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그녀를 처음 본 남자라면 한순간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만큼, 그녀의 금발은 비단처럼 아름다웠고 피부 또한 도자기처럼 새하앴다.'
'뭐, 그것을 「나에게만 보여주는 그녀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생각하며 우월감을 느낄 만큼 나는 인간이 되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이 여쟈애는 그런 생각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을 만큼 너무한 녀석이라고.'
'왜냐하면, 나는 알기 때문이다. 저 녀석.... 아니, 그녀가 고등학생들이 참가하는 전람회 때문에 궁지에 몰릴 리가 없다는 사실을. 문화제든, 전람회든, 인쇄소 마감이든, 작품의 완성도가 납득하지 못할 수준이라면 한 치의 주저도 없이 기한을 어길 만큼 대담한 녀석이라는 사실을.'
'사와무라 스펜서 에리리. 미술부 에이스이자 우리 학교 제일의 가짜 프린세스는 오늘도 무지막지하게 언짢아 보였다.'
'그리고 그 녀석이 착신 거부를 한 것은 이번이 서른여섯번째다. 어차피 자기가 불편해서 착신 거부를 풀 거면서 똑같은 짓을 또 하다니, 정말 질리지도 않는 녀석이다.'
'그 목소리가 들린 순간, dvd 케이스가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쓰레기 같은 게임이나 스레기 같은 애니메이션을 접한 유저가 「C로 프리스비나 했다」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 작품을 디스하는데, 눈앞의 여자는 그 표현을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 그것도 케이스째로 말이다. 이런 녀석이 "신품을 샀는데 히로인이 중고였다." 같은 소리를 하면서 미디어를 잘게 부순 후 제작사에 보내는 거겠지. 정말 통탄할 일이다.'
'으음, 이 불합리한 분노..... 정말 강렬하군. 그리고 자기 속성에 맞는 전형적인 행동 양식에 완벽하게 따르고 있잖아. (중략) 이 녀석도 평소에는 꽤 밸런스가 괜찮은 캐릭터지만, 이렇게 분노에 휩싸이면 흔하디흔한 불합리 캐릭터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뭐, 10년 넘게 데레가 없었으니까, 입이 찢어져도 츤데레 소꿉친구 캐릭터라고는 할 수 없겠군.'
'에리리의 성격이 얼마나 더럽냐면, 이마에 혹이 난 에리리를 위해 자신의 손수건을 물에 적셔 온 카토에게 고마움 같은 것은 눈곱만큼도 느끼지 않을 정도다. 평소에는 풍성한 황금색 모피 때문에 그녀가 입은 탈 인형의 지퍼가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카토, 이제 알겠지? 학교에서는 순한 양인 척하지만, 남들 몰래 인기 장르나 작품의 동인지를 만들어서 돈을 왕창 긁어모으는 이 여자 오타쿠가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를 말이야!"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소꿉친구이자 약간 마니악한 여자애와는 너무나도 달라져버린..... 자신을 악인으로 포장하려 하는 에리리를 보고 분노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옛날의 이 녀석을 이렇지 않았다. 내가 억지로 시킨 미소녀 게임에 결국 빠져버러, 전용 메모리 카드까지 사서 「올 클리어 축하해」 CG까지 본 귀여운 여자애였다. 어설프지만 애정을 듬뿍 담아 직접 그린 카타OO의 일러스트를 나에게 보여주면서 환한 미소를 짓던, 너무나도 매력적이 여자애였다.'
'어이, 뭐가 대단하다는 거야. 그리고 왜 에리리를 그렇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건데? 다른 반 녀석이 우리 교실에 멋대로 들어오면 보통 적의 어린 시선으로 맞아줘야 하는 거 아냐?! 이래서야..... 완전 메인 히로인이잖아'
'옛날에는 눈물이 많지만 정말 귀여운 소꿉친구였는데.... 대체 어쩌다 저 모양 저 꼴이 된 거지......'
'뭐 이쪽도 성격이 더럽고 능력이 뛰어난 녀석이기는 하지만, 두뇌가 논리적인 편은 아니기 때문에 대하기는 꽤 편했다. 그렇다고 다루기 쉽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정말 머리가 나빠서 다루기 힘든 녀석이라니깐.'
