답부터 쭈욱 이어져오던 두 영령간의 갈등이 해소되었던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 다만, 아이리가 납치되었던 상황이 상황인지라 두 인물간의 대화는 많이 오가지 않았지만요) 세이버가 바이크를 타고 자신을 쫓아오는 모습을 보고 "짐에 대한 도전"이라며 ① 하늘에 날아가고 있던 고르디어스의 휠의 고삐를 붙잡고 그녀와 동일 선상에서 달려주었다는 점, 그리고 ② "훌륭하구나! 그래야만 명예 높은 기사의 왕!"이라고 하면서 세이버에 대한 평가를 높이고 있었다는 점이 있기에, 마지막에 와서 라이더는 세이버를 인정하고 왕 대 왕의 관점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이스칸달도 인정한 세이버)
7. 후일담 - 모든것이 멀고먼 이상향
▲ 위에서 언급된 세이버와 라이더의 마지막 전투에서 중요한 점은 "세이버가 라이더를 이겼다"는 겁니다. 비록, 라이더가 아쳐와의 싸움을 염두하여 아이오니언 헤타이로이를 아끼고 있었다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이버가 고르디어스의 휠을 엑스칼리버로 소멸시킴으로써 판전승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죠. "왕대왕의 대결에서 세이버는 이상향으로 향해가는 자신의 길을 부정하던 그리고 그 나름의 이상향을 찾지못해 좌절했던 이스칸달을 꺾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꿋꿋한 세이버라면 혹여 좌절하고 눈물을 떨구게 될 지라도 언젠간 그녀가 바라던 이상향에 당도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평행세계에서의 다른 그녀는 이미 당도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ㅎㅎ) 아이러니하지만 이스칸달 또한 그랬습니다.
" (어째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
" (이 가슴의 고동이야말로... 오케아노스의 파도소리였던 것이다.) "
▲ 길가메쉬라는 큰 언덕을 넘고자 "아이오니언 헤타이로이"속 심상세계의 전사들과 함께 달렸지만, 괴리검 "에아"라는 초유의 대계보구 앞에 그의 전우들은 하나하나씩 소멸하였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길가메쉬에게 달려갔던 이스칸달. 게이트 오브 바빌로니아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버리고 마침내 길가메쉬에게 닿으려던 순간 하늘의 쇠사슬(엔키두)가 내려와 그를 저지합니다. 이스칸달에 대한 예우로 그의 몸에 에아를 직격한 길가메쉬는 이스칸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꿈에서 깨어났는가?" 그리고 다시 그는 말합니다. "이 세계는 그대를 질리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도전하라고 말이죠. 그러자 둥근 이 세계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저 망상에 불과했다고 생각했던 머나먼 세상 끝에 있다는 오케아노스의 파도 소리가 이스칸달의 귓가에 들려옵니다. 그렇습니다. 마침내 이스칸달은 그가 꿈꿔왔던 오케아노스(이상향)의 파도는 사실 자신의 가슴속에서 고동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만족한 표정으로 제4차 성배전쟁에서 세이버보다 일찍 무대에서 퇴장합니다. 무언가 아쉬움을 남긴채 이스칸달이 사라지자, 이제는 길가메쉬와 대면하고 있던 웨이버에게 턴이 돌아옵니다.
>> 요약 = 제곧내(※ 제목이 곧 내용)입니다.
① 적어도 원작에서 만큼은 세이버가 성배문답에서 그렇게 두 서번트에게 두드려맞지 않았다.
