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방영한 페스나 15화가 이래저래 큰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소위 '영화같다'고 하시는데,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부분이 영화 같은가, 왜 그런 화면연출을 하였는가'에 중점을 두어 설명해볼까 합니다.
저 또한 이번 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장면이 있었는데, 이게 단순히 퀄리티와 색감때문에 영화같은게 아니라,
진짜로 영화적 화면구성요소를 적재적소에 선택해 연출한지라 영화같다는 평이 나오는게 당연하다 싶더군요.
잡설은 이쯤 하고..
극의 초반, 길가메시가 버서커를 상대로 열심히 보구를 난사해가며 신나서 혼자 떠들어댑니다.
이때, 쭉 흐르고 있던 ost가 길가메시가 버서커를 도발하며 말을 마침과 동시에 뚝 끊기게 되는데,
단순히 음악만 멈출 뿐 아니라 모든 효과음, 배경음이 전부 차단되고 앞으로 이어질 이리야의 대사에 집중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리야의 대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당연히 이리야의 말에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대목이지요.
이때, 도발에 응하는 이리야의 모습을 화면으로 잡는 방식이 참 탁월합니다.
▲이리야의 몸짓 하나하나에 맞춰 흔들리는 카메라. 사진으로는 전혀 모를테니 영상으로 보시라.
이리야가 버서커는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며 소리치는동안 꽤나 과장된 몸짓을 보여주는데,
그런 몸짓 하나하나를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를 보여 줍니다.
이때 화면이 자연스럽게 흔들리게 되는데, 마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핸드헬드기법을 보는 듯 합니다.
핸드헬드기법이라 하면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직접 손으로 들고 자연스러운 흔들림을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주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해당 현장에 있는 듯한 공간감과 현장감을 주는 효과를 가지지요.
해당 장면에선 이리야의 움직임에 약간의 블러 효과까지 넣어가며 굉장히 임팩트있는 외침으로 만들어 별다른점 없는데도 단순히 카메라워크 만으로 박력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 지나가는 장면일 뿐이지만 앞으로 이어질 얘기가 이리야의 과거 회상임을 생각할때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리야의 모습에 집중하고 공감해야 할 타이밍을 알리는거죠.
(물론, 말그대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인지라 바로 다음 장면에 묻히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이리야의 말을 기다렸다는듯 길가메시에게 튀어나가는 버서커의 모습이 나오게 되는데,
이 장면 직후의 화면 구성이 제가 이번 화에서 가장 감명깊게 본 부분입니다.
▲이어질 설명 역시 스크린샷으로는 전혀 파악할수 없을테니 영상으로 꼭 확인해보시길.
맹렬한 기세로 돌진하는 버서커와, 그에 맞서 보구를 날려대는 길가메시의 모습을 빠르게 비춰줍니다.
그 다음 무언가의 신호탄이라도 되는 양 애꿎은 바닥에 3종의 보구가 박히게 되지요.
보구가 박히는 장면이 나오자마자 고속 촬영으로 돌린 듯 한 버서커와 길가메시의 모습이 나옵니다.
고속 촬영은 정상적 촬영 속도인 초당24프레임보다 빠른 속도로 촬영하여 느리게 돌린 것을 말하는데,
이는 초현실감과 극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게 되며,
현실의 시간을 확장하여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액션을 극적으로 강조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단순히 사출/돌격 두가지로만 구성된 해당 씬에 있어서 매우 효율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주게 되지요.
이 때, 영상의 초점 또한 인상적입니다.
유포테이블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배경에 공을 들이는건 다들 아시는 바일 겁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인지, 흔히들 말씀하시는 CCTV구도가 자주 등장하지요.
CCTV구도의 씬을 잘 보시면 어느 한 곳에 초점이 크게 집중되어 다른 부분을 흐리게 만들지 않고 최대한 초점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딥 포커스"라고 하는데, 이는 영상의 현실감을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따라서, 사실적인 배경 작화를 보여주는 유포테이블이 사용할 시 그럭저럭 괜찮은 효율을 보여주게 됩니다.
(가끔 너무하다싶은 장면도 있긴 합니다마는..뭐 암튼.)
딥 포커스의 또 다른 효과는 해당 장면에서 어떤 요소를 중점으로 감상할 것인지 시청자에게 맡긴다는 겁니다.
덕분에 아오키 에이 감독이 페이트/제로 에서 건물,기둥,벽,안개 등을 이용하여 그럴싸한 미장센을 구사해 내기도 했었죠.
사족이 길어졌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 스샷의 장면은 그런 유포테이블의 흔한 구도,초점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겁니다.
오로지 길가메시의 얼굴, 버서커의 얼굴에만 초점을 맞춰 각자의 등 뒤로 날아다니는 보구와 이팩트는 흐릿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있습니다.
단 몇초의 시간동안 느릿느릿 보여지는 두 인물의 표정에만 크게 집중하게 만들어,
각자 얼마나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게 되는 거죠.
다음으로 버서커가 길가메시에게 달려드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리야를 이리야의 시선보다도 낮은 곳에서 롱 쇼트의 로우 앵글로 잡아주고 있는데, 버서커와 게이트 오브 바빌론을 올려다 보는 형상을 만들어 냅니다.
