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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y 21세기
노 게임 노 라이프 편
<주인도 구제도 필요 없다>
“Maverick" 이라는 단어는 본래
임자의 소인(燒印)이 없는 가축을 의미한다.
특히 무리에서 떨어져 있고 소인도 없어
누가 주인인지를 알 수 없는 가축을 일컫는다.
또한 이러한 의미로부터 파생되어
‘독자적인 입장을 취하는 지식인’, ‘독불장군’,
‘이단자’, ‘비동조자’ 등을 가리킬 때에도 사용된다.
2014년 4월 2분기에 방영하기 시작하여
현재 방영 중인 <노 게임 노 라이프>는
이러한 ‘maverick`들의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들이 어떻게 그들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평정해 가는지,
그 재치 발랄한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주인공 ‘소라(空)’와 ‘시로(白)’는
게임에 미친 외톨이 남매이다.
각각 혼자 있을 때에는
아무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방인에 불과하지만,
둘이서 함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라와 시로, 합쳐서 ‘공백(空白)’은
게임에서만은 무적.
누구도 그 둘을 이길 수는 없다.
비록 현실은 그들에게 냉혹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가상세계의 군주로서 군림한다.
굳이 니트이거나 게임 오타쿠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라와 시로의 삶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른바 ‘리얼충(현실에 충실한 사람)’처럼
매사에 성실하고 모든 면에서 뛰어나며
공동체 내에서 인정받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실제로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게 살아가는 이가 주변에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필시 당신이 모르는 측면에 대한
열등감과 소외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며 누군가한테 억압받고
한편으로는 다른 누군가를 억압하게 된다.
소외되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한다.
아직 우리의 사회는 우리 모두를 포용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소라와 시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한 동병상련의 감정을 품게 하는 캐릭터들이다.
그들이 ‘인생’을 하나의 게임에 비유할 때
말하는 대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여러 괴로움을 겪는 우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규칙도 목적도 불명확한 가운데
70억의 플레이어가 멋대로 턴을 진행하며
너무 이겨도, 너무 져도 페널티.
패스할 권리도 없고
너무 시끄러우면 멀리하려 한다.
파라미터도 없고 장르조차 불명.
이런 건 그저... 쓰레기 게임.”
소라와 시로가 말하는 ‘게임’이란 무엇일까.
그들이 ‘게임’을 ‘현실’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품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작품의 핵심 요소인
‘게임’의 정체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소라와 시로는 이세계의 신 ‘테토’의 힘에 의해
게임의 승패로 모든 것이 좌우되는,
그들이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내던져진다.
이곳은 말 그대로 게임의 세계.
게임이 없이는 인생도 없는, 게임이 곧 인생인 세계다.
다시 말해 게임의 왕인 소라와 시로에게 있어
이곳은 낙원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머지않아 한 종족의 통치자가 되고
세계를 제패하는 길에 오르게 된다.
그들은 이 세상에 애착을 갖게 되고,
그들이 떠나보낸 세계에 대한 일말의 그리움도 없다.
오히려 그들을 데려온 테토에게 감사를 표하며
새로 태어난 삶을 만끽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게임을 제재로 한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 중 하나는 <소드 아트 온라인>.
물론 기본적인 설정부터 시작해서
스토리 전개 등 모든 측면에 있어
<노 게임 노 라이프>와 <소드 아트 온라인>은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두 작품 사이에는
분명 공통되는 코드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게임 실력을 통한 힘의 차지’라는 요소이다.
<소드 아트 온라인>의 주인공 키리토도 게임의 천재였고,
이를 통해 가상현실 세계에서
으뜸가는 영웅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꽤나 오래 전부터
다양한 장르를 걸쳐서 사용된
(그리고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일종의 대리만족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현실에서는 그다지 잘난 사람이 아니지만,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능력을 으뜸으로 쳐 주는 세상에서는
훨씬 더 큰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혹은 스스로가 열등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능력 있고 힘 있는 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 무척이나 짜릿한 상상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과연 그런 세상이 옳은 걸까?
이를테면 게임 실력이 인생을 좌우하는 세상에서는
게임 실력에 따른 불평등과 폭력이 발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결국 이러한 설정은
자기 자신에게만 편한 망상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상태로 왕이 될 수 있는 세상으로 날아가는 것’ 이나,
‘내가 현실에서 필요한 힘을 손에 넣어 현실의 지배자가 되는 것’ 이나
모두 똑같이 평등의 가치를 무시하고
힘으로 타인을 누르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기적인 생각일 뿐이다.
