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갓차맨 크라우즈 인사이트 8화와, 신데마스 20화의 리뷰입니다.
영웅물에는 악당이 필요하고, 악당은 시대의 불안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이를 테면, 캡틴 아메리카의 적은 처음에는 '레드 스컬', 그러니까 나치였습니다. 1941년에 상상할 수 있던 적은 '나치즘'이었던 것이죠. 혹은, 알기 쉬운 예로 '뿔 달린 악마'로 공산주의자들을 묘사했던 냉전시대의 만화들을 들수도 있겠습니다.
조금 시대를 가까이 땡겨봅시다. <다크나이트>의 "조커"로 말입니다.
축하해요, 서장님
<다크나이트>는 흔히 9.11이후 작품이라고 말해집니다. 2001년 9월 11일,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가 들이박은 후 "자유의 나라" 미국은 일종의 쇼크에 빠지게 됩니다. 미국의 본토에 처음으로 외국의 적이 쳐들어왔는데, 이들은 무기를 들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여객기'를 하이잭한, 평범한 승객으로 가장하고 있던 탈레반 조직원들이었던 거죠. 여태까지 상대하지 못해본 적이 나타난 거죠.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올지 모른다는 공포는 새로운 편집증을 낳았습니다. 모든 것을 추적하고, 모든 것을 감시하고, 모든 것을 예측하면 공격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죠. "자유의 나라"는 어느 새인가 곳곳에 감시 카메라로 가득차고 검색대에서 '의심가는 사람'이란 이유로 맨몸으로 벗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테러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공포의 화신이 바로 <다크나이트>에 새롭게 나타난 "조커"였습니다. 그 전에도 "조커"는 물론 광기의 상징이었지만, "킬링 조크"같은 작품에서는 좀 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형태의 광기를 보였고, 팀 버튼 버젼의 <배트맨>에서는 전위적인 "예술가"같은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커"는, 말하자면 "무색무취"가 공포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이나 갖고 있는 나이프는 '메이커를 특정할 수 없는' 무언가였고, 그의 기원은 입을 열 때마다 바뀌었으며, 그의 무기는 너무나 평범해서 손에 넣기 쉬운 물건들이었습니다. 심지어 그의 행동조차도 예측불가였습니다. 고문을 해도 아파하지 않고, 분명히 그의 적인 "고든 서장"의 승급에도 흔쾌히 박수를 쳐주는 인간이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추적할 수도, 감시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존재. 그런 존재가 나타난다면 이 모든 준비들이 쓸모 없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가 바로 <다크나이트>의 "조커"였습니다. (배트맨은 작중에서 실제로 핸드폰과 소나를 이용해서 도시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세웁니다. 그건 "조커"의 거울상이나 다름없습니다. )
그러나, 2010년대에는 또다른 형태의 "공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일본의 히어로물인 <갓챠맨>을 일신한 <갓챠맨 크라우즈>의 2기, "인사이트"의 게르사드라와 쿠-사마였습니다.
사드라에게 맡겨줘!
게르사드라는 엄밀히 말하면 악당은 아닙니다. 게르사드라는 인간에게 선의를 갖고 있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인물입니다. 심지어 그 방법이 폭압적이지도 않습니다. 게르사드라는 선거에 따라 일본 국민 모두의 의지로 선출되었으며, 많은 쓸데없는 정쟁을 가라앉혔으며, 스마트폰 투표의 도입으로 거의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 이르릅니다. 이것이 가능한 건 뛰어난 네트워크 디바이스와, 그의 유능한 행정처리였기 때문이죠. '민의'도 받으며, '선의'로 일하는, '유능한' 지도자. 게다가 '뛰어난 테크놀러지'까지 갖춘. 모두가 꿈꾸는 지도자가 아닐까요?
오프닝에서도 암시되었고, 저번 작의 '크라우즈'처럼 사람들 사이에 직접 나오는 이물(異物)인 '쿠-사마'조차도, 사람들을 습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기분을 달래주고, 사람들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고,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될 수 있게 해줍니다.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죠.