로우 앵글은 바라보는 대상에 대해 권력,경외심 등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관객 본인은 위축되는 모양새를 만들게 되는데, 그런 시선이 작용하게 되는 화면의 정 중앙의 바로 옆에 화면을 꽉 채우는 이리야의 모습을 그려 냄으로써 이리야가 아직 굴복하지 않았음과 동시에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와중에 저 화면도 단순히 정지 화면이 아닌것이 인상깊습니다.
버서커는 달려가며, 파편은 튀어오르고, 보구는 날아오지요.
역시나 고속촬영으로 보여주기에 순간의 박력과 긴장감을 극대화 시켜줍니다.
앞서 땅에 보구가 꽂히는 것이 무언가의 신호탄이라고 잠깐 언급했는데,
고속촬영부분 이후 이리야의 바로 옆에 다시한번 보구가 박히게 됩니다.
네, 보구가 땅에 꽂히는 것을 고속촬영 씬의 시작과 끝으로 삼은 것이죠.
굉장히 놀랐던 부분입니다.
시퀀스의 처음과 끝을 동일하게 만들면 통일감을 준다는 사실을
화면의 속도가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장면에 응용한 것이죠.
보구가 땅에 박히는 장면은 모두 정상적인 속도이며 그 두 장면 사이에 들어가는 씬만 고속촬영 부분입니다.
이쯤되면 우연이 아닌 의도된 결과라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역시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이니 꼭 영상으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보구가 땅에 박힌 직후 이리야의 눈이 클로즈업되며 바로 암전되고, 과거회상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방금전까지 느릿느릿 움직이던 길가와 버서커를 보여주더니 보구가 박히고,이리야의 눈이 클로즈업되며 암전으로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빠른 편집으로 휙휙 넘겨버립니다.
느릿한 속도에 적응될때쯤 되려 평소보다 빠른 속도감의 화면을 보여주어 긴장감을 유지시켜줍니다.
보통 애니메이션에서 "회상"이라 하면 '페이드 인'이 습관적으로 등장합니다.
위기의 순간에 화면이 확 밝아지며 행복했던 나날을 떠올리고 그러는.. 뭐 그런 장면 처럼요.
어찌보면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지만 너무 뻔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15화에 이리야의 과거가 나온다기에 페이드인만은 안 나오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각적 충격과 더불어 긴장감도 적절히 유지시키며 잘 해낸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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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야의 과거회상은 과감히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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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회상이 종료된 후 천장을 깨고 등장하는 길가와 버서커.
버서커의 어깨너머로 길가메시가 보이는 시선을 보여주나 싶더니 순식간에 카메라가 이동해 두 인물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이번에도 역시 고속촬영같은 모습이지요.
이리야가 버서커는 지지 않는다고 외치는 부분에서 이리야의 얼굴을 클로즈 업 한 상태에서 화면의 전환 없이
순식간에 롱 쇼트로 현재의 상황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때 카메라의 속도감이 자연스럽게 박력을 보여주며, 전방위로 전개되는 게이트 오브 바빌론이 압도적인 영상미를 보여줍니다.
이 장면이 또 대단한게, 과거 회상 전 최약체 이리야보다 더 낮은 시점에서 길가(의 게오바)를 올려다보는 로우 앵글로써 버서커의 모습을 잡아 내었다면
과거 회상 후에는 최강의 길가메시보다도 더욱 상단에서 내려다보는 하이 앵글로 하여금 그 듬직하기 그지없던 버서커를 아주 작고 초라한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지요.
하이 앵글은 대상을 내려다보게 되는데, 시청자들로 하여금 지배감과 압도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런 멀리서 바라보는 기법을 "롱 쇼트"라 하는데, 롱 쇼트는 전체적인 상황이나 인물과 주변환경의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에 각 씬의 도입부에 사용되어 강한 인상을 주는데 사용되곤 합니다.
과거 회상의 전 후로 하여금 이런 롱 쇼트를 배치함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단 한순간에 큰 움직임 없이 강한 인상을 주고있는 거죠.
물론, 같은 롱 쇼트라도 각각 이리야와 길가메시, 로우 앵글과 하이 앵글 등 극명하게 대비되는 차이점을 두어 과거 회상 하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목이 롱 쇼트의 미학 인 것도 이 때문이지요.
자신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던 문제의 CCTV구도를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 엄청난 영상미를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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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감상과 나름의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혼자 괜히 흥분해서 떠드는것처럼 보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름 기대를 걸고 있던 작품이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여 만들고 있으니 그 의도를 하나하나 짚어보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작성해 보았습니다.
길고 재미도 없는 글인거 저도 알지만 애니,영화 등을 감상하실때 어떤 감상이 들었다면 '왜 그런 감상이 들까?' 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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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ubw 극장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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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최소 사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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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최소 영상촬영학과 수석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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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많이 필요할것 같은 연출이네요;; 그만큼 멋있어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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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스튜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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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스튜ㄷ... | 15.04.20 20: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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