그러나 <노 게임 노 라이프>에서 표현되어지는 세상은
기존의 클리셰와는 차이를 보인다.
먼저 작품의 초반에서 제시되는
‘10가지 맹약’에서 이러한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살생, 전쟁, 약탈을 금지한다.
분쟁은 게임으로 해결한다.
게임의 선택권은 도전받은 쪽에 있다.
게임에는 상호가 대등하다고 판단한 것을 걸어야 한다.
게임 도중 부정이 발각되면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작품에서
‘게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게임은 공정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멋대로 살생하고 훔칠 수 없다는 규칙은
폭력을 금지함을 의미한다.
분쟁을 게임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온갖 비합리적인 압제와 무력으로 인해
승패가 좌우되는 현실과 달리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칙’과
‘목적’이 있는 ‘게임’으로
세상이 운영된다는 점을 부각한다.
게임의 선택권은 도전받은 쪽에 있으며
각각 대등한 것을 걸게 되어 있으므로 평등한 시스템이다.
게임 도중 부정이 발각되면 패배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더 똑똑한 쪽이 승리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어쩌면 <노 게임 노 라이프>의
원작자(카미야 유우 작가)가 지닌 가치관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우리는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짓누를 때,
혹은 권위자가 자신의 권위를 남용할 때
그것을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비합리적인 이유로 억울한 일을 겪을 때
우리는 좀 더 합리적인 규칙으로 운영되는 세상을 원한다.
그렇기에 신과 같은 절대자가
선악을 심판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과 처벌으로써
정의를 구현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노 게임 노 라이프>의 세상은
정의에 대한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룰에 의해 운영되는,
정정당당한 대결을 통해
오직 실력과 지성만으로 승패를 겨루는 세상.
여기저기에 치이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세상은 환상적으로 보인다.
한데 이 세계의 주민들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공주 ‘스테파니 도라’는
정치에는 유능하지만 게임 실력이 부족하여
시로와 소라에게 왕위를 넘겨주게 된다.
실력으로 승부할 수 없다고 판단한 ‘크라미 셀’은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기기 위해
다른 종족과 결탁한다.
인류를 어마어마한 격차로
뛰어넘는 지능을 지닌 플뤼겔 ‘지브릴’은
그 지능을 이용해 인간들의 지식이 담긴
소중한 도서관을 게임을 통해 앗아간다.
소라 본인도 게임을 이용해
신하들을 강제로 복종시키고 스테파니를 괴롭힌다.
역시 이 세상도 다를 바 없이
힘의 유무에 따라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나뉘는 곳인 걸까.
나는 <노 게임 노 라이프>가 단순히 공백 콤비의
승승장구 천하통일 스토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위에서 말한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우리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공백’의 의미이다.
`공`은 비어있는 특성을 나타낸다.
`백`은 깨끗한 특성을 나타낸다.
비어있는 공책에는 무엇이든지 적어내릴 수 있고,
비어있는 잔에는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다는 말처럼
`공백`은 무엇이든 포용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어떠한 색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깨끗하다는 성질이 있다.
무색이라는 것은 어떠한 색도 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이든지 허락하는 관용-
즉, ‘공백’은 자유를 뜻한다.
억압받지 않을 자유.
자신을 지킬 자유.
원하는 것을 행할 자유.
운명(신)에 맞설 자유.
공백 콤비가 떠나는 여정은 일종의 상징으로,
공정한 규칙을 통해 마련된 게임판 위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신을 상대로 벌이는 대결을 뜻한다.
10가지 맹약은 그 자체만으로 정의가 아니라,
더 높고 근본적인 이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주춧돌인 것이다.
그 증거로 소라의 연설에서 나온 대사를 들 수 있다.
소라는 위축되어 있는 인류에게 외친다.
우리는 나약하지만,
나약하기 때문에 지혜로울 수 있다.
우리의 지혜의 근원은 약함이다.
그러니까 약자의 긍지를 가져라
-라고.
공백은 단순히 절대적 힘을 지닌
초월적 대리만족형 캐릭터가 아니다.
그들은 새로운 힘을 얻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이 현실에서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갖게 된 소중한 마음을 지키고자 한다.