저는 계속 반복해서 '모두'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일본국민 '모두'는 점점 평화로워지고, 점점 행복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요? 그들은 '모두'가 아닌데...
화제에 오른 시부야 린. 얘 사실 탈주 2범이다. 피고는 전과를 뉘우치는 기색이 보이지 않고...
조금 뜬금없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로 옮겨 봅시다. 최근화에서 아이돌 사이에 큰 분쟁이 일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뉴 제네레이션의 행동에 대해서 '납득이 가지 않는 각본'이라고 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각본의 개연성만 보면 하등에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싫어. 아이돌이 뭔지 잘 모르는 채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와서, 누구를 믿어야 할 지 모른다니 ... 그런 건 싫어"
시부야 린은 작중에서 '자신이 열중할 수 있는 무언가'을 찾아다니는 역할로 등장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6화의 데뷔 무대에서 실수했을 때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 프로듀서를 째려본 이유는, 바로 '열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호언장담한 프로듀서가 미오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순간 안타까운 표정이었다가 사납게 변한 것이죠.
'나 완전 바보같잖아!'
반면 미오는 구김살이 없지만 정작 멘탈은 가장 약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3화에서도 가장 먼저 흔들렸던 것은 미오였고, 그런 미오가 정신을 차리도록 복돋아준 인물이 시부야 린이었죠. 그건 미오가 여태까지 실패를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운도 실력'이라고 말하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면모는 실은 실패를 모르는 무모함이었던 셈입니다. 그렇기에 직접적인 실패를 겪는 순간에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또한 그렇게 떠들어댄 자신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우즈키는 '열심히 하겠다' 하나만으로 이번 실패를 넘어갑니다. 이번엔 '열심히 하지 못했'으니까, 실패했다는 걸 받아들이고 다음엔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둘이 그래도 한 번의 실수를 겪고 성장해서, 마지막화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오는 팀을 이끄는 리더로 점점 자리잡으며 '아이돌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해서 좋았다'고 이야기하고, 시부야 린은 '즐거웠다, 고 생각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우즈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이돌 같네요...'라고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그 실패로 한 번 탈피하지 못한 우즈키야말로 가장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3화의 '어설픈 성공'으로 이미 한 번 복선을 깔아두었던 수법이 있었고, 끊임없이 작중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있습니다. 즉, '각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이마스 3인방을 분석한 제 글
과
아서 브라운 님의 [신데마스] 세 사람 각자의 사정
을 더 봐주세요)
그럼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요? 한 마디로 말하면 각본에 '갈등'이 존재했던 것부터가 문제가 됩니다. 이 '갈등'에서 누군가는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거나, 누군가가 희생당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이 갤러리의 글을 몇 개만 봐도 알 수 있으며, 링크를 건 글에서도 애초에 '이런 식으로 문제 설정을 한 것'이 잘못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근데, 좀 엉뚱한 질문을 해볼까 합니다.
그럼 안되나요? 누군가가 자기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는 건 나쁜 일인가요?
시부야 린이나 혼다 미오는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속였다거나, 혹은 나쁜 의도가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자신이 믿는 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뉴 제네레이션' 모두의 기분을 거슬러야 할 때가 왔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말하며, 이 부분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미오는 아마 다음편에 그 의중이 나오겠지만, 딱히 '이런 팀이랑 못해먹겠다, 때려치겠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네, 여러분도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기분'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갓챠맨 크라우즈 인사이트를 보면서, 모두들 손쉽게 파시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치스는 민주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다는 점에서 게르사드르와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나치스의 '파시즘'과 갓챠맨 크라우즈 인사이트가 보여주는 '파시즘'은 전혀 다릅니다. 왜냐면 나치스가 제시했던 것들은 일부 과학자들과 법학자들, 정치가들이 모여서 대중들에게 나눠준 '위에서부터의'(top-down) 형식의 의견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갓챠맨 크라우즈 인사이트에서는 전혀 다릅니다. '모두의 기분'은 게르사드르가 정한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 폰 투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여고생들처럼 '모두의 손'으로 직접 결정한 것들입니다. 심지어 사드르가 모든 사안을 맡아서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네!' '아니네!' '사드르에게 맡겨줘!'라는 선택지는 언제나 항상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드르에게 맡겨줘!'를 택합니다. '모두의 기분'이 그런 겁니다.