'으윽. 초등학생 때 내가 붙여준 열일곱 가지 별명 중 가장 귀영운 별명을 불렀을 뿐인데 왜 저런 독설을 늘어놓는 거야. 에리림보ㅋㅋㅋ나 LED 같은 것보다는 훨씬 나은 별명이잖아.'
2권
'자신을 위압적으로 보이려고 오버스럽게 행동하고 있지만, 조그마하나 체구 탓에 어린애가 떼를 쓰며 난리를 피우는 것처럼 보였다. 뭐, 그런 결점이 있기는 하지만, 석양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며 흔들리는 황금색 머리카락은 나를 제외한 다른 녀석들 눈에는 매우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사립 토요가사키 학원을 대표하는 두 여신이라 불리는 두 소녀가 내 눈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두 소녀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대비를 이루었다. 아름다움을 가리키는 표현들이 이렇게 방향성이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내 입에서 감탄의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에리리가 우타하 선배를 밀쳐내듯 내 앞에 서더니, 위압감을 자아내려는 것처럼 가슴을 활짝 폈다......그렇게 무리해서 가슴을 펼수록 옆에 있는 우타하 선배와의 격차가 부각될 뿐인데 말이야. 정말 못 말리는 녀석이라니깐.'
'역시 자신의 확정 신고를 부모에네 떠넘기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 아니, 어쩌면 외교 특권으로 이 녀석의 자산을 은폐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것도 그럴 것이 이 방 안에 있는 손님에게 그런 일을 시킬 수는 없었다. 손재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시력도 무지막지하게 나쁘니까 말이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실은 근 10년 동안 감기에 걸린 적은 없었지만, 에리리 앞에서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에리리는 여전히 거북한 침묵을 유지한 채 돌아갈 기색을 보이지 않아다. 다시 침대에 누운 나에게 등을 보이며 앉아 열심히 펜을 놀렸다. 마치 나 같은 것은 처음부터 이 장소에 없었다는 듯이..... 내 방에서 말이다.'
'맞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틀렸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정했다. 나는 어른이거든 (중략) 그리고 어느 시데에서나 어른과 아이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에리리는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그뿐만 아니라 쉴 새 없이 딴죽을 걸어댔다. 아, 짜증 나. 진짜 나랑 똑같다니깐.'
'하지만 에리리는 나에게 변하라고 말했다......우리가 갈라서고 만 그때부터, 계속해서.....'
'그렇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 이것 이상의 선물은 없을 것이다. 복숭아 캔과 멜론을 가지고 와서는 내 방에서 자기가 내는 동인지의 원고나 그리던 녀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나를 골탕 먹이려고 시트론 소다를 가지고 오는 건 정말 너무하잖아.'
"내....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어?"
"......"
"......"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아니, 너무 많았다.
'그래서 에리리는 침묵을 지키는 우타하 선배를 대신해 나를 설득하려 했다. 이 녀석의 말투나 태도만 봐서는 절대 그래 보이지 않지만, 이 녀석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나는 알 수 있었다.'
3권
'노을빛을 반사하며 빛나는 금발이 성심껏 짠 비단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는 모습은 내가 '왜 하필 이딴 녀석이 이런 머리카락을 가진 거야......' 같은 생각을 할 만큼 아름다웠다.'
'아...... 그러고 보니 옛날에 저 검사와 함꼐 「투하트를 했었지」. 멀티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때는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만큼 펑펑 울어댔어.'
'그래서 선배의 연애관은 그렇게 배배 꼬였..... 아차. 나, 에리리에게 버금갈 만큼 악랄한 생각을 하고 있잖아.'
'그중에서 교문으로 향하는 인파 안에는 다른 이들보다 한층 더 우아하고, 안층 더 화려하며, 한층 더 빛나는 이들이 있었다. .....아, 빛나고 있는 건 그중 한 명의 머리카락 이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에리리 녀석, 왜 저렇게 점잔 빼는 거야? 에로 동인 작가 주제에.....'
'다른 녀석들은 에리리의 저 말투가 상류층 아가씨의 습성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여자 오타쿠로서 역할 연기를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를 것이다. 에리리의 위장은 완벽 그 자체니까 말이다.'
'여름에는 탱크톱 하나만 입고 다니는 데다, 그 옷의 목덜미나 겨드랑이 쪽을 통해 속살이 언뜻언뜻 보여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같이 놀았다. 내가 훨씬 더 어렸던 시절부터 여자애로 의식했던, 인형 같은 외모를 지닌 에리리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친해졌다.'