그들 자신이 나약한 존재이고,
강자들에게 억눌리며 살아왔으며,
그때마다 도피처를 찾아 헤맸던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진심으로 자유를 바라며 평등을 갈망한다.
나약한 자도 당당하게 도전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그들의 이상이다.
“Maverick”
-그것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이성을 지키려는
자유의지를 지닌 소라와 시로,
더 나아가 인간의 본성 그 자체를 가리킨다.
"We are maverick"이라는 말은,
스스로의 자유 의지에 눈뜨라는 메시지를 함축하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워야 하는 존재들이다.
존중받아야 할 존재들이다.
평범하지만, 그 이상으로 각자 독보적인 존재들이다.
주인이 없는 우리들에게 구제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
자유로워지려는 서투르지만 필사적인 몸부림 속에서
우리는 몇 번이고 스스로를 구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에서 내려오는 구제의 손길이 아닌,
옆에서 우리의 손을 마주 잡아줄 손이다.
소라와 시로가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아 주듯이.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공감되고,
때로는 부럽고, 때로는 감탄하게 되는 작품.
게임이라는 제재를 통해
사회 정의와 자유에 대한 가치관을 투영하고 있는 작품.
아직 현재진행형인 이 작품은 분명
누구에게나 유쾌하고 통쾌한 모험을 제공할 것이다.
‘게임’과 ‘공백’의 의미를 통해 작품이
현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분석해 본,
<노 게임 노 라이프>의 리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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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은 이 주소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애니플러스 리뷰 방송 이벤트에 선정된 베스트 리뷰인데, (참조주소)
시사하는게 많고 묻히는게 아까워서 가져와봤습니다.
애잡게에 올렸다가 성격이 안맞는거 같아 게시판을 옮겼습니다.
위의 리뷰는 애니플러스에서 6월 27일 10시 30분에 방영되는
『노 게임 노 라이프』최종화 이후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공백의 비어있음과 깨끗함은
빈 공간에 무엇이든 자유롭게 적어넣을 수 있는,
모든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공백남매도 대결을 통해
그들의 권리와 영토를 가져오긴 하지만,
자신에게 반항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그들의 권리와 행동, 개성의 자유를 존중해주고
공평하게 대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공과 사를 가리기 때문에
무능력한 사람을 전혀 옹호하지 않는 비정한 모습도 보여줍니다만
어찌보면 형세가 그만큼 열악한 상황의 최선의 판단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스테파니같은 경우에도 막 굴리기는 하지만
형세에 맞는 판단과 도움이 되는 측면에서는
공백남매도 장난스럽게 비꼬면서도 인정해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래 댓글 적어준분 말씀처럼
빈 공간엔 무엇이든 적을 수 있기에
뭐든 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귀결되는거 같구요.
그리고 결국 저 10계명또한
마지막 10번째 계명 " 모두 사이좋게 플레이하세요 " 를
위한 것으로 귀결된다고 말하죠
말하자면 모두 사이좋게 즐겁게 지내려면,
살인, 약탈, 방화, 음해 없이 순수한 경쟁으로써
서로가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제시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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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쓰신 분은 정말로 잘 보신거군요. 공백은 엄청난 폭군이면서도 모든 종족의 권익을 보호하고 포용하려는 명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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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이 자유라는 표현은 조금 오버스럽지만 소라가 연설에서 국민들에게 말했던 "무엇이든 될수있는 존재"라는 가능성의 상징으로서 보는게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소라와 시로는 과거사를 줄줄이 꿰고있으며, 나름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겠지만 직접 몸으로 느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제대로 이를 깨닫고 자유를 향해서 테토에게 도전한다는 목표의식이 생길지 조금 의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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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쓰신 분은 정말로 잘 보신거군요. 공백은 엄청난 폭군이면서도 모든 종족의 권익을 보호하고 포용하려는 명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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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이 자유라는 표현은 조금 오버스럽지만 소라가 연설에서 국민들에게 말했던 "무엇이든 될수있는 존재"라는 가능성의 상징으로서 보는게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소라와 시로는 과거사를 줄줄이 꿰고있으며, 나름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겠지만 직접 몸으로 느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제대로 이를 깨닫고 자유를 향해서 테토에게 도전한다는 목표의식이 생길지 조금 의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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