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슈님의 창작 스레드 <【스레드】누나가 친구들이랑 파자마 파티하겠다며 귀찮게 군다>의 헌정(?) 팬픽 후일담입니다.
[프라이드 치킨이랑 카카오 70% 초콜릿, 생햄 멜론. 사오고 영수증 가져와. - 누나.]
안녕하세요. 혼다 남동생입니다. 이름은 여러분이 알 바 아니고.
일전의 그 스레 사건 이후, 나는 누나의 노예로 지내고 있다.
사람을 호구 취급한 것에 대한 정당한 응보― 라는 기분으로 홧김에 속옷 사진을 올려버린 게 실수였다.
잘못했습니다. 젊은날의 치기였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밤 12시에 슬쩍 현관문을 열자마자 신데렐라의 계모처럼 흉흉한 얼굴로 버티고 서있는 누나에게 그렇게 개개빌었더니
대자대비함이 하해보다 넓고 부처보다 밝으신 누님께서는 황감하옵게도 불초 아우에게 펀치 10대 정도로 눈을 감는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이옵니다. (이 문장에는 어떠한 외압도 없음을 밝힌다)
…깍듯하게 자기에게 충성하라는 노예계약 하에서 말이지.
그리하여 순간의 실수로 인권과 존엄을 팔아넘긴 지 이제 닷새째. 문제는 누나가 아직도 내 목줄을 쥐고 있다는 거다.
무슨 말이냐면요. 이 사고, 아직 우리 부모님은 모르시거든요.
지금은 누나가 입 다물고 있지만, 만약 까발리기라도 했다간 아버지가 당장에 나를 죽일 거다.
중딩의 눈으로 봐도 과도하게 딸 팔불출인 아버지고,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자기 딸 속옷차림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하면 존속살인의 죄를 기꺼이 감수할지도 모른다. 유성이 되어버린다고요.
즐거워야 할 나의 집이 언제 무덤이 되어버릴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아는가.
죄 지은 자에게 안식의 장소란 없다는 말,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치만 어쨌든 의외로 그 사진의 파급력은 그렇게 크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긴 당사자가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으니 초고속으로 조치가 취해진 듯. 뉴제네의 속옷 사진에 대한 사소한 찌라시도 나오는 일은 없었다.
일단 그건 다행이지만,
애초에 사람을 그렇게 놀려댄 게 나쁜 거 아닌가. 이쪽은 스레의 공식 호구로 낙인찍혔다고요.
그뿐 아니라 일이 그렇게 끝난 탓에 두 여신님들에게서 사인도 못 받았다. (아예 처음 봤을 때 냉큼 사인지부터 들이대야 했어!)
게다가 여신님들께 나의 이미지는 변태 쓰레기로 확고히 고정되었을 것이 뻔하다. 이젠 우리 집에 오는 일도 없겠지. 슬프다.
다시 와주시기만 한다면 사악한 누나의 억압과 횡포가 무슨 대수이오리까.
아니 반성하고 있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정말로요. 그때 제가 잠시 어떻게 된 겁니다. 정말로요.
전 그냥 인증샷이라도 올리려고 문 열기 전에 카메라 앱을 튼 것 뿐이에요.
근데 열어보니 지상 제일의 절경이 있었단 말입니다. 여러분의 손가락이라고 침묵했을 것 같나요?
아무튼 그 사진도 누나가 내 폰을 빼앗아서 갤러리에 있던 것까지 싸그리 지워버렸다. 지우긴 했는데,
…아무래도 누나는 현대 스마트폰의 백업 능력을 얕본 게 분명하다.
사진 찍은 시점에서 당연히 내 메일과 드라이브로 복사본을 보내놨죠.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야 올리진 못하겠지만, 힘들고 지칠 때면 언제나 그 사진 덕에 기운을 북돋고 있습니다. 그 때가 언제냐고요? 닥쳐.
뭐 그렇게,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생활을 보내고 있던 저였습니다만,
어제 갑자기 이런 전화가 걸려왔지 뭡니까.
"실례합니다. 혼다 미오 씨의 남동생 분 되십니까?"
중딩인 내게 용무가 있을 리 없는 중후한 성인 남자의 목소리였다. 게다가 어쩐지 전에 들었던 것 같은 익숙한 느낌.
"저는 346 프로덕션에서 뉴 제너레이션즈의 담당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다들 이미 예상하셨다시피 그분이었습니다.☆
일이 커졌다. 나 죽었네?