'나는 방금 전까지 의도적으로 쳐다보지 않았던 에리리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들렸다. 그러자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니, 평소보다 더, 짜증이란 짜증을 전부 모아 바짝 졸이기라도 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에리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 녀석의 태도 자체는 정말 이해하기 쉽다니깐. 그런 태도를 취하는 원인을 찾는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골치 아플 정도로 어렵지만 말이야.'
'체형 외에는 로리틱한 부분이 없는 복면 동인 작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적, 아군 가리지 않고 물어뜯어 댔다.'
'지금도 그렇게 잘 나가면서, 더욱 높은 고지에 올라갈 생각인 거냐? 그것도 에리리를 이용해서.....'
'카토에게서 눈을 땐 나는 내 책상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니, 너무 많은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에리리의 수라(修羅) 같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뒤를 돌아보자, 이쪽을 향해 몸을 쭉 내민 채 잡아 먹을 듯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체육복 차림의 금발 여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세 장의 러프 스케치를 비교해봤지만 정말 안정적이었다. 누가 봐도 같은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셋 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야말로 장인의 기술이었다. 체형도 마찬가지였다. 전부 다른 포즈를 짓고 있는데도 몸매와 골격이 일정하다는 사실을 아마추어인 나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에리리는 항상 마감에 허덕이면서도 절대 펑크를 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러프 스케치만으로 대충 때우지도 않는다. 반드시 펜 터치를 하고, 컬러 또한 완성한다. 빠르고, 뛰어나며, 심플하다. 정말 성격은 몰라도 능력 하나만큼은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 녀석이 아군이라 정말 다행이다.'
'에리리의 불안이, 공포가, 절망이 무엇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진심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리라. 이즈미에 대해서보다도, 에리리에 대해 더 모르기 때문이리라....'
'아니, 평소보다도 더 상냥하고 온화한 목소리였다. 왠지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일단은 에리리가 만든 이 흐름에 따라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리리는 그런 짓을 할 만큼 약삭빠르지도, 교활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항상 올곧게 삐뚤어지고, 매사에 전력으로 부정하며, 언제 어디서나 거만한....... 즉, 몹시 성가시기는 하지만 단순한 녀석인 것이다.'
''그것은, 전설이ㅡ 용사가 환생했다는 소문만으로 마을 그 자체를 없애버리는 마왕을 보는 듯한, 너무나도 속 좁고,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공포였다.'
'나는 에리리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나는 그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즈미의, 이즈미가 만든 책을 부정하기 싫다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그러니까..... 어쩔수 없잖아. 그 책은 최근 1년 동안 본 동인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녀석이란 말이야. 그런 멋진 작품을 어떻게 부정하냐고.....'
'하지만 에리리..... 마지막으로 이 말만은 해야겠어. 너는 리서치 범위가 너무 좁아. 왜 내 생각에 그렇게 휘둘리는 건데, 세간의 평가를 신경 쓰란 말이야. 지금의 너는 초등학교 3학년 꼬맹이나 다름없다고.'
'슬럼프에 빠진 에리리를, 그림을 그리지 못한느 에리리를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에리리가 화를 내지 않는다면..... 뭐, 여러모로 평화로워질 테니 나쁘지는 않겠지. 하지만 누구나 적성이라는게 있잖아.' 화 안 내는 에리리를 보면 맥이 탈 풀려버릴 거라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원화가를 교체할 수도 없다. 우리 서클의 간판 일러스트레이터는, 누가 무슨 소리를해도, 대형 서클에서 아무리 악랄한 술수를 쓰더라도, 카시와기 에리뿐이다.....'
'나도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아직 그 녀석의 모든 것을 용서하지 못했어. 그리고 그 녀석 또한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을거야.'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게 되었기 떄문에. 우리 둘 다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 우리가 있는 장소는, 그곳이 그 어디일지라도 낙원이었다. 그곳에는 우리 외의 그 누구도 들어올 여지가 없었다.'
'내 첫.... 였는데.... 나는 에리리를,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에리리는 나를,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믿을 수 있을까?'
"네가 오타쿠라는 것도 받아주지 못하는 녀석들과 가식적으로 웃어대는 게, 나와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중요했다는 거야?!"