그리고 <신데렐라 걸즈>는 지금, '모두의 기분'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캐릭터들, 시청자들, 혹은 판매해야 하는 프로듀서의 심기까지도. 사실 <신데렐라 걸즈>는 아이돌물로서는 사기극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입니다. 아이돌 물에서 가장 중요해야 할 무대 장면은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도 않고, 또 등장해도 빠르게 편집되어 지나갑니다.
마치 드론으로 촬영한 것처럼 아이돌 사이를 지나다니며, 아이돌 들의 춤을 눈부시게 보여준 765 본가하고 비교하면 대기업이라는 346의 무대가 오히려 초라해보입니다. (저는 아직도 제일 아름다운 무대는 '류구코마치'의 Smoky thrill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상할 정도로 ㅅㅅ 어필이 없고, 내면 묘사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죠가사키 미카' 편에서 미카가 직접 성적 어필을 하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처*가사키'란 2차 설정이 붙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아즈사 씨처럼 가슴 출렁출렁 같은 장면을 한 번쯤 보여줘도 되지 않았을까요? 생각해보니 '걸어다니는 섹*로스'란 농담을 듣는 닛타 미나미조차 4화의 자기 소개 때 거친 숨소리(...)를 들려준 것 외에는 직접적으로 성적 어필을 하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남성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저는 이 작품을 '사기극'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이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보여줍니다. 하지만 제작진들의 포인트는 그것이 아닙니다. 누구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가 아니냐고. 그렇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건 소비자 '모두의 기분'이 우롱당한 걸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아름다운 장면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이돌들이 환하게 웃을 때, 무대 아래에서 열심히 일할 때, 무대가 끝나고 시원섭섭한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돌들을 최고로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무대 위가 아니더라도, 아이돌은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힘내는 모습을 보고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우상'에 어울리는 일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는 각본은 좋은 각본 아닐까요?
신데마스에서 가장 아름다웠다고 생각하는 장면들
하지만, 어쨌거나, '사기극'인 것은 변함없고 '모두의 기분'을 거슬렀죠. 그건, 제가 증명할 필요도 없이, 애니 갤러리와 애니 이야기 게시판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다시, 갓챠맨 크라우즈의 이야기를 다시 끌고와 봅시다. '게르사드라'도 '쿠-사마'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먼저 생각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두의 기분'이 하나가 되어 평화롭고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그들을 이용한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놈이다! 저 놈 빨갱이다!
그리고 그들은 "빨간 날개"에서 나온 "상냥한 짐승"들입니다.
JJ는 빨간 날개를 말하면서 프랑스 국기를 이용해서 종이접기를 하고, 심지어 쿠-사마의 형태도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의 형태를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빨간 날개"에서 나왔다는 건 대체 무슨 뜻일까요. 프랑스 국기는 실제 기원은 조금 논란이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청/백/적이 각각 자유/평등/박애에 대응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박애'는 영어로는 Brotherhood라고 번역하는데, 여튼 자신의 가족처럼 다른 모든 시민을 대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즉, '모두의 기분'이 행복해지길 신경 쓴다는 얘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모두의 기분'에서 나타난 "상냥한 짐승"들. 그들은 더 이상 예전의 "자유의 나라"인 미국이 썼던 오명을 쓸 이유는 없습니다. 감시카메라로 기분나쁘게 계속 쳐다볼 필요가 없습니다. 곁에 있으면 나를 위로해주고 또 즐겁게 해주니까요. 또 경찰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검색대 앞에서 맨몸으로 덜덜 떨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기분을 없애주는 게 바로 그들의 습성이니까요.