'누나가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라고 인사를 해야 할지,
'제가 크게 신세져버렸습니다'라고 인사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 양반이 아무래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지 뭡니까?
누나가 걱정하지 않게 말씀 안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네요?
그래서 지금 만나기로 약속한 역으로 나가고 있다 이겁니다.
나, 죽는 건 아니겠지?
아니아니, 누나가 자기네 프로듀서는 마음 씀씀이가 다정한 사람이라고 한 적이 있으니까,
설마하니 죽이진 않을 거야. 응.
난 오늘 틀림없이 죽는다.
여러분, 이래서 인터넷이 인생의 낭비라는 겁니다.
지금 진짜로 그깟 스레 하나 때문에 제 목숨이 차압되게 생겼거든요.
뭐야 이 사람, 용역? 346 프로 놈들, 운영에 차질을 준 중학생을 제거하기 위해 킬러까지 보낸 건가?
온몸에서 심상치 않은 박력이 뿜어나오는 거인의 모습에 이미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우선, 명함이라도."
"아...네...."
기계적인 반응으로 받아버렸습니다. 이거 위조 명함이겠죠. 아무리 봐도 킬러인데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남자는 바로 본론을 치고들어왔다.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지난번에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신 불미스러운 사진에 대해서...."
"살려주세요."
아, '용서해주세요'라고 한다는 게 혀가 멋대로 움직여 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이미 몸은 도게자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철판 위에서든 어디서든 하겠사오니 제발!
"...실제로 남동생 분의 행동이 적잖이 난감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일단 이쪽의 말부터 들어주십시오."
그러면서 프로듀서라는 남자가 한 말은, 다행히 사진이 올라간 시간이 채 1분도 되지 않았고 해당 게시판 안에 있던(...이 사람들 한가한 거 아냐?) 다른 아이돌 동료들이 신속하게 조처를 했기에 공공연하게 퍼져나가지는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후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자신 측에서 최대한 강경한 방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사건이 떠들썩해지지 않은 게 그저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 사람의 노력이 뒤편에서 작용했던 모양이다.
내가 홧김에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에 괜히 일거리가 뻥튀기된 셈이구나. 진심으로 사죄했습니다.
"... 물론 아이돌 분들의 행동에 여러 제약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친지 분들에게까지 괜한 불편함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 저의 방침입니다. 하지만 아이돌 분들의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서 가족분들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번 행동은 다행히 큰 사단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향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쪼록 신중해주십시오."
나에게 최대한의 정중한 태도와 단어를 골라가며 말을 건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저로 말하자면, 완전히 얼어붙었죠 뭐.
중딩 상대로 이렇게 비즈니스적이고 포멀하게 경고의 말씀을 보내시면 오히려 그게 무서워진답니다. 차라리 교장실에 불려가 몇 시간 동안 훈계를 듣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저 말 사이사이에 내가 추임새로 '죄송합니다'를 몇 번이나 했는지 아무도 모를 걸.
게다가 가능한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뒤편에서 나에 대한 상당히 불편한 감정이 언뜻언뜻 느껴진다.
이 사람, 분명 나한테 화나 있다. 아니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만요.
'청소년 분이시니까 굳이 법적 대응까지 가지는 않기로 내결했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거 제가 성인이면 법정에서 랑데부하게 되었을 거라는 뜻 맞죠?
내가 누나의 오빠가 아니라 동생인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해서, 누님께서는 지금 한창 열심히 활동하시는 중입니다. 그러니 동생분께서도 가능한..."
"...저기, 그런데 누나는 잘 하고 있는 건가요?"
내 말이 의외였는지 남자가 말을 멈추고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 얼굴을 마주보는데 인생 최대의 용기를 발휘해야 했지.
'잘 안 될 뻔했지. 철없는 동생 때문에' 라는 말씀이 하고프신 거겠죠.
내 처지에 이런 참관 온 학부모 같은 발언을 한다는 게 웃긴 일인건 알지만, 기왕이니 물어봐야 할 일이 있다.
"그, 좀 예전이지만, 저희 집에 찾아오신 적 있으시죠? 누나가 갑자기 뭐냐..."
끝을 얼버무렸지만 즉각 이해했는지 얼굴이 어두워졌다. 안 그래도 밝다고 못 해줄 얼굴인데 완전 무섭습니다.