'그러고 보니, 옛날부터 항상 내가 먼저였지. 작품에 빠지는 것도, 시주를 하는 것도, 포교를 하는 것도.....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다시 일어서는 것도,,,, 상대를 .... 의식하는 것도-. 이렇게 제멋대로인 여자애를, 대체 왜.....'
"그래! 못해! 꿀려! 뒤떨어진다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단순한 억지나 악담 같은 걸로 들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에는 거짓도, 과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옛날부터 그랬어! 너는 계속 능숙해지기만 했어! 네 그림을 보고 엄청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그런 네 그림을 보고 엄청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그런 네 작품을 볼 떄마다 짜증이 솟구쳤단 말이야!"
'틀렸어도, 잘못땠다는 걸 알면서도, 잘못됐기 때문에 부정했으면서도. 하지만 결코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카시와기 에리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리고 창작에 있엇의 가장 큰 모티베이션이기도 했다.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라고 생각하며 어이 없어하면서도..... 이 녀석은 내가 한 그 어떤 말이라도, 그냥 흘려 넘기지 않는다고.'
4권
'그리고 에리리는..... 나가버린 정신이 돌아올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에리리까지 덩달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 녀석, 오늘은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지도 모르겠는걸.'
'오래간만에 에리리에게 질책을 들은 게 기뻤다. 왠지 동료들이 전부 나를 버리고 떠나간 후에도, 그녀만은 홀로 내 곁에 남아 있어줄 것만 같았다.'
5권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든 시간은 잠시에 불과했다. 결국 늦가을의 기온만큼 차가운 목소리로 이곳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맏는 이는, 금발 트윈 테일이라는 헤어스타일 탓에 츤데레라는 표현이 매우 잘 어울리는 여자애였다.'
'한쪽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만화로 현실 도피를 하지만 궁지에 몰렸을 때만 발휘되는 속도와 퀄리티는 눈꼴사나운.... 아니, 엄청난 일러스트레이터, 카시와기 에리리이자, 혼혈 금발 트윈 테일 동급생, 사와무라 스펜서 에리리.'
".....그리고 다음 순간, 황금색 비늘이 다이아몬드더스트처럼 꽂혔다. 그러고 보니 에리리가 상대를 풀 네임으로 부르는 기준은....'
'그러는 네 상상력은 완전 그런 쪽으로 편중되어 있다고. 이 에로 동인 작가님아.'
'평소 같으면 깎아내리느라 여념이 없을 우타하 선배의 작품을 극찬할 만큼 진심인 에리리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것은 용서받 수 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방 안에 흩날린 종이를 주워 모은 후 가해자인 에리리를 향해 돌아앉자, 이 녀석은 눈곱만큼도 미안해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약간 거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시선을 피했다.'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에리리는 현재 어깨가 드러나는 칠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상류층 아가씨나 은둔형 외톨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이 녀석이 내 방에서 치마 입고 있는 건 처음....아, 8년 만이 아닐까?'
'고개를 돌려보니 나에게 발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는 한명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용의자는 고개를 돌린 채 미심쩍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인만, 시치미 뗄 거면 좀 제대로 떼라고.'
'그리고 작은 몸집과는 달리 풍만한 일정 부분이 자아내는 끝내주는 볼륨. 정말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동인 얼러스트레이터 업계에서도 열강 중 한명으로 뽑힐 것이다. 적어도 우리 서클의 원화가는 상대도 되지 않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엄연한 사실 때문에 유감스러운 기분을 맛보기보다는....'
'....그리고 내 뒤편에서 역전하지 않을 만큼만 반격하고 있는 녀석이 꽤나 방해되었다.'
'아까까지 낮은 목소리로 딴죽만 날려대는 삼류 연예인처럼 행동하던 금발 트윈 테일은 그 말을 듣고 앞으로 나서더니 황금색 꼬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사과하지 않을 거야. 네 개인 사정으로 그걸 밝히지 못하는 거니까 말이야.'
'자기도 그런 전개를 좋아하면서 딴죽 걸어대기는. 나도 네 머릿속을 옛날부터 봐왔다고.'
'혐오하는 동족은 취미 취향 전부 무시무시할 정도로 나와 비슷하고. 그리고 동경하는 천재는 작풍과 사상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나와 달랐다. 세상일이라는 건 정말 어렵네.'