② 성배문답에서 세이버가 왕이 아니라고 부정하였던 라이더도 이야기 마지막에 와서는 그 말을 번복한 듯 하다. (세이버를 인정)
③ 먼저 이상향(오케아노스)에 도달한 이스칸달을 통해, 세이버의 이상향(아발론)도 어쩌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 (본편이 먼저 나왔다는게 함정)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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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이번 작에서도 조금 지적받고 있는 유포테이블의 감정 조절 문제라고 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원작을 보면, 대화서술상으로는 세이버를 까기도 하지만 때론 '기사왕의 고결함' '기사왕의 긍지' 이런 식으로 띄워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애니화가 되면서 여러모로 그런 서술이 잘려나갈 수밖에 없었지요. 그때문에 세이버의 마이너스적인 면모만이 강조되며 호구가 된 거구요. ……, 애초부터 제로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작품이지, 누가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작품이 아니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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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는 세 사람이 아옹다옹하며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하는 식의 토론이었다면 애니에선... 길군, 라이더 : 뭐야, 세이버 너 그릇이 고작 그거밖에 안 됨? 어휴ㅉㅉ 그러니까 니가 생전에 그 모양 그 꼴이 났지 세이버 : 히잉...ㅠ ...이러면서 둘이 편먹고 갈구는 분위기--; 엑칼봉인도 모자라 말빨도 너프당한 호구왕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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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칸달은 딱히 세이버의 왕도를 평가한 게 아닙니다. 왕도가 아닌, 성배에 비는 소원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해주고 있는 거지요. 애초부터 이스칸달이 아더왕 전설의 이야기를 모조리 알고 있었음에도 세이버를 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설명이 끝나지요. 그게 아니었다면, 이스칸달은 처음부터 세이버를 기사왕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겁니다. 문제는 그 다음, 성배에 비는 소원을 비판했다는 거지요. 설령 그 결과가 후회스러울 지라도 그것을 없었던 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물론 길가는 그런 거 없다. 나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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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가 문제시 삼은건 세이버의 왕도가 아니라, 세이버의 소원이었지요. 과거로 돌아가 다시 통치를 시작하고 싶다고 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과거와 왕도를 부정하는 꼴이 되어버리니 말이지요. 그래서 세이버를 자기 손으로 쓰러뜨려 그 헛된 소원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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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애니화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세세한 감정표현이나 부연 서술 같은게 참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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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이번 작에서도 조금 지적받고 있는 유포테이블의 감정 조절 문제라고 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원작을 보면, 대화서술상으로는 세이버를 까기도 하지만 때론 '기사왕의 고결함' '기사왕의 긍지' 이런 식으로 띄워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애니화가 되면서 여러모로 그런 서술이 잘려나갈 수밖에 없었지요. 그때문에 세이버의 마이너스적인 면모만이 강조되며 호구가 된 거구요. ……, 애초부터 제로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작품이지, 누가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작품이 아니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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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칸달은 딱히 세이버의 왕도를 평가한 게 아닙니다. 왕도가 아닌, 성배에 비는 소원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해주고 있는 거지요. 애초부터 이스칸달이 아더왕 전설의 이야기를 모조리 알고 있었음에도 세이버를 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설명이 끝나지요. 그게 아니었다면, 이스칸달은 처음부터 세이버를 기사왕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겁니다. 문제는 그 다음, 성배에 비는 소원을 비판했다는 거지요. 설령 그 결과가 후회스러울 지라도 그것을 없었던 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물론 길가는 그런 거 없다. 나쁜놈 | 14.11.01 16: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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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가 문제시 삼은건 세이버의 왕도가 아니라, 세이버의 소원이었지요. 과거로 돌아가 다시 통치를 시작하고 싶다고 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과거와 왕도를 부정하는 꼴이 되어버리니 말이지요. 그래서 세이버를 자기 손으로 쓰러뜨려 그 헛된 소원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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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애니화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세세한 감정표현이나 부연 서술 같은게 참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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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는 세 사람이 아옹다옹하며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하는 식의 토론이었다면 애니에선... 길군, 라이더 : 뭐야, 세이버 너 그릇이 고작 그거밖에 안 됨? 어휴ㅉㅉ 그러니까 니가 생전에 그 모양 그 꼴이 났지 세이버 : 히잉...ㅠ ...이러면서 둘이 편먹고 갈구는 분위기--; 엑칼봉인도 모자라 말빨도 너프당한 호구왕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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