그랬다. 그건 대충 1년쯤 전, 첫 라이브라며 희희낙락해서 집을 나선 누나가, 온세상의 시름을 다 안은 표정으로 뛰쳐들어와서 방에 처박힌 일이 있다. 라이브 어떻게 됐냐고 엄마가 살짝 물어봤는데, 뜬금없이 "안 해!" 라고 소리치며 방문을 잠그고 그 후 만 이틀을 처박혀 있었다.
누나의 표정은 정말 끔찍했다. '안 해!' 라는 게 아이돌 얘기인 줄은 몇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렇게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뽑혔다는 말에 동네 잔치 열 기세로 환호하던 누나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자기환멸의 표본 같은 얼굴을 하고 은둔형 폐인이 되다니.
그때의 일은 아직도 내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
그래서 그 일로 집 현관까지 찾아왔던 사람의 목소리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누나가 혹시 뭔가 좀... 아이돌 일을 하면서 문제가 되었던 점은 없는지..."
여생을 위한 용기까지 모조리 짜내서 물어봤다. 프로듀서라는 양반 입장에서도 그 일은 아킬레스건이었는지 대답을 망설였다.
"...당시 혼다 양의 행동에는, 제대로 이야기를 전하지 않은 제 잘못이 큽니다."
내가 가만히 듣고만 있자 그는 말을 이었다. 프로젝트의 첫타자였으니 당연히 컸을 기대감을 예측하지 못한 것도, 누나에게 과도한 마음의 짐을 지게 한 것도, 라이브 이후의 물음에 대해 경솔한 대응으로 말썽을 만든 것도 자신이며, 누나로서는 당시 심리 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가족분들에게까지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느닷없이 허리를 숙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여기 제가 사과하러 나온 자리거든요.
"...그치만, 함부로 박차고 뛰어나온 누나에게도 문제가 있잖아요?"
일단은 프로고. 얘기 들어보니 여신님....아니, 다른 뉴제네 분들께도 폐를 끼친 것 같던데.
"아이돌 분들은 서둘러 어른이 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들이 소녀로 있을 수 있도록 돕는 게 프로듀서의 일이니까요."
소녀가 아니라 선머슴인데요, 라고 농담을 걸기에는 너무 진지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에 나는 방금 전까지의 두려움도 잊어버리고, 다시 쓸데없는 말을 건넨 것이었다.
"누나를 되게 아끼시나 봐요."
"물론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단호한 대답에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생각이 작동을 포기한 머리의 빈자리에, 그 남자...누나의 프로듀서의 확신에 가득찬 이야기가 채워졌다.
"누님... 혼다 양이 뉴 제너레이션즈, 나아가 저희 신데렐라 프로젝트 전체에 기여해주신 바는 형언할 수 없이 큽니다.
만약 혼다 양이 뉴 제너레이션즈를 지금처럼 훌륭히 이끌어 주시지 않았다면 현재의 인기와 활동은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혼다 양은 끊임없이 빛나게 될 것이라고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누나의 프로듀서는 웃었다. 활짝.
멋진 미소였습니다.
그 후의 이야기를 하자면, 대화는 처음의 주제로 돌아왔다.
다시말해 다시는 이런 철없는 짓 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다짐해야 했단 거지요.
내 어깨를 툭 두드리면서 '앞으로도 누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눈물날 뻔 했다니까요.
"저기, 프로듀서님?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네, 뭡니까?"
"앞으로, 형님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부족한 점이 많은 누나입니다만,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형님!!"
"동생분!? 무슨 말씀이신지!?"
"아뇨아뇨, 그냥 이름으로 부르시라니까요! 아, 그런데 말입니다 형님."
"하아... 또 뭔가요?"
"그 사진 보셨어요? 저희 누나 부분만 따로 잘라서 보내드릴까요?"
"지우십시오 동생분! 당장!"
에이, 왜 이러세요 형님. 우리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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넠ㅋㅋㅋㅋ 정신 못차렸짘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스레 형식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있네요. 좀 더 이런 경박한 느낌으로 적고 싶었는데 스레로 가니까 애가 행동의 결과만 나와버려서(...) 그건 그렇고 얘가 타케미오를 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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넠ㅋㅋㅋㅋ 정신 못차렸짘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스레 형식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있네요. 좀 더 이런 경박한 느낌으로 적고 싶었는데 스레로 가니까 애가 행동의 결과만 나와버려서(...) 그건 그렇고 얘가 타케미오를 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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