FD
'이 불합리한 희망의 빛은 전화 너머의 상대와 절박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나를 신경 써주는 것 같은 비효율적인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이름은 사와무라 스펜서 에리리. 찰랑거리는 금발과 새하얀 피부를 하늘께서 내려주신 영국계 혼혈 아가씨. 아버지가 외교관이 타고난 상류층 아가씨.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평판이 좋은 미소녀. 그리고 나의 소꿉친구. 그야말로 메인 히로인 냄새가 풀풀 나는 소녀지만.....'
'원고 집필 중에는 머리카락도 피부도 엉망진창. 외국인 오타쿠인 아버지와 부녀자 어머니에게 영재교육을 받은 순수배양 은폐형 오타쿠. 그래서 이벤트 때도 평판이 좋은 인기 동인 작가. 하지만 결국은 나의 소꿉친구. 이런 완벽하기 그지없는 숨겨진 얼굴이 그녀의 모든 것을 썩어 빠지게 만들었다.'
'10년 전에는 내 등 뒤에 딱 달라붙어 있능 의존 타입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7년 동안 남들 보는 앞에서는 절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서,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분노를 품은 에리리의 진지한 목소리를 들은 순간, 독기가 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역시 이 녀석은 동인 건달이야. 동인업계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쓰레기야.'
'초등학생 시절에는 열입곱 종류나 되는 별명을 불릴 때마다 귀여운 반응을 보였고, 중학생 시절에는 아무리 말을 걸어도 무시했으며, 토요가사키 학원에 다니는 지금에 이르러서야 「에리리」라고 불러야 들은 척 해주는, 나와 같은 학력을 지닌 고등학교 2학년.'
''참고로 모에함을 강조하는 흰색 오버 니삭스를 신고 있었다. 거기에 평소의 금발 트윈 테일 헤어스타일이 더해지자, 상츄층 파티나 아키하바라에 있다는 여고생 코스프레 마사지 업소 같은 데서나 볼 법한, 현실과 동떨어진 패션 같아 보였다. 설마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
'이 녀석은 어릴 적부터 부잣집 아가씨로 자랐으면서도 이런 정크 푸드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니깐. 뭐, 반은 영국인이니까 미각이(이하 생략).'
'이래서 허약 은둔형 외톨이의 대명사인 동인 작가 따위와 함께 오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 창작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작가들을 존경하기는 하지만, 몸 관리 좀 한 후에 작품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왜 나는 이렇게 제멋대로인 녀석과 일부러 국교회복을 한것일까.'
'어쩌면 나는 그저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본심을 에리리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위장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일부러 꾸민 것처럼 가짜 영국인 냄새를 풍기는 걸까.....'
'이 녀석의 역린이 어디 달려있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 정말 이 녀석의 크리티컬 부위는 어디에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깐.'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와서 솔직하게 사과하는 에리리를 보니 닭살이 돋을 것 같았다. 이 녀석은 그런 순진무구 캐릭터를 초등학교 때 봉인했단 말이다. 그리고 내가 본심을 털어놓자마자 기세가 꺽이는 게 이 드센 아가씨의 약점이다.'
'실은 에리리도, 미묘하게나마 이루어진 우리의 국교회복을 나름 기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1년 반이 지나면 다시 멀어지고 말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쓸쓸함을 느낀 것은 아닐까?'
'에리리가 왜 이것을 그렸는지, 그리고 왜 나에게 줬는지, 결국 나는 꺠닫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미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에리리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의 희미한 미소보다 훨씬 밝고, 뭔가를 떨쳐낸 듯한 맑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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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 심야 세 시가 지난 내 방에서 마치 평소처럼..... 진짜로 평소처럼, 내 사정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멋대로 행동하고 있는 여자아이의 이름은 사와무라 스펜서 에리리. 내 동급생이자 미술부 에이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프랑스 인형(영국산) 같은 미인이다. 그러니 100퍼센트 일본산 오타쿠인 나와는 (겉모습만 보면) 원래 접점이 있을 리 없지만.....'
'뭐, 이렇게 몸도 마음도 얼어붙을 것 같은 짜증나는 잡담을 하면서도, 작업 중인 손을 멈추지 않는 점만큼은 칭찬해줘야 할 것이다.'