'모두의 기분'을 알고, 그 '모두의 기분'대로 행동하고 싶다는 욕망 아래 게르사드르는 계속 해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먹어치웁니다. 그리고 빵빵해진 배에서 나온 감정들이 붉은 감정을 만들고, 거기서 쿠-사마가 태어납니다.지나친 박애의 감정. '모두의 기분'을 서로가 신경 써주는 시대. 이거, 혹시 태평성대 아닐까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그럼, '모두의 기분'이 될 수 없는 사람은요? 최근에 한 애니메이션에서 그것을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준 적 있습니다.
"친구는 무엇보다 소중하죠? 지금 이 교실에 있는 친구, 그게 우리입니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최악이에요. 우리와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은 안 되요. 우리들의 색에 물들지 않는 사람은 민폐죠?"
<유리쿠마 아라시>에서는 끊임없이 곰의 위험을 받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 세계는 벽을 치고 그 안에 틀어박혀있습니다. 그리고는 혹시나 위험이 생길지도 모르는, 악은 무조건 배제합니다. 그러니까 '모두의 기분'을 거슬르는 것은 바로 '악'이 되어 배제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말로 악이라면 그냥 그 자리에 세워두고 총으로 쏴 죽이지 않고, 그 '악'의 소중한 것부터 하나하나 빼앗아 갑니다. 그리고 '악'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투명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새로운 형태의 '배제'를 보고 있습니다. '모두의 기분'을 생각하는 상냥한 세계에서는, 다른 사람이 조리돌림당하며 고통받거나, 비인간적인 법에 의해 사형을 받거나 감옥에 가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보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갓챠맨 크라우즈 인사이트에서도 자세히는 안 나왔지만, 시민들이 호의를 거절하는 사람에게 '저런 사람, 죽어버렸으면 좋겠어'가 아니라 '사라졌으면 좋겠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라집니다'. '행방불명'되고, 눈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마치 돌이켜 봤을 때, 어, 없네? 하고 느끼는 것처럼. 마치 도시의 들개들을 잡아서 보건소에 실고 갈 때 밤에 사람들 눈을 피해서 하는 것처럼. 그런 것이 있던 것조차 감지하지 못하도록 '모두의 기분'을 배려해서 없어져 버립니다.
그 '안 보임'이야말로, '모두의 기분'을 생각하는 이 시대의 공포입니다. '모두의 기분'에서 어긋나버리면, 스스로 포기하든 혹은 행방불명되어 사라지든, 그냥 보이지 않게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유리쿠마 아라시>도, <갓챠맨 크라우즈 인사이트>도 그 과정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리쿠마 아라시가 그나마 이름이라도 자신이 골랐다면, 갓챠맨 크라우즈는 더 노골적입니다. 그냥 '사드라에게 맡겨'버리면, 게르사드라에서 태어난 '모두의 기분'이 그것을 저질러버립니다.
우리 시대의 공포는 단지 '우리 안의 파시즘'따위에 근거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테크놀러지와 우리가 만들어낸 시스템이 우리를 그렇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좀 거친 생각을 뱉어볼까 합니다.
바로 그 테크놀러지와 시스템적 측면에서, 루리웹은 일*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서로 전혀 달라보이는 이 두 집단은 사실 서로의 거울상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스템이 아닙니다. 루리웹, 일*, 메*, *유, 트*터, 페**북... 모두가 서로를 반사하는 거울상이며 시스템이란 면에서는 완전히 동일합니다.
바로 '추천' 시스템입니다.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엄지의 터치 한 번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눈에 띄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은 달리 말하면 다른 의견을 '덜 눈에 띄게' 만들어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적 구성이나 성향이 어찌되었든, 이 시스템 아래에서는 추천을 받지 못한 의견은 '투명하게' 변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생각도 아니지만, 어느새인가 '모두의 생각'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거스르는 말들은 하나둘씩 행방불명됩니다. 그렇게 '*코레'도, '촌*앵'도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전에 '분쟁'들을 막기 위해서, '모두의 기분'에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없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립니다.
제 글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우리들은 추천 시스템을 통해서 글을 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댓글을 직접 적지 않는 한 그건 나의 생각도, 당신의 생각도, 모두의 생각도 아닙니다. 이 시스템을 없애버리지 않는 한 이 파시즘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 안의 파시즘'따위하고는 관계없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루리웹 전체나 인터넷을 버릴 순 없습니다.