'에리리는 나에게 등을 보인 채 내가 내린 결론에 한숨으로 답했다. 정말, 알고 지낸 후로 10년이 지났는데도 이 녀석의 취향 만큼은 손에 잡힐 듯이 훤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사귄 오타쿠 친구이자, 내 첫 소중한 기억도, 잊고 싶은 기억도 만들어준, 그야말로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아니, 끊고 싶지 않았는데도 끊어지고 만, 하지만 다시 이어진, 좀비 같은 인연을 지닌 여자아이.'
'그렇기에 그녀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은 자기과시욕도, 향상심도 아니다. 어쩌면.... 지금도 무엇이 목적을 알 수 없는, 내가 아는 이들 중에서 가장 일그러진 오타쿠다.'
'지금까지 곪을 대로 곪은 응어리에서 고개를 돌리고, 엄청난 용기와 인내와 타협을 총동원한 끝에 내가 아는 이들중에서 가장 뛰어난 원화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때 내가 마음속으로 무엇을 향해 고개를 숙였는지는 지금도 확실치 않았다.'
'.....그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저속하고 한심한 싸움이었다. 결국, 우리는 그 후에 화해하지 않았다. 에리리가 사과하지 않았기에, 나도 사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로 우리는 아주 조금이지만 변했다. 그렇다. 그것이 지금의, 우리다.'
'좀 전보다도 더 노골적으로 우얼감과 야비함으로 가득찬 말투와 목소리가 얼어붙은 이 공간에 금을 만들었다.'
6권
'.....이쪽도 뜨거운 숨결이 귀에 전해질 만큼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효과 면에서 차이가 나는 거지.'
'그리고 전형적인 츤데레 언동을 뽐내고 있는, 전형적인 츤데레 외모를 지닌, 요즘 세상에서 보기 힘들정도로 픽션 같은 금발 트윈 테일 영국 혼혈 미소녀인 예의 그 사람.'
'무지 화난 듯한 태도에서 흘러나오는 앞뒤 안 맞는 분노성 멘트. 그런가 하면 얼간이 같은 반응에서 흘러나오는 꽁지 내린 개 냄새 풀풀 나는 한탄. 그런가 하면 눈물 어린 시선과 함꼐 날아오는 거역하기 힘든 달콤한 목소리.'
'이런저런 얼굴을 지녔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완벽하게 숨겨지지 않은 본성이 드러나면서 마치 내가 잘못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무의미한 갭을 소유한 미소녀.'
'역시 에로 동인 작가. 그런 쪽 망상은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군.'
'항상 소설을 통해 사춘기 남녀의 세밀한 감정을 추구해온 우타하 선배와 달리, 이 녀석은 에로 동인지로 성인(자칭)의 쾌락만을 추구해왔으니까 말이야.'
'솔직히 말해, 저 녀석은 정말 갈 때까지 갔군.....'
'그래도 방금 그 발언은 좀 신중하지 못했다.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다」를 마지막에 거론한 바람에 그게 가장 큰 문제점인 것처럼 부각된 것이다.... 아니, 그래도 겨우 그것만으로 저런 반응을 하는 것도 좀 골 때리기는 하네.'
'그리고 양손으로 몇 번이나 자기 볼을 때리면서 "나는 괜찮아. 나는 괜찮아. 괜찮다면 괜찮은 거라구." 하고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뭐가 괜찮다는 거야. 너 지금 눈곱만큼도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고.'
'..... 요즘 들어 이 녀석은 한 번 가라앉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니깐. 이 사와무라 스펜서 에리리라는 여자애가 실은 토요가사키 학원만이 아니라 이 일대 고교에서 넘버원 미소녀 취급을 받고 있다는걸 기억하고 있는 사람, 있기는 해?'
'그리고 조금 전까지 기가 죽어 있었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활기차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동료를 디스하기 시작했다. 으음, 이 녀석은 정말 속물이라니깐.'
"위장 상류층 아가씨면서."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방향성의 차이니까 말이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방향성이 아닐 뿐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거짓말 한 적 있어?"
"네 일상은 전부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잖아!"
무슨 소리 했지? 방금, 8년 동안 위장 상류층 아가씨로 살아온 이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긴 했지?
'이 녀석, 역시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태어날 때부터 완전 제멋대로였대이. 스탠드플레이의 화신이대이.'
'이 세상의 남녀들을 속이는 사랑스러운 표정과, 귀여운 태도. 위장 상류층 아가씨의 허식으로 가득 찬 가면과, 말과 의미가 거짓으로 점철된 인공 음성.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에 이 녀석의 본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절대 결러들 리 없는 약아빠진 페이크.'
'그것도 그럴 것이, 진짜로 위험할 때는 주저 없이 나에게 폐를 끼쳐대는 녀석이거든.'
'그렇기 때문에 그 녀석이라면, 무슨 일이 생겨도 분명 어떻게든 할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나를 버리면서까지 마음의 안정을 도모했던 녀석인 것이다.'
'그래서 안정되어 있다. 안정되었기 때문에 팬이 많다. 많은 팬이 있기 때문에..... 그 녀석은 엄청난 크리에이터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모두가 그 녀석을 인정하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그러니 이번에도 해낼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에리리가 반드시 완성할 것이라고 말이다. 나 따위에게 사과할 리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대단한 녀석도 아냐. 카토와 절친이 될 수 있는 수준이잖아."
"그저 그 녀석이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실은 속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얼간이 빈 깡통이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에 안심하고 절친이 된거지?"
"진짜 에리리라니.... 어떤 애인데?"
"으음. 올곧게 비틀려 있어서, 알기 쉬우면서도 다루기 힘들다고나 할까......"
"너, 역시 마음속으로는 그 녀석을 내려다보고 있구나."
"그리고 한 번 마음을 연 상대를 절대 배신하지 않아."
"...........하하."
내가 물어놓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 자신도 어이없어 할 만큼 말라비틀어진 미소가 자연스럽게 내 입가에 맺혔다.
"하지만 그 녀석은 아직도 주위 사람들을 속이고 있잖아? 실은 에로 동인 작가면서, 상류층 아가씨인 척 하면서 오타쿠인 걸 속이고 있다고."
'그 녀석이 그럴 실수를 할 리가 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8년이라고, 8년. 초등학교 3학년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의 시간동안, 그 녀석은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하며 살아왔어.'
'그런 소리 가볍게 하지마..... 내가 그 녀석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얼마나 미워했고..... 얼마나 갈구해왔는지, 알지 못하잖아. 아무리 카토라도 그런 소리를 하면 미워할 거야.'
'그 순간, 깨닫고 말았다. 사실 에리리는 내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내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약해빠진 여자애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 그것은 몇 년 전에 깨달았다. 하지만......'
'고교생인 에리리는 그 정도로 충분하구나. 사와무라 가 사람들은 다 성장한 거야. 성장하지 않은 건 나뿐이구나.....'
'그것도 그럴, 내가 좋아했던 것은 에리리의 그림도, 재능도 아니었다.'
새벽에 잠이 안와서 오랜만에 뻘짓좀 해봤습니다. 작중에서 에리리에 대한 토모야의 독백을 대충 정리해봤는데 생각보다 많군요.
일단 대충 훓어봤을때 인상 깊은 점은
1/ 에리리가 매력적이란건 인정하면서 꼭 사족을 붙이며 어떻게든 그녀를 깍아내리고 폄하할려고 합니다. 그것도 거의 두번의 한번꼴로요. 한가지 재밌는 점은 보통 에리리에 대한 독백이 나올때는 우타하도 같이 세트로 나오는 편인데, 에리리는 임이 콩을 까뜻이 기회가 될때마다 까는 반면, 우타하에 대해서는 무한히 긍정하거나,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립니다 =ㅅ=
2/ 반대로 에리리의 초등학교 시절은 무한히 긍정하며 때때로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죠.
3/ 또한 에리리가 대외용 겉치레를 보여줄때마다 심기가 불편하단걸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에로 동인 작가 타령을 하며 에리리에 대해서 불평하는 모습이 꽤 여러번 나오죠.
4/ 자신이 에리리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실제로 에리리의 심리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5/ 에리리가 자신을 떠날리가 없다는 근자감. 뭐, 이건 에리리를 믿는다기 보다는 에리리 따위가 자신에게서 벗어날리가 없다는쪽에 가까워 보입니다만.
6/ 작품에 대한 평가절하. 곧 죽어도 에리리가 그린 그림이 좋다는 소리는 안하죠.