테크놀러지는 돌이킬 수 없게 모든 것을 바꿔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이 시스템을 바꿀 새로운 논의의 장,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것에 가장 적합한 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댓글에 따라 계속해서 상위에 올라오는 '스레드' 방식일 수도 있고, 혹은 디씨 인사이드처럼 아예 추천 시스템을 없애버리는 것이 답일 수도 있습니다. (정작 디씨도 '개념글'같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만)
아니면 추천 시스템 제도를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서, 찬반 양론을 동시에 보여주도록 만들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테크놀러지라도 얼마든지 다른 시스템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시스템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의 일부는 화가 났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어이가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말해주세요. 그 마음은 '모두의 기분'과는 다른 마음입니다. 적어도 나의 의견과 당신의 의견이 '모두의기분'이 될 수 없다는 표명입니다. 그리고 추천 댓글에 저를 옹호하는 글이 올라오든, 저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든 그것이 '모두의 기분'의 시대가 자아내는 공포인 '상냥한 짐승'임을 기억해주세요.
이상으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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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르다와 틀렸다 정도는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것은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라면, 다른 것은 그 나름대로 존중해줘야 하는 것 처럼요. 다름 조차도 배제하려 드는 극단적 사고는 당연히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틀린 것을 배제하는 것조차 다름을 배제하는 극단적 사고로 둔갑하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뭔가, 주제와는 다른 댓글을 써버렸는데. 갓챠맨 크라우즈 인사이트를 보면서 느낀 것은 종교. 그 보다 근본적인 인간에게 내제된 의존성이었습니다. 모두가 안심할 수 있게 사상을 같게하고, 다름을 배척해서 불안정 요소를 제거하려는 불안으로부터의 탈피. 이것의 말로는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은 우민이 아닐까 싶네요. 굳이, 종교나 파시즘이 아니라도 현 민주주의 제도에서도 이러한 우민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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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유저정보에 아동애니의 성차별이니, 성역할이니 하는 기사 링크 게시물에서 아니나다를까 논쟁 벌어지고 기어이 사실무근의 언쟁용 댓글이 베댓이 되었더군요. 군중심리의 추천시스템이 이리 무섭습니다..... 기사 내용은 성차별이란 촌스런 단어를 걸러보면 단순히 예전부터 애니팬들이 한국애니에 요구해온 캐릭터의 다양화였습니다. 특히 여캐들 말이죠. 다른 게시판에서도 본문 내용과 관련없는 댓글이 베댓이 되어 내용 자체를 왜곡하는 일도 종종 벌어지거나 하는 일도 있죠. 추천이나 베댓시스템은 재미는 있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근데 조커와 쿠사마가 이렇게 연관이 되는줄은 몰랐습니다. 오히려 캇체와 연관이 있다 생각했는데;;;; 쓰신 글의 논점은 옳고그름 보단 다수에 휩쓸리는 군중심리와 그게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인터넷의 추천제도의 장단점 정도로 이해하겠습니다. 방향성을 걷어내고 보면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사람들 패턴이란게 비슷비슷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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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진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시는 좋은 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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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딸이 ㅂㄱ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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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르다와 틀렸다 정도는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것은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라면, 다른 것은 그 나름대로 존중해줘야 하는 것 처럼요. 다름 조차도 배제하려 드는 극단적 사고는 당연히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틀린 것을 배제하는 것조차 다름을 배제하는 극단적 사고로 둔갑하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뭔가, 주제와는 다른 댓글을 써버렸는데. 갓챠맨 크라우즈 인사이트를 보면서 느낀 것은 종교. 그 보다 근본적인 인간에게 내제된 의존성이었습니다. 모두가 안심할 수 있게 사상을 같게하고, 다름을 배척해서 불안정 요소를 제거하려는 불안으로부터의 탈피. 이것의 말로는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은 우민이 아닐까 싶네요. 굳이, 종교나 파시즘이 아니라도 현 민주주의 제도에서도 이러한 우민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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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딸이 ㅂㄱㄴ | 15.08.31 22: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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