사실 상기의 요소들은 죄다 6권에서 드러난 토모야의 본심에 대한 떡밥이죠. 근데 이렇게 보니 토모야가 계속해서 에리리를 폄하한 이유가 에리리에 대한 소유욕과 과거에 생긴 원망이 섞이면서 본인이 에리리를 좋아한다는걸 인정하기 않기 위한 발악 아니었나 싶습니다 =ㅅ= 뭐, 9권을 보면 집착이나 증오는 다 날라가고 이제는 애정만 남아있는걸로 보입니다만.
항상 느끼는거지만 사에카노는 하렘 러브코미디로서 명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묘한 작품입니다만, 등장인물들의 감정선 묘사와 대사에 작가의 자연스러운 떡밥 투척 실력만 놓고 보면 꽤 잘 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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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합니다. 히로인들의 매력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것도 재밌습니다만 이 작품의 진가는 작가가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등장인물들의 본심을 파해치는거죠. 우타하랑 나머지 둘의 취급에 차이가 나는건 토모야와 연인관계로 발전하는걸 막고 있는 심리적 구속구가 다른쪽에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선 토모야가 봤을때 카토는 절대 자신을 좋아해줄리 없는 현실의 여성이니 자신이 그녀를 좋아한다는걸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을테고, 에리리는 어릴때 강제로 헤어지면서 애정이 소유욕과 원망으로 바뀌어버렸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만 토모야가 집요하게 에리리를 폄하하는건 자신을 7년동안 힘들게 한 대상을 좋아한다는걸 인정하기 싫어서 오기를 부리는건 아닌가 싶습니다. 정리하자면 둘다 토모야에게 있어서는 나무 꼭대기에 걸린 포도와 다름 없는 존재다 보니 어떻게든 신포도로 폄하하는거라고 할까요? 반면에 우타하는 손에 닿는 포도죠. 서로한테 가지고 있는 심각한 과거의 앙금도 없고, 현실의 여성이기는 하지만 오타쿠다 보니 토모야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연인관계로 발전할수 있는 상태니까요. 뭐 토모야가 바보 녀석이 아닌이상 자기 손에 닿는 포도를 신 포도 취급할리가 없죠. 다만 토모야 이 녀석이 워낙에 자존감이 낮은 존재다 보니 자기는 우타하한테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작가와 팬 이상의 관계가 되는걸 주저하고 있는거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우타하가 대놓고 호감을 표현해도 농담으로 치부하며 애써 외면하는걸테고요. | 15.12.19 15: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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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생각해보니 작가로서의 능력에 대해서 한결같이 찬양 일색이고, 매력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는 인물이 우타하 말고 한명 더 있었네요. 이즈미 말입니다. 토모야가 손수 키운 수제자다 보니 토모야를 싫어하기는 커녕 처음부터 호감도 MAX인데다가 토모야도 그걸 잘 알고 있고, 과거의 앙금은 커녕 좋은 추억만 있겠죠. 거기에 우타하랑 다르게 이즈미는 좀 만만한...이 아니라 오타쿠로서 동급의 존재이니 토모야가 뻣댈 이유도 없을테고요. ......생각해보니 이거 토모야만 OK하면 바로 이즈미 엔딩 나와도 이상할게 없겠는뎁숑?! | 15.12.19 15: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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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에 밥 먹자고 반에 찾아오거나 맨날 토모야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거 보면 대충 연애감정 비스무리한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컨셉이 구제용 서브 히로인이니 주인공한테 연애감정이 없는게 더 이상하겠죠. 근데 확실히 사탕님 말씀대로 토모야가 이즈미한테 별 감정이 없단게 걸림돌이죠. 그래서 저도 토모야가 ok라면이란 전제 조건을 붙인거고요. 애초에 초등학생 시절에 같이 놀때 한번도 여자로 인식한적이 없었다고 했으니..... 그래도 9권에서 '치유계 후배 히로인 모에!!!'거린거 보면 아예 희망이 없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거기다가 원래부터 토모야하고 매우 가까웠던 사이였고 애정 표현도 히로인들중에서는 독보적으로 직설전인 아가씨니 다른 히로인들한테 하듯이 뻣대기는 힘들거라고 봅니다. 카토한테 미련이 남아있거나 이즈미한테 이성적 호감이 없어서 애써 외면하는거면 모를까, 저쪽에서 대놓고 다가와준다면 토모야도 거리낄 이유가 없죠. | 15.12.19 16: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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